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쿠쿠 랜드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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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잇는 책의 힘

『클라우드 쿠쿠 랜드』

앤서니 도어 | 최세희 옮김 | 민음사


영미소설 / 824 p.

시간.

세상에서 가장 광포한 전쟁 기계.

……

모든 시간과 모든 이야기는

결국 하나가 되며 같아진다.

p.768

최근 독서모임 책을 빌리러 도서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런데 대출 가능으로 검색되었던 그 책은 있어야 할 자리에 없었고, 결국 사서의 도움으로 책을 받아 대여할 수 있었다.

매일같이 새롭게 발간되어 나온 책들에 밀려 자신의 자리를 내주고서 외로이 서고에 따로 보존되어 있던 책.😥

이렇게 '하루하루 일 년 또 일 년, 시간은 이 세계에서 오래된 책을 지워 버린'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주는 것 또한 기록(책)이지 않은가?!

『클라우드 쿠쿠 랜드』를 통해 세대를 잇는 책의 힘책이 세계 밖으로 사라질 때 기억은 다시 한번 죽는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처음 보는 이여, 그대가 누구건,

이 궤를 열고 놀라운 세상을 만나

깨달음을 얻을지어다.

p.19

퓰리처상 수상작가 앤서니 도어의 신간도서 『클라우드 쿠쿠 랜드』는

15세기 콘스탄티노플에서 언니 마리아와 함께 살고 있는 고아 소녀 안나와 불가리아 산속 마을의 언청이 소년 오메이르, 21세기 노인 지노와 예민한 감각을 가진 자폐 스펙트럼 소년 시모어, 22세기 우주선 안 소녀 콘스턴스

그리고 이 다섯 명을 이어주던 『클라우드 쿠쿠 랜드』 책 속 주인공 아이톤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700년의 시간 다섯 명의 인물들에 의해 단 한 권의 책으로 이어지며 펼쳐진다.

800페이지가 넘는 책인 만큼 긴 호흡이 필요하고, 초반 각기 다른 시간 속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과거와 현재를 오감에 따른 느린 진도로 힘들 수 있으나(내가 그랬음😭),

책의 분량 1/3 시점부터 모든 것이 달라진다.

각자의 이야기로 시작되던 흐름이 어느 순간 서로가 서로에게 이어지며 오던 짜릿함과 우주선에 감추어진 비밀을 하나 둘 알아가며 풀어 나갈 때의 놀라움과 스릴감이 주는 쫄깃함에 읽는 속도에 불이 붙으며 그 자리에서 다 읽게 만들었던 이야기였다.

정말 초반만 잘 넘긴다면 짜릿함과 묵직한 메시지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문서-한 권의 책-는

앞서 산 사람들의 기억이 담긴 안식처야.

영혼이 먼 길을 떠난 후에도

기억이 그 자리에 영원히 남게 하는 방법이지.

p.78

책 속 책 '얼마간은 동화, 얼마간은 헛고생하는 서사, 얼마간은 SF, 얼마간은 이상향을 그린 풍자 문학인 작품. 고대 소설을 통틀어 손에 꼽힐 만큼 매혹적인 작품'이자 유실된 그리스 설화 '몽상의 세계'를 뜻하는 『클라우드 쿠쿠 랜드』의 아이톤의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미래에 속하는 콘스턴스의 이야기가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종이에 질문을 적어 투입구에 넣으면 답에 해당하는 책이 책장에서 스르르 미끄러져 나오던 세계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무엇보다 AI 시빌을 보며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처럼 느껴져 그 미래는 정말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를 시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오싹하기도 하다.

책에선 절망보다 희망을 이야기한다.

세대를 잇는 안식처 '책'이 있기에 희망이 있고, 이 희망은 세계를 떠받치는 기둥이 될 거라고.

그리고 물어온다. 수천 년의 시간을 걸쳐 전해져 왔을 기록을 읽고 각자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세계를 넓히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던 우리가 앞으로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고 인공지능이 대신할 미래 세대에게 무엇을 어떻게 전승할 것인지.

시간이란 괴물 앞에 기록이 가지는 가치와 무분별한 개발과 오염으로 폐허가 되어가던 지구에서의 경종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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