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식탁
야즈키 미치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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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식탁』

야즈키 미치코 |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일본 장편소설 / 380 p.

12살 초등생 학대 살해...

출근한 아침, 업무 사이트에 접속하기 위해 띄운 인터넷 창 첫 페이지에 떠 있던 신문기사 제목에 헉했다.

아이는 사망하기 전 16시간 동안 옷으로 눈이 가려지고 커튼 끈으로 의자에 손발이 묶인 채 있었고, 새엄마는 아이가 움직이지 못하게 홈캠으로 감시했다고 한다. 

건강한 웃음으로 웃고 있던 아이의 모습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말라가고 초점을 잃어가던 모습에 분통이 터진다. 이 아이가 무슨 죄가 있어서 이런 일을 당해야 한단 말인가? 무엇보다 편의점에서나 주위에서나 아이의 모습을 본 사람들의 신고가 없었다는 사실이 가장 마음 아프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내일의 식탁』에서도 비슷한 또래 '유'의 학대 사망 사건이라니... 

현실 같던 이야기에 단숨에 읽었던 『내일의 식탁』. 

이름과 나이가 같은 아이를 키우는 세 가정이 교차하며 등장하는 이야기를 통해 한 생명을 책임지고 키워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 책임이 따르고 어려운 일인지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리고 아버지의 무책임이란 이름으로 다가오던 폭력에 대해서도.

"엄청 어려운 일이네요……"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니 어려운 게 당연하죠.

포기하면 거기서 끝이에요.

아이를 지키는 것도 똑같습니다.

포기한 순간, 아이는 죽어요."

p.337




 

『내일의 식탁』은 '유'라는 아동이 부모에게 폭행을 당하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유'라는 똑같은 이름과 성별, 나이의 아이를 키우는 세 가정이 교차 등장하며 누구의 '유'였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세 가정 중에서 가장 경제적 능력이 있던, 남편의 안정적인 수입이 있고 시어머니와 같은 부지 안에 독립적인 단독주택에서 살고 있는 전업주부 이시바시 아스미의 우등생으로 그려지던 '유'였을까?

아니면 사진작가 프리랜서로 일하던 남편의 일이 줄어들면서 작가의 일을 재기해가던 이시바시 루미코의 사고뭉치 형제로 그려지던 '유'였을까?

그도 아니면 바람피워 놓고 당당하게 이혼을 요구하며 떠난 남편으로 인해 투잡하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싱글맘 이시바시 가나의 다정한 효자 '유'였을까?

이 궁금증은 이야기 말미에 등장하는 엄마에게 살해됐다는 '유'의 보도기사에 더 커져갔다. 그리고 이 세 가정 모두 이 사건으로 다른 전환점을 맞이하며 각자의 삶과 아이를 지키기 위해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데...




에이, 누군가를 시험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건 불가능하잖아? 엄마도 나를 시험하고 있잖아. …… 엄마도 그러잖아. 이렇게 하면 아빠가 좋아하겠지, 이런 말까지 하면 아웃이다, 할머니한테 미움받지 않을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그런 걸 다 생각하고 행동하는 거잖아. 다들 어느 정도 계산해서 인간관계를 만드는 거 아냐? 사람은 누구나 페르소나가 있는 거니까.

p.200~201

우등생이었던 '유'의 반전에 다른 두 '유'도 반전을 보일까 봐, 또 다른 조마조마함을 가지고서 읽어내려갔던 『내일의 식탁』이었다. 

'유'의 반전에 도대체 아이를 어떻게 키운 거냐 나와 상관없는 일이다, 엄마 책임으로 몰아가던 남편과 매일 같이 두 살 터울의 남동생과 싸우고, 어지르며 끊임없이 잔소리하게 만들었던 '유'와 일이 줄어들면서 집에서 놀게 된 남편이 보이던 모습엔... 정말... 할많하앓🤦‍♀️ 

아이 덕분에 웃고 행복하고 힘을 내기도 하지만 아이로 인해 한계에 다다를 때도 있다. 그렇게 천사와 악마의 바통터치 타임이 수시로 찾아오니, 한 생명을 책임지고 키워나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더 순탄하지 않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내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 유독 더 그러하지 않았던가?! 아이는 '내 마음대로' 휘두르는 존재가 아닌 지켜주고 사랑으로 키워나가야 하는 존재임을 잊지 말자. 

더 이상은 학대로 소중한 생명이 사라졌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일이 없길 간절히 바라고 바란다.🙏 그리고 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또한 생명을 지키는 일이 될 수 있으니🙏

ps. 세 가정의 이야기가 교차 등장할 때마다 각자 의미하는 책, 양말, 축구공 아이콘으로 시작해 주는 센스! 너무 좋았어요.👍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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