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나 아티스트
알카 조시 지음, 정연희 옮김 / 청미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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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나 아티스트

알카 조시 | 정연희 옮김 | 청미래

영미소설 / 464 p.

나는 세 명의 사라스바티 여신

(예술, 학문, 지혜의 여신)이 지닌

지식을 몹시 가지고 싶어요!

나를 작은 삶 안에 가두기 전에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세요.

p.245

만약 자신이 태어날 나라와 부모, 성별에 대한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가끔 그 나라만이 가진 제도에 갇혀 날개를 펼치지 못한 사람들을 만날 때면 종종 상상해 보게 된다. 

조금은 더 나은 삶을 살아갔을까? 아니면 자신이 원하던 환경이 주는 안락함에 자신의 정체성도 삶의 이유도 찾지 않은 채 안주하며 살아갔을까?

하지만 「헤나 아티스트」의 주인공 락슈미처럼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환경 또한 중요하겠지만 어쩌면 그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개인의 의지가 삶의 이유를 찾게 만들고 자신의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게 만들며 모든 것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녀가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려고 노력할 땐 응원했고, 동생의 존재로 위태로워질 때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안타까워했으며 이야기의 끝을 보았을 땐 괜히 내가 성장한듯한 뿌듯함마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왜 할리우드 배우 리즈 위더스푼이 강력 추천한 도서인지도 알 수 있었다. 

라다가 기쁨을 본 곳에서 나는 곤경을 보았다. 라다가 사랑을 본 곳에서 나는 책임과 의무를 보았다. 그것이 한 동전의 양면일 수 있을까? 그 애가 내 삶에 들어온 후로 나는 사랑과 의무, 기쁨과 분노를 모두 경험하지 않았는가? p.375

화려한 도시 자이푸르에서 상류 계급의 부인들 몸에 헤나 문양을 그리며 헤나 아티스트로 성공의 길을 걷고 있던 락슈미였다. 자신만의 집을 지어 그 집에 부모님을 모시고 오리라는 목표를 이룰 날도 멀지 않았던 그녀의 삶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자신도 모르는 여동생 라다가 등장하며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자신이 떠난 후 태어났다는 라다

사실 락슈미는 부모님이 정해준 남편과 원치 않는 결혼을 했었고,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끝내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쳐 나와 자이푸르에 자리를 잡았던 것이다. 

그녀가 달아난 뒤 남겨진 가족이 사회에서 배척되고 무시당하며 종교의식, 결혼식, 탄생일, 장례식에도 갈 수 없었던 상황. 그녀가 떠나고 태어나 동네에서 재수 없는 계집애로 불리며 후에 부모마저 돌아가시며 보호받지 못한 채 살다 자신을 찾아온 여동생 라다.

나였어도 나로 인해 그들이 겪어야 했던 상황들에 마음 아팠을 것이고 죄의식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죄의식을 느끼며 라다에게 자신보다 나은 삶을 주려고 더 열심히 일하려던 그녀가 안타까웠다. 그리고 이런 그녀의 마음을 모르고 행동하며 피해를 주던 라다가 미웠다.

정말 '영리하지만 순진했고, 용감하지만 무모했으며, 도움이 되지만 경솔해서 다루기가 아주 까다로웠'던 라다는 표현이 딱 맞다. 하지만 라다 또한 그 누구도 더 나은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반응했으리라. 그래서 그녀 또한 성장하리라 생각했다.

설마 칸타에게 책을 읽어주며 라다가 상상력을 키우고 세속적인 생각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리고 그 계기로 불러온 예기치 못한 상황이라니...

락슈미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게 될까? 

락슈미가 여자에게 배타적인 인도 사회의 차별에 맞서며 좌절하지 않고 나아가던 모습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무엇보다 내가 알지 못했던 아름다운 헤나의 문양과 향신료를 듬뿍 뿌린 이색적인 요리 등 이색적인 인도 문화를 접할 수 있어 좋았고 그녀의 주위 인물들과의 이야기도 좋았다.

넷플릭스 영상화가 확정되어 프리다 핀토가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상태이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인 「헤나 아티스트」는 현재 락슈미를 도와주던 말릭을 주인공으로 한 2권이 작년에 출간되었으며, 여동생 라다가 주인공인 3권이 출간 예정이라고 한다.

자이푸르 왕가의 먼 친척 파르바티 싱과 그녀의 남편이자 카스트의 이름난 건축가인 사미르 싱, 항상 그녀의 곁에서 머물며 잡일을 도와주며 락슈미를 앤티-보스라 부르던 말릭, 라다의 친구가 된 칸타 그리고 락슈미의 약초 치료법을 배우고 싶다던 제이 쿠마르 박사를 또 만나볼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도 3권까지 번역 출간되어 끝을 볼 수 있길 희망해 본다.^^

나는 만 번의 헤나 획을 남기고 떠난다. 나는 더 이상 스스로를 헤나 아티스트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고, 누가 물어보면 고통을 치유하고 덜어주며 건강을 찾아주는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다. 순종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부질없는 사과는 놓고 떠난다. 과거를 다시 쓰고자 한 열망은 두고 떠난다. 기술, 배움에 대한 열망, 내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삶에 대한 갈망. 이것들은 내가 가져갈 것들이다. 피, 숨, 뼈가 그렇듯이 이것들은 내 일부이다.

p.413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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