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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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마텔의 101통의 문학 편지

얀 마텔 |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에세이 / p.634

누군가로부터 꾸준히 편지를 받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것도 보내는 이의 추천 도서와 함께 말이다. 아마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받는 이었다면 매번 그 편지가 기다려질 거 같다.

그래서 얀 마텔 저자가 신중하게 고른 책을 동봉해 자국 캐나다 수상 스티븐 하퍼에게 보낸 101통의 편지를 읽는 내내 그 수상이 부러웠고 수상의 보좌관으로부터 일곱 통의 형식적인 답장이긴 했으나 답장을 받은 날엔 꼭 내가 답장을 받은 거 마냥 기쁘기까지 했다. 

그런데 저자는 자신이 소통하길 원했던 수상으로부터 단 한마디의 답도 듣지 못했음에도 왜 101통의 문학 편지를 보낸 것일까?



캐나다가 50년 동안 일궈온 다양한 문화 예술이 5분도 안 되는 시간에 정리되는 그 순간, 다음 의제에만 열중하고 있던 수장을 본 저자는 그에게도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며 혼자 빈둥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라는 기능적인 문제보다 ‘이것은 왜 이렇고, 저것은 왜 저럴까?’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할 시간이.

그렇게 문학 작품이 주는 고요함을 전하고자 책을 편지와 함께 전달하기 시작한 저자였고, 그의 주옥같은 말에 포스트잇 붙이기 바쁘게 마치 수상이 나인 듯한 착각에 빠져 그의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하나의 편지가 길지 않게 구성되어 있어 읽기 쉽고 수상에게 책을 보내며 쓴 추천 이유를 읽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목록을 보고 먼저 보고 싶은 편지를 봐도 좋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건 저자가 제일 처음 수상에게 권한 책이 나도 읽었던 레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었다는 사실!! 아니 여기서 보니 더 반갑고 괜스레 인정(?) 받은 듯한 막 뿌듯함이 밀려온다. ㅋㅋ 

이처럼 기존 읽었던 책을 만났을 땐 반가움과 함께 내가 책을 읽으며 느꼈던 점과 어떻게 같고 다른지를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고 읽지 못한 책은 그 책대로 앞으로 읽을 책 목록에 추가가 되던 시간이었다.

정말 저자가 생각하는 문화 예술의 중요함과 고요한 사색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내 마음까지 함께 울렁이던 그 시간이 참 좋았다. 그래서 앞으로 만날 문학 작품들이 더 많이 기다려진다. 

■ 시시한 작품부터 훌륭한 고전까지 어떤 책이든 우리에게 다른 삶을 살게 해주며, 다른 이의 지혜와 어리석음을 가르쳐줍니다. 어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우리는 가공되지 않은 지식을 얻거나 깊은 깨달음을 얻어 더 많은 것을 알게 됩니다. .... 현실이나 소설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얻어 넓혀지지 않은 삶, 오직 자기 자신의 한정된 삶만을 사는 사람만큼 애처롭고 위험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p.116



ps. 일방적인 러브레터 같았던 편지 속에서 자신만의 외로운 북클럽이라던 자자가 우리의 북클럽이 맞이하는 첫 번째 생일이라며 자축하기 위한 시집을 보내기도 하고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다 읽었다면 다른 이에게 빌려줄 수 있냐고 묻기까지 하는데 넘 귀여우심 ㅋㅋㅋ 

🔖____

■ 우리는 일하고 또 일해야 하고, 달리고 또 달려야 한다. 가끔씩 숨을 헐떡이며 혼잣말로 “아이쿠, 삶이 정신없이 달리고 있군”이라며 투덜대지만 진실은 정반대이다. 삶은 조용한 것이다. 정신없이 달리는 건 우리뿐이다. p.22

■ 여기에 문학의 위대함이 있습니다. 그리고 모순되게 들리겠지만, 소설 속 등장인물들에 대해 읽어갈 때 우리는 결국 우리 자신에 대해 읽는 것입니다. 이런 부지불식간이 자기점검에서 때때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미소를 지으며 인정하게 됩니다. p.41


■ 노숙자든 부자든 누구에게나 잠자리 옆에 작은 공간이 있습니다. 그 공간에서 밤이면 책이 빛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루를 내려놓기 시작하며 마음이 차분해지는 순간, 잠들기 전에 책을 집어 들고 잠시 몇 쪽이라도 읽는 그 순간이, 다른 사람이 되어 다른 곳에 있기에 가장 완벽한 시간입니다. …… 결국 선택의 문제이지요. p.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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