박목월 육필 시 노트 : 사랑 - 마지막 戀歌 외 15작품 수록 박목월 육필 시 노트
박목월 지음 / PICKAPEN / 2024년 4월
평점 :
절판


박목월 산도화 시집에 이어 <사랑> 시 모음집을 만났다.

<사랑> 시집은 박목월 미공개 육필 시 노트 10권 중 한 권으로, '사랑'을 주제로한 마지막 연가 외 15작품이 담겨있다.

박목월 미공개 육필시 노트란?

시인이 등단한 1938년 초기부터 타계한 1978년 3월까지 활동하며 창작하고 수정했던 과정이 담긴 노트다.

미공개 육필 창작 노트 80권에서 미공개된 작품 166편을 선발했다. 그리고 주제별 생활, 사람, 신앙, 가족, 사랑, 제주, 자연, 기념, 동심, 시인으로 묶어 총 10권으로 출간되었다.


이 노트는 그가 실제 사용했던 노트와 같도록 색이 바래지고 찢어진 흔적들을 그대로 복원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사랑'시 노트 안에는 박목월 시인의 수정하고 첨삭하는 등 원형 그대로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흔적을 통해 작가가 시를 창작하며 무엇을 고민하고 생각했는지 엿볼 수 있어 뜻깊다.

시인의 육필로 적힌 목차를 보며 사랑을 주제로 구성된 시 제목을 먼저 읽어본다. 그리고 한 편, 한 편 시인의 흔적이 담긴 시를 눈에 담아본다.

이별의 아픔, 아쉬움, 연민, 그리움 등 16편의 시에서 박목월 시인 특유의 서정성과 함께 느껴지던 애달픈 정서에 마음이 울린다.

그중 눈에 들어온 '사랑'과 '어느 少女(소녀)에게'를 소개해 본다. 박목월 시인의 창작 과정 흔적과 함께 사랑시를 만나보고 싶다면, 미공개 육필시 노트 사랑을 만나보길 추천한다.


사랑

그이를

사모하는 그 심정에

나는 늘 저승으로 떠날

배를 대어 두었다.

타기만 하면

돛이 오르는 배…….

이렇게 마지막을 마련한

그 어쩔 수 없는 위치에서

아아

죽음을 그리워하듯

그이를 사모했다.


열렬한 사랑을 고백하는 시 '사랑'

'저승으로 떠날 배를 대어 두었다'는 구절을 통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보인다. 사랑하지만 그 마음을 버려야 하다니... ㅜㅜ 끝이 보이는 마음이어서인지 더 격렬하고 뜨거움이 느껴진다.

어느 소녀에게

너만한 소녀를 나도

사모한 일이 있었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햇빛에 날리는 옛날에

지금 너처럼 그 소녀도

눈매가 고왔다.

찬물에 가신 수정구슬

포도빛 밤하늘의 별


물론 그 소녀도 이젠

나처럼 늙었으리라.

구질구질한 세상의 서리와 바람에

재빛으로 머리칼은 풍화되고

세상에 영원한 것이 없음을

이제 나는 알고 있다.

기막히게 공허한 길에

바위는 바스러지고

하지만 그 소녀만은 내 안에

영원히 시들지 않는 수선화

너만한 소녀들이 지내치며 웃는

눈매에 옆모습에 날리는 머리카락에

나의 소녀는 영원히 살아있다.

그것만은 시들지 않는 수선화

그리고 소중히 내가 간직한

이승의 마지막 햇빛 어린 양지.

너만한 소녀를 나도

사모한 일이 있었다. 옛날에.

너도 누구에게 영원한 존재가 될지 모르지만

서러운 것만이 영원한 이승에서.


한 소녀에 대한 절절한 그림을 노래한 연시 '어린 소녀에게'.

그 소녀 또한 세월이 흘러 나처럼 늙어 머리칼이 잿빛으로 풍화되었지만, 영원히 내 마음속에선 시들지 않는 수선화임을 고백하는 사랑시에 괜스레 내가 그 소녀가 된 듯 설렘이 느껴진다.


이 외에도 누군가를 애절하게 그리는 '마지막 연가', 실연한 사람의 결심이 담긴 '꽃 그늘 아래서', 사랑을 잃은 이의 미련이 담긴 '1958년' 등 사랑을 주제로 담은 16편의 작품을 박목월 미공개 육필 노트를 통해 만나보길 바란다.




+ 지원도서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