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푸른숲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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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슈테판 츠바이크 | 안인희 옮김 | 푸른숲


인문교양 / 690 p.

평전이 이래도 되는 건가?

왜 술술 읽혀?! 왜 웬만한 소설보다 흥미로운 거야?? 왜에?

천재적인 글쓰기 재능을 가졌으나 본인이 그 재능을 몰라볼 땐 무한도전에서 ‘잘생겼는데 자기는 몰라, 인기가 많은데 자기는 몰라’를 외치던 하하가 떠올랐고, 그가 만지는 것마다 빚더미로 변하는 과정에선 황금의 손 미다스 왕이, 과도한 꿈에 사로잡혀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성공한 삶을 그리던 때는 돈키호테가 떠올랐던 

그 어느 소설보다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발자크 평전이었다.

그리고 왜 알쓸인잡에서 김영하 작가가 사랑에 빠질만한 인간으로 19세기 '사실주의 문학'의 시조로 꼽히는 오노레 드 발자크를 소개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작고 두꺼운 책 외양에 저 멀리 치우지 마시고 ㅋㅋㅋ 소설 속 한 주인공 못지않은 발자크의 삶을 그 어느 때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니 시작해 보시길!^^


그는 일을 했을 뿐 살지는 않았으며 사랑한 적도 없었다.

p.100

발자크는 태어나자마자 집 밖으로 내보내져 유모에게 맡겨졌고, 그곳에서 만 네 살이 될 때까지 살았으며 더욱 넓어지고 살기도 넉넉해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낯선 집에서 하숙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일곱 살 때 기숙학교로 쫓겨나 힘든 학교생활을 7년이나 이어간다.

한 번도 어머니를 가져본 적이 없다고 말하던 그. 자신의 삶에서 모든 불행의 원인이었다는 어머니. 그래서였을까? 그는 어린 시절 내내 자신이 어머니에게서 얻을 수 없었던 모습을 다른 여자들로부터 얻으려고 했다.

어우, 장난 아니었지.


그(나폴레옹)가 칼로 시작한 일을 나는 펜으로 완성하련다.

p.163

하루에 18시간씩 글을 쓴 발자크.

사흘이면 잉크 병이 하나씩 비고 펜이 열 개나 닳아 없어졌을 정도로 20년 동안 74개의 장편소설과 단편소설, 스케치 등 다작을 했던 그는 글쓰기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그는 자신의 재능을 몰랐을 뿐만 아니라 더 이상 글을 쓰지 않기 위해, 더는 돈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처지가 되기 위해 글을 썼다. 

그리고 소설로 부를 얻기보단 다른 삶으로 부와 명예를 얻기를 원했던 그는 글로 번 돈으로 수많은 사업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의 재능은 소설 쓰기에만 국한되었고 사업에선 빛을 보지 못했다. 

출판업, 인쇄소, 활자 제조 사업 등 하는 것마다 족족 망하며 적자를 남겼고 의회에서 자리를 차지하려 했으나 뽑히지 못했으며 집을 지었으나 그 집마저 담보로 잡히고 빼앗겼다. 

그래서 또다시 글을 쓰고 쓰고 썼다. 그 빚을 갚기 위해 그리고 다시 또 사업을..... 띠로리.

나는 읽을 수도 쓸 수도 없다네.

p.658

누구나 한 번쯤은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의 선택을 두고 고민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지금도 계속되고 있을 현재진행형 고민일지도 모른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거나 혹은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같다면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결국은 하나의 선택지를 정해 살아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그리고 바람을 가지고 꿈꾸며 살아간다. 내가 선택하지 못한 다른 선택지의 삶을. 지금의 일상을 벗어나 조금은 더 자유롭고 물질적인 안정을 가져다주는 다른 삶을...

그가 만지는 것마다 황금이 아닌 빚더미로 바꾸었음에도 천재적인 재능을 보인 글쓰기가 아닌 다른 일로 명예와 부를 얻고 싶어 끊임없이 시도하고 꿈을 버리지 못했던 발자크처럼. 

가끔 과도하고 공상적이며 낙천적인 천성으로 빚더미가 늘어날 땐 ‘으이구 인간아!’가 나오기도 했지만 아마도, 마감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다른 삶의 그 바람이 그의 삶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지 않았을까?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바람이 작가로서의 성공을 가져다주었으니, 인생 참 재미있지 않은가?! 

마감 노동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그에게서 도돌이표 같은 일상을 벗어나 로또의 꿈을 꾸는 내 모습이 보이기도 했던 ㅋㅋ 그의 삶에서 지금의 삶에 대해 그려볼 수 있었던 웬만한 소설보다 흥미롭게 읽었던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이었다.

ps. 그의 삶을 보고 나니, 약 90편의 소설로 이루어져 있으며 2000여 명의 등장인물을 다루는 『인간희극』이 보고 싶다. 2000여 명이라니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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