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러줘 우리를, 우리 지닌 것으로
어맨다 고먼 지음, 정은귀 옮김 / 은행나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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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러줘 우리를, 우리 지닌 것으로

어맨다 고먼 | 정은귀 옮김 | 은행나무

시 / p.248

우리는 수개월 동안 입이 없었다.

활짝 웃고 있었을 수도 있다. 찡그리고 있었을 수도 있다.

유리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물어보아야 한다:

마스크 아래에서 우리는 누구였는가.

그게 쓰레기통에 버려진 지금 우리는 누구인가.

'익명으로' 중에서

검은 마스크 그림 위에 쓰인 어맨다 고먼의 '익명으로' 시가 자연스럽게 마스크를 쓰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9월 26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되었음에도 여전히 마스크를 벗지 않는 아이들. 이제 실외에서 벗어도 된다고 아무리 말을 해도 이젠 벗는 것이 더 어색하다며 손사래를 친다. 

마스크를 벗는 것이 속옷을 벗는 것과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하니... 정말 마스크 아래에서 우리는 누구였는지, 마스크가 쓰레기통에 버려진 지금 우리는 누구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미국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서 축시 '우리가 오르는 언덕'을 읽은 시인이자 환경, 인종 및 젠더 평등을 위해 활동하는 사회운동가 어맨다 고먼. 그녀의 첫 시집 「불러줘 우리를, 우리 지닌 것으로」는 총 일곱 장 '진혼곡', '인간은 얼마나 만신창이인가', '지상의 눈들', '기억술', '속죄', '분노 & 믿음', '결의안'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집의 특색이라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해오던 시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론 문자 메시지로 때론 물고기와 병, 마스크 등 다채롭고 창의적인 모습으로 우리를 반기며 눈을 즐겁게 만든다. 그리고 그 자유로운 모습에 나도 모르게 덩달아 이리저리 돌려가며 시를 읽게 되고, 어느새 조금씩 시에 스며든다. 

하지만 자유분방한 모습과 달리 시에 담긴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사회학을 전공한 작가답게 시에서는 미국의 역사와 문화가 녹여져 있다. 그리고 지워진 역사를 구석구석 복원하고 기억해 시로 표현하며 우리의 정체성과 언어, 역사 등 다양한 주제를 담아 이야기한다. 전쟁에 참전한 흑인 병사의 일기가 시로 재구성되기도 하고 다양한 소수자들의 모습과 팬데믹 시대를 겪으며 우리가 함께 경험한 고통과 슬픔을 담은 시를 만나기도 한다.

그중 이주민들에게 왜 팬팩스에 오게 되었는지 스스로 어떤 성공을 새로이 거두었는지 조사한 내용을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작성한 시가 기억에 남는다. 팬뎀에서 제일 원했던 게 뭐였냐고 묻던 질문에 대한 답변 '사람들'이 유독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으니... 정말 그리웠나보다, 나도. 

어쩌면 우리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며 서로 격리된 채 소통의 부재로 점점 멀어져 갔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격리되고 고립될수록 오히려 우리가 하나의 공동체임을, 서로에게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에 대해 어맨다 고먼의 첫 시집 「불러줘 우리를, 우리 지닌 것으로」에 담긴 70편의 시가 우리에게 앞으로 어떤 인간이어야 하고 어떤 세계를 만들어 가야 하는지, 함께 어떻게 헤쳐나갈지 묻고 또 물어옴과 동시에 전한다. 연대와 사랑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정말 '나'가 아닌 '우리'가 함께하는 길이기에 우리 모두가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

전쟁이나 경계심 없이도

우리가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

희망이 있어서 낙관적인 것이 아니라,

낙관적인 것만이 희망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 수 있기에.

……

우리가 서로서로 만들어나갈

우리 & 모두를 그려본다:

- '한 나라의 진실' 중에서 -





+ 은행나무 출판사로부터 협찬받은 도서로

직접 읽고 남기는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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