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우연 - 제1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63
김수빈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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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우연』

김수빈 | 문학동네


청소년 소설 / 232 p.

아폴로 11호에 탑승했던 사람은 닐 암스트롱, 버즈 올드린, 마이클 콜린스 세 사람이었지만, 달에 발자국을 남긴 사람은 두 명이었다고 한다. 

48분 동안 지구와도 교신이 끊긴 채 홀로 우주선에 남아 오롯이 달의 궤도를 비행하며 혼자 달의 뒷면을 봤을 콜린스... 그는 달의 뒷면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나는 밤하늘에서 항상 봐왔던 달의 뒷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던가?

우주와 달이란 소재로 수현과 반 친구들의 관계를 풀어나가던 이야기가 주는 재미에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 상황에 나를 대입하게 만든다. 만약 내가 수현이었다면? 고요였다면?

이미 지나버린 지 오래인 학창 시절임에도 왜 감정이입이 되는 걸까?! 나조차 이러한데 또래 친구가 나오는 『고요한 우연』을 읽은 아이는 더했나 보다.

"엄마, 그 책 재미있죠?"

생각지도 않은 아이의 질문 그리고 그 질문에 바로 "응"이라고 대답할 수 있게 했던 책이었다. 


그 애였다. 어젯밤 꿈속에서 나를 돌아보던 얼굴.

p.27

꿈속에서 어떤 이유로 울었는지는 모르나 현실에서도 슬픈 감정에 울며 깨어난 수현은 반에서 자신의 꿈에 나타났던 아이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때부터 '있어도 없는 것 같고 없어도 있는 것 같은 그런 아이, 아이들의 관심을 끌지 않을 만큼만 혼자인 이우연'이 궁금해진다. 

그렇게 작은 관심과 호기심으로 우연이를 관찰하기 시작한 수현. 그리고 우연히 우연이가 보던 SNS를 통해 고요와 정후의 SNS을 알게 되고 부계정으로 팔로우를 하게 되며 진행되던 이야기.

연예 기획사 관계자들이 교문 앞에서 기다릴 만큼 이쁘고, 전교 1등을 한 번도 놓친 적이 없을 만큼 똑똑했지만 중학생 여자아이가 감당하기 쉽지 않은 추문이 끊이지 않았던 고요.

또래 남자아이들보다 어른스럽고 다정했으며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곧잘 해 반에서 아이돌 같은 존재이자 수현이 입학식 날 첫눈에 반한 정후.

이들은 오프라인 공간에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온라인이란 공간을 통해 나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수현은 평소 알지 못했던 친구들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된다. 마치 달의 뒷면을 홀로 봤던 콜린스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를 속이고 있다는 죄책감에 힘들어하던 수현은 친구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밝힐 수 있을까? 친구들의 괴롭힘을 당하던 고요와 밝음 속 뒤에 힘듦이 있던 정후는 어떻게 나아가게 될까? 갑자기 사라진 우연의 행방은?


고요가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 다른 아이들에게 미움받을까 봐 선뜻 나서지 못했던 수현의 마음에 동요했고, 친구 고요가 모르게 몰래 도와주던 수현을 응원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호의를 무시했던 고요가 먼저 미움받을 행동을 했다고 말하는 친구들을 보며 수현이 했던 생각에는 밑줄을 긋는다.

미움받을 행동을 하면 괴롭혀도 괜찮은 걸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면 상대를 괴롭힐 권리가 주어지는 걸까.

p.59


현재 아이와 그 또래가 하고 있을 고민과 우정, 괴롭힘 등이 섬세하게 그려지며 공감을 일으키던 『고요한 우연』. 왠지 모르게 이 책은 다 읽고 나서 더 되뇌게 만드는 힘을 가진 거 같다. 그리고 울컥함도 몰려온다.

재미있었다고 말하면서도 마지막 결말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다던 율. 어떻게 보면 열린 결말이라고 할 수 있을 끝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그 결말이 더 마음에 든다. 성장통을 겪으며 지금을 살아가고 있을 청소년의 미래를 응원하게 되던 그 결말이. 그리고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나아가게 했던 그 마음이.

오랜만에 아이와 함께 읽은 청소년 소설이 더없이 좋아서 더 뜻깊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관계 속 작은 관심과 마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반성과 다짐도 함께했던 시간이었다.

그런데 왜 아이보다 내가 더 성장한 거 같을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 『고요한 우연』, 인상 깊은 글귀

김수빈 장편소설 추천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

비겁한 게 아니라 평범한 거야.

모두가 슈퍼맨일 수는 없잖아.

p.104

사람이 사는 데 이유가 꼭 필요해? 사람이니까 살아가는 거지. 사람만이 아니야.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살아갈 권리가 있고, 살아가야 할 의무가 있는 거라고.

p.139

나는 안타까웠어. 할 수만 있다면 기준을 바꿔서라도 행성이라는 이름을 다시 붙여 주고 싶었어. 그땐 미처 몰랐거든. 우리가 어떤 이름으로 부르든 명왕성이 별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걸. 꼭 행성이 될 필요는 없는 거야.

p.231



+출판사지원도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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