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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하는 소설 ㅣ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안보윤 외 지음, 이혜연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9월
평점 :
직접 경험해 보지 않는 한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첫걸음이지 않을까?
문학은 그 노력의 하나의 방법으로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개체가 된다. 그래서 이번 사회적 약자라는 테마의 여덟 편의 이야기가 실린 『공존하는 소설』이 더 뜻깊을지 모른다.
'사회적 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는 "여성, 저소득층, 노인, 장애인, 성 소수자, 이주 노동자, 탈북민, 외국인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도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음을 『공존하는 소설』을 통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함께 나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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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공평해. 네가 선을 가지면 저쪽이 악을 가져. 네가 만만하고 짓밟기 좋은 선인이 되면 저쪽은 자기가 멋대로 굴어도 되는 줄 안다고. p.29
청소년 도서 『공존하는 소설』에는 다양한 사회적 약자를 만날 수 있는 8편의 단편이 담겨 있다.
두 아이의 부모이자 부모를 둔 자식이라서 그런가?! 유독 여덟 편의 이야기 중 숨이 멎을 듯 아프게 다가왔던 두 이야기와 남일 같지 않았던 한 이야기가 있었다.
교실 한가운데에서 대변을 보던 주승이가 바지뿐만 아니라 윗옷까지 벗으려고 할 때 이상함을 감지하고 확인한 유아 교사 '나'가 발견한 아동 학대의 흔적에선 숨이 멎는듯했다. 친엄마의 학대에 이어 할아버지의 학대까지 받아야 했던 주승이가 온몸으로 네가 필요해를 외치는 듯해서 더 기억에 남는 '밤은 내가 가질게'였고.
말하기 힘들면 이마라도 포개라고 했던 해주의 말을 기억하고, 자기 이마를 해주의 이마에 포개고 숨을 고르던 43개월 민지의 모습이 강하게 남았던 '빙하는 우유맛'은 정상적인 아이가 되길 바라는 엄마가 계획한 여러 학습들에 지친 아이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해 더 마음 아팠던 이야기였다.
그리고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 바로 옆으로 요양병원이 들어선다는 말에 반대하고 나서던 경화가 자신의 엄마가 치매 증상을 보이자 요양병원을 환영한다고 입장을 바꾸며 보이던 부끄러움에선 특수학교가 마을에 들어서길 반대하는 이들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보이며 앞으로의 노인 복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백은학원엽합회 회장 경화'.
이 외에도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취업을 준비하며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지방러'인 '나'와 동생의 이야기 '에트르'
카톨릭 수사가 된 종은에게 고등학교 때 친구의 이야기를 고백하는 미주의 이야기로 동성애와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고백'
아내에게 권위적인 모습을 보인 남편 또한 집 밖에선 경제적 약자로 그려지며, 아내가 죽은 뒤 홀로 남편이 죽어가는 과정을 그린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외모로 종종 남자로 오해받는 '수진'의 이야기를 통해 들여다보는 남성과 여성에 관한 '공원에서'
대학에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수'를 통해 불법 체류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들여다보는 '중국어 수업'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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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가 살아가는 모습은 그 나라의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가 됩니다.P.269
어느 것 하나 우리와 먼 이야기가 아닌, 주위에서 일어나고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 더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 『공존하는 소설』이다.
우리의 어두운 면을 들여다보게 만들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위치를 살펴보고 반성하게 만들기도 하는 이 도서는 청소년 테마 소설에 속하지만 오히려 어른들이 읽어봐야 할 소설이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조금은 작은 존재들을 품어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모두 함께 공존하는 세상이 되길 소망해 본다.
🏷 피는 더럽거나 위험한 것이 아니고 사고나 불운이 옮겨 가는 것도 아니다. 저는 그냥 조금 다쳤을 뿐입니다. 아픈 사람이라고요. 도움과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라고요! 경화는 억울하고 서러웠다. 그리고 그 마음이 염치없이 부끄러웠다.P.218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