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씨 덕분입니다 - 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찐모녀 블루스
장차현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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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씨 덕분입니다』

장차현실 글·그림 | 한겨레출판


이른 아침부터 타고 가던 버스가 정류장에 서더니 한참을 움직이지 않는다. 


무슨 일인가 하고 보니 버스를 탑승하려는 사람이 자신의 자전거를 버스 앞에 설치 중이다.(와~) 그리고 돌아오는 버스에선 유모차가 버스를 타려고 하자, 마주 보고 있던 좌석에 앉은 사람이 당연하게 일어나 의자를 접고 유모차 설치를 도와준다.​


무엇보다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에서 핸드폰을 보며 어디로 가야 할지 검색을 하고 있는 우릴 보고 자동차가 멈춘다. 하지만 검색을 한다고 계속 서있기만 하자 차가 빵! 거린다. 어서 건너라고.


버스 운행이 지체되는 것에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던 상황. 사람이 건너지 않는 한 지나가지 않던 차들. 길지 않은 캐나다 여행 중 경험했던 일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아이들이 묻는다. 왜 사람이 서 있어도 차가 멈추지 않냐고. 


장애아를 키우는 이모 또한 말한다. 미국에선 장애인을 우선순위로 대해주는 제도가 잘 되어있어 장애아 키우기 좋은 나라라고.


그럼 우리나라는?​


『은혜씨 덕분입니다』를 읽을수록 점점 더 물음표가 커져 나가던 시간이었다.



📚___

왠지 사회 속에서 격리되어 있는 듯한 장애인들…. 이들이 의미있는 삶을 산다는 건 먼 이야기인 것처럼 생각했다. 그런데 그 '문제아'가 내 품에 왔다. 내 품에서 아이는 자꾸 자랐다. 이젠 그 '문제아' 없이는 하루도 견딜 수 없게 되었다. 소중한 은혜야, 네가 있어 정말 고맙구나. p.60


『은혜씨 덕분입니다』는 싱글맘이자 23년 차 만화가인 저자가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과정을 만화로 담은 그림 에세이 책이다.


저자가 은혜를 키우며 경험했던 순간순간의 일상이 짧게는 10컷, 길게는 18컷의 그림으로 그려져 있는데 이 과정들이 자연스럽게 내가 아이를 키우던 때를 떠올리게 했다.


​다른 아이들의 발달에 못 미치면 불안해하고 속상해하기도 하고, 어서 빨리 걸었으면 하다가도 여기저기 물건으로 집을 엉망으로 만들 땐 힘들어하기도 했던 그때를. 


아이를 키우며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찾아와 힘들다가도 아이 덕분에 웃고, 행복해하던 그 시기를.


저자의 육아 성장 일기를 보며 함께 울컥했다가, 함께 빵 터져 웃었다가, 함께 불끈한다!!! 


​그리고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한 배우 정은혜의 열두 살 무렵까지의 모습을 통해 과거를 그리고 현재와 미래에 대해 생각한다.



✍️___

"현실을 바로 보는 것은 괴로움이 아니라 치유의 시작이라구요."

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이는 또 다른 기적일 수 있다. 엄마들은 좀 더 단단해져야 한다. p.42


정말 장애가 있고 없고를 떠나 한 아이가 이 사회에 잘 적응해나가고 혼자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부모뿐만 아니라 이 사회 또한 힘써야 한다. 


통합반으로 교육을 해나가며 서로 익숙해질 수 있도록 기회가 주어지고 있으나, 조금은 더 그들이 일상생활을 '경험'하기 위해 큰맘 먹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그리고 육아를 했거나 육아 중이시거나 육아에 지친 분들 혹은 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저자의 유쾌함이 가득한 『은혜씨 덕분입니다』가 궁금하신 분들께 권한다. 


정말 울컥하고 추억여행하다가도 저자님의 마지막 한 방에 빵 터졌던 이야기였다.^^




■ 내가 한 달에 버는 돈은 100만원 남짓한데, 거의 은혜 교육비로 써버리고 나를 위해 돈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째서 국가는 나의 짐을 덜어주지 않는 걸까? 나의 불행에 대해선 어찌 이리도 무심한지. 아~ 가난도 싫고 돈도 싫고 나라도 싫다! 모두 싫다! p.46


■ 난 이 작은 여자가 자기 자신이 여자라는 게 좋고 따뜻한 능력을 소유하며 스스로 선택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자신이 선택한 기쁜 성을 누리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부당한 것에 맞부딪혀 싸울 줄 아는 보다 인간적인 모습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그리고… 난 나 자신도 그렇게 단련하고, 아이에게 단비를 내려주는 좋은 엄마이고 싶다. p.108


■ 아이를 위해 자신의 모든 꿈을 포기한 엄마의 초점 잃은 눈빛이 아이에게 과연 삶의 희망을 줄 수 있을까? 나라도 정신 차리자.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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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차현실 #한겨레출판

📍사진·그림 에세이 / 200 p.


하니서포터즈 5기 책으로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직접 읽고 남기는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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