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담아
에이미 블룸 지음, 신혜빈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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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남편이 자신으로 남아있을 때 스스로 삶을 떠나길 원한다면?

나는 그의 선택에 지지를 보낼 수 있을까?


실제 에이미 블룸 작가가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고 두 발로 설 수 있을 때 스스로 떠나고 싶다는 결정을 내린 남편을 지지하며 남편과의 마지막 여정을 담은 에세이 책 『사랑을 담아』를 읽으며 수없이 나에게 묻고 묻고 묻는다.


작가처럼 그 사람이 한 결정에 반대하고 남편의 육신이 스러질 때까지 이 세상에 잡아두기로 했다면 어떠했을지도 생각해 본다.


수많은 독자의 마음을 울리며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여러 매체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이 실제 이야기를 통해 '존엄한 삶''존엄한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지만, 결국 어느 것 하나 선뜻 선택하지 못한다.


만약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나는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도움이 필요해요.

내가 남편을 죽이려고 해요.

나는 계속 울었고, 그가 말했다.

당신이 그를 죽이려는 건

그를 사랑해서잖아요.

p.66

소리 소문 없이 진행되었던 남편의 병. 하지만 그것을 알아채진 못한 그녀에게는 모든 것이 갑작스럽기만 하다.


손을 베이고, 현관 포치에서 미끄러지고 피크닉벤치에서 뒤로 굴러지는 등 자기 수용 감각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고, 손주들의 이름도 잊고 식료품점에서도 길을 잃었으며 각종 약속과 복용하는 약이 뒤죽박죽 섞이는 등 과거의 삶에서 유영하기 시작한 남편 브라이언.


더 이상 그에게 그녀와 함께하는 현재 진행 중인 삶이 사라져간다.


'어느 순간 뿌리째 뽑혀서가 아니라 그저 거기 없을 뿐이고, 있었던 적도 없'었다니... 그가 그 여행을, 호텔을 기억하지 못할까 봐 두렵다던 그녀가 아니 기억하지 못해도 기억나는 척할까 봐. 그래서 그가 진짜 기억하는지 못하는지 자신이 알 수 없을까 봐 무서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그녀.... ㅠㅠ

남편의 마음속 풍경에서 서서히 사라져 가는 자신을 지켜봤을 작가의 순간순간이 나를 먹먹하게 만든다.



서로 연결되어 소통하고 복구하는 성질을 가진 신경세포가 기능을 멈추고 다른 신경세포와 더는 연결되지 않다가 결국 소멸해 인간으로서의 삶이 점점 끝을 향해 달려나가게 하는 알츠하이머병.


만약 내가 남편이었다면 나 또한 자신이 아닌 자신으로 남길 거부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마지막을, 스스로 떠날 수 있는 방법이 참으로 어렵다.


남편 브라이언의 선택을 지지하며 그의 마지막을 어떻게 보내는 게 좋을지 수없는 방법을 알아보던 작가 에이미 블룸이 만약 존엄한 삶과 존엄한 죽음을 지지하는 스위스 비영리 기관 디그니타스에서마저 거절당했더라면?!


정말 그녀가 살인자가 되었을지도 모를 현실도 마음 아프다.


살아가는 동안 그 삶이 외롭고 괴롭고 제약이 많은 삶이라도, 삶의 질은 생각하지 않은 채 붙잡고 있는 게 맞는 걸까? 😢


그녀의 시어머니가 좋아하는 '우린 오래 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여기 있는 것이다.'라는 명언처럼 우리에게 남은 모든 날, 최선을 다해 사랑하며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그리고 알츠하이머병의 치료제가 하루라도 빨리 개발되길 바란다. 🙏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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