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버 - 어느 평범한 학생의 기막힌 이야기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 지음, 한미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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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버』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 | 한미희 옮김 | 문예출판사


독일 소설 / p.428

7년은 얼마나 짧고 하찮은 시간인가.

그 시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며,

오직 지금 일어나는 일만 저울에 올려졌고,

그래서 두 배로 무거웠다.

p.85

'매우 우수', '우수', '충분', '미흡'으로 평가되는 학업 성취도. 대학 입학 자격을 결정하는 시험인 고등학교 졸업시험. '미흡'은 낙제를 의미했고, 시험의 합격은 전국 모든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고 여겨졌다.

8세부터 시작해 19세가 될 때까지 12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면서 그 과정보다는 균등한 틀에 갇힌 채 '결과'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이 좌지우지되는 것이다.

누가 그들에게 한 인간의 삶을 결정할 권리를 주었을까? 그 자격을 결정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오직 당신, 교수님이시죠! …… 임신 초기의 태아가 세상에 나와도 되는지 묻는 거예요. 말도 안 되지요, 그렇죠? 설사 그럴 수 있다고 해도 누가, 누가, 대체 누가 태아에게 자격이 없다고 말할 권리가 있을까요?' p.242-243




 

한 교수는 게르버를 재능이 많고 오래전 학교 수준을 벗어난 젊은이라 말한다. 그리고 그의 반항적인 모습은 단지 젊은이의 자연스러운 기질에서 오는 거며, 학교가 주는 기회가 충분하지 않은 거라 말한다.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서 신으로 거닐고 싶었던 절대적 권위를 지닌 수학 교수 쿠퍼신(神)은 게르버가 자신의 수업에서 웃을 일이 없을 거라 말하며 버릇없는 그의 기를 꺾어놓을 거라 말한다. 그것도 게르버의 아버지에게 대놓고. 

동일한 인물 게르버를 두고 다른 말을 하는 교수들. 그들의 견해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과연 이 상황에서 아주 중요한 학년 '졸업반'이 된 게르버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교수로부터 졸업 시험에 대해 합격 판정을 받아야 했던 그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 상황을 잘 헤쳐나가길 응원했다. 그리고 절대 권력에 푹 빠진 교수 쿠퍼신에게 K.O를 날려주길 바랐다. 

때론 그가 이성 친구로 인해 방황하고 학업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면 절로 잔소리를 하게 만들었지만 그 또한 청소년이었으니 또 이해가 되던 웃픈 상황이 생긴다. 그리고 너무나도 생생하게 그려지는 인물들의 행동과 사회 제도가 현실감 있게 다가와 지금 어디에선가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뒤로 갈수록 빠져들었던 소설 『게르버』였다.

저항해? 기회가 오면 바로 강하게 버텨?

나는 납작 엎드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맙소사, 졸업반이야, 중요한 학년이라고.

p.15

두 아이의 부모로서, 게르버가 처한 상황이 남 일 같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지금 현재 모든 학생들의 일처럼 여겨졌다. 특히 고3 수험생들의 모습이 덧입혀지며 숨이 막혀왔다. 

특히 반 전체가 보는 앞에서 교수로부터 따귀를 맞은 슐라이히가 그 교수에게 미흡을 받지 않기 위해 용서를 빌어야 했을 때, 쿠퍼신의 질문에 모든 대답을 하던 차셰가 미흡을 받을 때까지 계속 테스트를 받아야 했을 때 그리고 게르버의 생각지도 못한 마지막 선택에.

나 또한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제도에 따라 살았다. 그리고 그들처럼 그 모든 일이 얼른 다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생각했었다.

나치 정부의 금서 판정을 받았던 『게르버』를 통해 지금 학교의 역할이 무엇일지 생각을 안 해볼 수가 없다.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어떤 일이 우리 중 한 사람에게 일어난다면, 그건 더는 개인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

내 청춘은 슬프게 지나갔네

봄의 환희를 느끼지도 못했는데

가을은 다가올 이별의 전율을 불어넣고

내 마음은 죽음을 꿈꾼다네- p.397

학생은 진리를 몰라요?

학생은 정의를 몰라요?

학생은 사랑을 몰라요?

그걸 몰라요?! 고마워요, 이제 됐어요. 끝났습니다, 인생 수험생…… 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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