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하는 소설 - 미디어로 만나는 우리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김애란 외 지음, 배우리.김보경.윤제영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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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다음 세대가

언어를 생각의 도구로 쓰지 않는다면,

더 이상 그릇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사람의 마음은 앞으로 어디에 담길까?

p.187

어느 순간부터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숏츠 영상.

글은 둘째치고 이젠 긴 영상조차 외면받는다. 긴 회차의 드라마도 요약본으로 보며 그저 누군가가 정리해 준 것으로 대신한다.

읽지 않고, 쓰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매사에 이미 남들이 반응하는 대로만 반응하며 그저 검색할 뿐인 사람들. p.205

과연 우린 '인간 사회에서 자신의 의사나 감정 또는 객관적 정보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마련된 수단'인 미디어를 제대로 활용하고 올바르게 소통하고 있는 걸까?

혹 미디어 범위를 국한해 생각하며 '말'과 '글' 그리고 '책' 또한 미디어라는 사실을 잊고 있진 않은가?

『연결하는 소설』을 통해 숨 쉬듯 자연스럽게 스며든 일상 속 미디어 이야기를 통해 미디어의 본질과 소통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그것도 하나하나 주옥같이 은근하게 파고드는 8편의 이야기로.


 

결핍은 벗기고 벗겨도

계속해서 껍질이 나타나는 양파와 같았다.

한 겹 벗기고 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또다시 얇은 껍질이 나타났다.

두 눈이 새빨갛게 되도록 나의 결핍을 벗기고 나면,

그 자리엔 어떤 것도 남지 않았다.

p.73

『연결하는 소설』은 미디어를 테마로 담은 청소년 소설집으로

'마지막 화자'를 통해 언어의 탄생과 죽음을 들려주며 마음 울리는 《침묵의 미래》,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가지고 있었으나 누구와도 이야기할 수 없는 유령 공선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빈 부분 없이 다 읽는 독서 메이트를 찾으며 우리가 대충 훑으며 소비하면서 놓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시트론 호러》,

후원 아동으로 미디어에 맞춘 삶을 살아왔던 윤미와 자신이 원하는 선물을 당당히 이야기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후원 아동을 통해 미디어의 힘에 대해 이야기하는 《후원 명세서》,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며 채워지고 채워지던 장바구니와 남들이 좋아하는 내용의 블로그 글을 쓰는 문호를 통해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위시리스트》,

키즈 유튜브의 진실을 고발한 언니에게 편지 형식을 빌려 지아가 전하던 진실 《지아튜브》,

중고 거래 앱을 통한 타인과의 소통을 그린 《무료나눔 대화법》,

익명성을 바탕으로 소통하던 인터넷 세상과 온전히 자신을 드러내야 소통할 수 있는 마인트넷을 통한 시대 변화를 표현한 《고요한 시대》,

모든 것을 AI가 대신하는 세상에서 ’앎‘에 대한 탐욕으로 200살이 넘도록 생명 연장을 한 황재윤을 통해 글과 글 사이를 머물며 사색하는 공간의 의미를 그린 《바이센테니얼 비블리오필》

총 8편의 단편 소설을 만날 수 있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이 작품의 행간 속에서 함께

고민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p.248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노래와 말들이 생각지도 못한 속도로 사라져 결국 자기 자신이 '살아 있는 테이프'로 전시되는 '마지막 화자'가 될 거라고. '혼자 하는 말이 아닌 둘이 하는 말, 셋이 하면 더 좋고, 다섯이 나누면 훨씬 신나는 말'이 아니던가?!

미처 깨닫지 못한 언어와 글 그리고 책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생각하게 만들던 『연결하는 소설』.

무엇보다 미디어의 변천 과정에 따라 '언어'에서부터 '인쇄', '소셜' 등의 소재를 다양한 시선으로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단편 소설이 주는 짧은 호흡으로 아이들 또한 쉽게 읽을 수 있고, 이야기를 통한 간접 경험으로 자신의 일상 속 미디어가 가진 힘에 대해 알아보며, 앞으로 생각하는 힘을 잃지 않기 위해 어떠한 태도와 지향으로 미디어를 대하고 올바르게 활용해야 하는지 고민해 볼 계기를 마련해 준다.

더욱이 책을 읽고 쓰고 사색하는 이들이라면 더 많이 공감될 이야기 『연결하는 소설』로,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도 읽기 좋은 책이다.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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