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디푸스왕 외 열린책들 세계문학 286
소포클레스 지음, 장시은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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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쌍한 자에게 무섭고도 불운한 것들을 말씀하시며 예언하셨소. 내가 어머니와 몸을 섞어, 차마 견디고 볼 수 없는 자손들을 인간들에게 보여 줄 것이고, 나를 낳아 준 아버지를 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이오.

p.68

응? 이 이야기는!!

세상에 이 이야기였어?! 어머어머 이 뒷이야기도 있었어?!!!

한참을 읽다 오이디푸스왕이 자신의 비극적 예언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야 그리스 로마 신화를 통해 읽었던 이야기인 것을 뒤늦게 깨달은 나였고 ㅋㅋ 뒤이어 나온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를 통해 그 이후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던 <오이디푸스왕 외>이다.

이처럼 이 책엔 소포클레스 비극 3부작이 포함되어 있는데 재미난 건 <안티고네>가 대략

기원전 440년대 상연된 초기 작품이고, <오이디푸스왕>이 중기 작품, <콜로노스의 오이

디푸스>가 소포클레스 사후인 기원전 401년 그의 손자에 의해 상연된 작품이라는 것이다.

내용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독립적인 작품을 쓴 소포클레스였다지만 이 사실을 모른 채 읽은 나로서는 저작 연도가 아닌 신화의 진행 순서에 따라 배치된 이야기를 읽음으로써 오이디푸스 가문의 이야기가 극화된 3부작에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었다.

무엇보다 희곡으로 쓰인 그리스 로마신화라는 점에서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리스 로마신화를 좋아하는 분 혹은 서울대 권장 도서이기도 한 고대 그리스 비극 3대 작가 소포클레스가 남긴 걸작이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한다.

소포클레스 비극 3부작의 첫 번째 이야기 <오이디푸스왕>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에 의해 목숨을 잃을 것이라는 신탁을 들은 테바이의 라이오스왕은 아내 이오카스테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나자 사람을 시켜 갓난 아기를 내다 버린다.

목자에 의해 구해진 아이는 코린토스의 왕 폴리보스와 그의 아내 메로페에게 입양되고 오이디푸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폴리보스의 아들로 자란다.

이후 자신의 친부에 대한 신탁을 구하고자 델포이에 갔다 돌아오는 길 교차로에서 그의 친부인 라이오스와 시비가 붙었고, 서로를 알아보진 못한 채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만다.

그 길로 고향 땅이 아닌 테바이로 가게 된 오이디푸스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한 테바이를 구하고 왕으로 추대된 뒤 이오카스테와 결혼해 자식을 낳게 되는데, 이후 그가 부친을 살해하고 모친과 결혼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결국 자신이 누구이고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알게 된 그는 스스로 자신의 눈을 멀게 한다.

그리고 두 번째 이야기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를 통해 세월이 흘러 눈멀고 지친 노인이 된 그가 딸인 안티고네의 도움을 받으며 다시 신의 반열에 오르는 과정을, <안티고네>를 통해서는 오이디푸스 사후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자신의 운명을 피하고자 했으나 결국 그 운명을 실현했던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눈을 찌름으로써 운명의 희생자로 주저 않지 않고 스스로 벌을 준 뒤 자신의 운명을 직접 결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과연 나였다면 그처럼 행동할 수 있었을까?

그의 아들들이 신탁에 따라 행하려다 죽음에 이르렀듯 운명의 희생자가 되지 않기란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안티고네가 파멸의 길인 줄 알면서도 자신의 신념으로 단호히 걸어나간 것처럼 각자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이도 있을 것이다.

모두가 운명의 희생자가 아닌 자신의 삶에 신념을 가지고 옳고 그름에 대한 현명한 판단을 하며 나아가길 바라며, 그리스 로마신화 서울대 권장 추천도서 오이디푸스왕 외 소포클레스 비극 3부작 글은 여기서 마무리해 본다.

당신이 옳고,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는 이 한 가지 생각만은 품지 마십시오. …… 지혜로운 사람이라 해도, 많이 배우고 과하게 고집부리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 젊은 저에게도 어떤 분별력이 있다면 …… 좋은 조언을 해주는 이에게 배우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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