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이향규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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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이향규 | 창비교육


한국에세이 / 244 p.

너의 추억을 함께 나눠 줘서 고마워.

p.74

한때 만화에 푹 빠져 모아뒀던 만화책과 애니메이션 OST 테이프 그리고 초등 1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의 일기장, 친구들과 주고받은 작은 쪽지부터 크리스마스카드 등 아직까지 고이 간직되어 한쪽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나의 사물.

누구에게는 보잘것없어 보이는 물건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그 시절 사람들과 장소로 이어주는 소중한 매개체이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사물과 장소가 있고 그것을 통해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그 끝에 나를 지탱해 준 사람들이 있었음을... 선하고 따뜻함이 가득한 글로 알려주던 『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에세이 책.

나무들끼리 꽉 물려 있지 않고 조금씩 움직일 수 있는 숨 쉴 공간이 있어 오랜 세월 동안 틀어지지 않는다는 책 속 말처럼, 가끔 이렇게 쉬어가는 시간이 있기에 무엇이든 오래 이어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알면 사랑하고,

사랑하면 곁에 두고 싶어진다.

p.104

만나는 사람 몇 명 없는 단조로운 일상에서 자신에게 말을 거는 존재인 물건에 대해 적어 보고 싶었다는 이향규 저자는 딸이 학교 영어 시간에 '묘사적 글쓰기'를 연습하는 것이 재밌어 보여 흉내 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물을 잘 묘사하려 보니 그 사물이 계속 잊고 있던 순간과 묻어두었던 마음을 깨웠고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을 떠올리게 만들어, 결국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쓰인 『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이다.

그렇게 엄마에 대해 그리고 아픈 남편에 대해, 함께 커가는 딸과 그리고 친구와 이웃 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저자의 사물과 장소 그리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나의 사물과 장소와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식구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었을 엄마가 좋아했을 음식이 무엇이었을지 떠올려보기도 하고, 기다려 봐야 고작 몇 분인데 아이들의 속도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너무 재촉한 건 아닌지 반성을 하며 저자의 '같이 천천히 걷고, 넘어지면 부축하고, 잊으면 다시 말해 주면 된다.'라는 말을 맘속에 새겨보기도 한다.

어두운 밤 길 운전, 그때 내 속도와 맞는 앞 차를 만났을 때 저자가 느꼈을 믿음직한 선배를 만난 기분 그리고 그 차가 다른 방향의 깜빡이를 켤 때의 섭섭함에는 공감을, 서로를 살펴보는 커뮤니티 그룹 '이웃'에 대한 이야기에선 따뜻함을 그리고 아무리 엄마가 자식에게 사랑한다 말해도 아이와 같이 찍은 사진을 보면 자기 얼굴이 잘 나왔는지부터 본다는 자기애에 대한 이야기에선 빵 터져 웃기도 했던 시간.

짧은 하나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만날 수 있었던 배려와 따뜻함이 가득했던 이야기였다. 쉼과 온기가 필요하신 분들에게 좋을 책 『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이다.

삶은 기차 여행이다.

대강의 방향을 정했지만,

그렇다고 경로가 분명한 것은 아니다.

얼마든지 경유할 수 있다.

어쩌면 목적지가 바뀔 수도 있겠다.

그래도 함께 타고 있는 이들이 많아 안심이다.

사람으로부터 배우고

사람으로부터 위안 받을 것임을 안다.

그리고 그 힘으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것이다.

주위를 둘러본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p.241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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