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탄의 세이렌
커트 보니것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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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의 세이렌

커트 보니것 |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SF 장편소설 / 432 p.

내가 배운 단 한 가지는

세상엔 운 좋은 사람과 운 나쁜 사람이 있고

하버드 경영대학원 졸업생조차

그 이유를 말해주지 못한다는 거야.

p.118

정말 모든 것이 정해져 있는 걸까? 아이들과 즐겨보던 런닝맨에서조차 이광수는 예능 신이 도와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매 순간 선택한 결과가 어이없을 정도로 그를 똥손이라 말했고, 콘스턴트처럼 저 위 누군가가 좋아한다는 듯 송지효가 선택하는 결과들은 그녀를 금손이라 칭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느 쪽에 속하는 사람인 걸까? 그리고 결국 이 모든 것이 정해져 있는 운명이었다면 내가 살아간다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평생 동안 아무런 이유도 목적도 알 수 없는 행운이 이어지며 지구상 최고의 갑부가 된 콘스턴트가 그 행운들을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며 그저 “저 위의 누군가가 날 좋아하나 봐!”를 외치는 모습에, ‘그래! 어쩌면 정말 우리가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을지 몰라’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분명 그랬는데....

와~ 이 「타이탄의 세이렌」은 뭐지?! '지금까지 이런 장편소설은 없었다! 이것은 공상과학 소설인가, 추리 소설인가?!'를 외치게 만든다. 정말 1959년에 출간된 소설이 맞는가?! 작가님의 독창적인 상상력에 매 순간 놀라는 건 기본이요, 거기에 추리소설인가 할 정도의 반전에 반전도 있었으니, 묘하다 이 소설!



 

콘스턴트 씨, 분명히 말하는데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우주가 거칠고도 거친 공간이라고 말해줘도 고마워할 사람은 아무도 없소.

p.33

아무 노력 없이 이어지던 행운으로 최고의 갑부가 된 콘스턴트는 어느 날 비어트리스 럼포드로부터 초대를 받게 된다. 그것도 모두가 보고 싶어 하는 그녀의 남편이 물질화가 이루어지는 날에 저택으로 오라는 초대를. 


그리고 개인 우주선을 타고 화성과 이틀거리에 있으며 지도상에는 없는 크로노-신클래스틱 인펀디뷸럼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는 사고로 오십구일에 한 번씩 그의 개 카작과 자신이 물질화되는 럼포드로부터 예언을 듣게 된다.


자신은 한 번도 타이탄이라는 곳에 아니 지구 대기권 밖으로조차 한 발자국도 나간 적이 없는데, 자신이 화성, 수성 그리고 다시 지구로 돌아온 다음 다시 타이탄으로 여행을 하게 될 것이란다. 거기에 자신의 아내 비어트리스와 화성에서 결혼 아니, 정확히 말해 교배될 예정이고 둘 사이에서 크로노라는 이름을 가진 아들을 갖게 될 것이라고. 


4차원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 여러 장소만이 아니라 여러 시간에 걸쳐 널리 흩어져 있게 됨으로써 미래를 볼 수 있게 되었다는 럼포드의 예언이 맞는 것일까? 정말???



나는 일련의 우연에 희생당한 사람입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이.

p.299

그의 예언에 맞서듯 콘스턴트는 그 나름대로, 비어트리스는 그녀 나름대로 대처를 한다. 하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결국 럼포드의 예언처럼 하나둘 이루어져 가는데... 그 과정이 '와~ 이렇게까지 한다고?!’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상상을 초월한다. 그리고 이 놀라움은 커트 보니것 작가가 이 이야기의 끝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궁금하게 만들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했다.


처음엔 저 위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하나 보다며 행운을 신의 손길인 양 받아들이기만 했던 콘스턴트 그도 계속되는 시련에 기억과 재산과 가족을 잃어가며 결국 자신은 일련의 우연에 희생당한 사람이라 말한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이.


하지만 정말 우리는 일련의 우연에 희생당한 사람일까?! 


열심히 살아가다가도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는지 생각하게 되고, 때론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어 포기하고 싶다가도 또 내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나아가길 반복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 우연도 우리가 선택한 우연이고 결국은 그 우연히 모여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게 되는 게 아닐까? 어쩌면 그렇게 모든 우연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을지도 모른다.


개인의 운명과 삶의 무의미함 그리고 그 삶에 대한 각자가 짊어져야 하는 무게를 커트 보니것 작가만의 블랙코미디와 풍자로 만나며 생각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과 동시에 색다른 SF 장편소설을 만나보고 싶으신 분들께 권한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만나리라.^^


+ 문학동네 출판사로부터 협찬받은 도서로

직접 읽고 남기는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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