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한 B컷

너를 위한 B컷 ㅣ 문학동네 청소년 64
이금이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너를 위한 B컷』

이금이 | 문학동네

청소년 소설 / 168 P.

현실과 편집된 세계 사이에는

누더기 차림의 신데렐라와

마법으로 화려하게 변신한

신데렐라의 차이만큼이나 거리가 있었다.

p.103

어딜 가도 남는 것은 사진이라며 열심히 사진 혹은 동영상을 촬영한다. 하지만 이렇게 쌓이고 쌓인 추억 모두가 SNS 프레임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결국은 A컷과 B컷으로 나뉘는 사진.

나의 단점이 숨겨지고 장점이 부각되는 사진으로 내가 선택한 최상의 컷은 SNS에 올라가 '좋아요'와 '댓글'을 받고, 선택받지 못한 컷은 프레임 밖 세상에 머무르며 알려지지 않는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보여주고 싶은 컷과 편집해 잘라내 숨기고 싶은 컷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삶의 진실은 오히려 잘리고 버려진 B컷들 속에 있고, 무수히 지워 버린 B컷들이 있었기에 『너를 위한 B컷』 소설을 완성할 수 있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 한 사람의 진실, 더 나아가 삶의 진실은 자랑스레 내보인 A컷이 아니라 오히려 숨긴 B컷 속에 있지 않을까. p.167

이금이 저자의 청소년도서 『너를 위한 B컷』은 열다섯 선우가 주인공으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리며 독자의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아니,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이 읽기에도 좋다.

어느 학교에서나 있을 인기 있는 아이들 그리고 톡에 대한 답장이 늦어질수록 초조해져가는 마음, 이성에 대한 설렘, 주목받고 싶은 마음과 그렇지 않은 마음의 혼란스러움, 코로나로 인한 일상의 변화 등 학생일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어려운 이 모든 것이 녹아져 있다.

넌 유튜브 편집도 하는 애가 SNS를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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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는 공부, 외모, 운동, 인기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서빈으로부터 써빈로긴 유튜브 동영상 편집을 맡게 되면서 서빈이 포함된 네 명의 카리스마를 의미하는 '포카리스' 멤버 태하, 아람, 정후의 단체 톡 방에 초대를 받는다.

포카리스 멤버가 학교에서 자신을 모른척하고, 다른 사람이 서빈의 유튜브를 자신이 편집한다는 사실을 몰라 가끔 아예 없는 존재, 자신이 편집하면서 잘라낸 B컷이 된 것만 같아 서운함을 느끼는 선우이지만,

아이들의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밋밋한 부분을 자르고 매력적인 부분만 이어 붙여 속도감 있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만들다 보면 쾌감을 느꼈고, 완성본이 실제의 모습과 차이가 클수록 더 뿌듯'해 한다.

하지만 편집되지 않은 동영상을 보며 모든 것이 흠 하나 없이 매끄럽게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SNS 세상이 실제의 삶과 얼마나 다른지 조금씩 깨닫기 시작한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코로나로 줌 수업을 하게 되면서 평소 동영상에서 리액션이 거의 없어 편집되었던 정후의 진실을 알게 된다.

그가 편집하며 잘라낸 B컷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코로나로 인해 개학이 미루어지고, 대면이 아닌 줌으로 선생님이 수업하는 동안 개 짖는 소리, 엄마와 싸우는 소리, 불쑥불쑥 화면에 비치는 동생이나 할아버지 등 편집되지 않은 화면 속 세계가 사람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던 부분에서 문득 우린

개인이 의도한 대로 만들어진 세상을 선보일 수 있는 시대에 살며 SNS에 올려진 최상의 것만 보고 판단하고 단정 짓고 있는 건 아닐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선우가 던지는 메시지가 정말 좋았다. (왜 정후가 오면 자신이 먼저 인사하겠다는 말에 눈물이 날 거 같냐 말이다. ㅠㅠ)

■ 아무리 변동이 잦아도 확실한 건 우리의 삶은 진행된다는 거다. 멈춰 선 동안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아도 우리는 살아가고, 변하고, 자라는 중이다. 그 사실은 이 세상 그 누구도 편집할 수 없는 진실이다. 162

책을 펼친지 얼마 되지 않아 어느덧 마지막 페이지가 보였을 만큼 푹 빠져 읽었던, 프레임 바깥 편집된 세상 B컷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용기 낸 선우에게 나도 모르게 위로받았던 이야기 『너를 위한 B컷』.

프레임 바깥의 상황 '당신을 위한 B컷'에 '좋아요'와 응원을 보낸다.

ps. 둥이들 시험기간이라 함께 못 읽었지만, 다 읽고 바로 애들에게 이거 꼭 봐야 한다며 추천 날려줌.(좋은 소설을 만난 이 뿌듯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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