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느린 걸음
김병훈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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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느린 걸음

김병훈 | 진선북스

포토 에세이 / p.264

언제부터였을까? 하루가 24시간이 아닌 48시간이길 바라기 시작한 날이. 그리고 24시간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은 날이. 

아마도 무의식적으로는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더 많은 시간이 주어져도 지금과 다름없는 하루를 보내며 그때도 더 많은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있을 것이란 것을. 그리고 이건 시간이 아닌 내 마음속의 여유로움의 부재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조금씩 내려놓는 방법을 연습하기 시작했던 거 같다. 아니, 어쩌면 '에라잇 모르겠다'라는 마음이 한 스푼 더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마음인 듯 저런 마음인 듯 어떠하리! 가끔은 느린 걸음으로 걸으며 내 삶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작은 노력이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공간 속으로, 사람들 사이로 그리고 사물과 틈 사이로 들어가 추억과 기억, 시간을 온전히 기록'한 저자의 「가끔은, 느린 걸음」을 통해 다시 한번 그 의미를 새겨 본 시간이었다.





「가끔은, 느린 걸음」은 우리가 쉽게 지나치고 놓치며 지나가는 우리의 삶의 평범하고도 특별한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과 함께 짧은 시와 같은 글이 더해진 포토 에세이이다.

걸으며 보이던 나무를 보며 각자의 영역을 지키며 부딪치거나 상처 내지 않고 서로를 풍성하게 만들어간 가지처럼 우리의 세상살이도 그러길 바라기도 하고, 봄과 여름 사이 짙은 풀 냄새와 습한 공기의 향기로움에 행복함을 느끼기도 하며, 바람이 부는 너른 들판 가운데에서 대기의 온도와 기압이 만들어 내는 공기의 흐름에 따라 인간의 인생이 결정된다는 어느 나라의 속담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렇게 저자의 느린 걸음을 따라 걷다 어느새 나 또한 나만의 느린 걸음으로 추억 여행을 하기도 했다. 

특히 동네 친구들과 함께 따라다녔던 방구차와 아주 크고 멋져 보였던 엿을 받아볼 거라고 여러 번 시도했던 뽑기를 만났을 땐 유독 더 반가웠다. 

'잠상과 기억' 편 낯선 여행에서의 사진 촬영의 이야기에선 기억하기 위해 남기는 여행의 기록들이 퇴색되어 불완전하기에 더욱 애정 어리다는 말에 과거에 기록하기 위해 남겼던 수많은 나의 사진이 스쳐 지나갔고 멈쳐버린 나의 기록에 대해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언제부터였지?! 

그리고 '바닷가의 연인' 흰둥이와 검둥이의 이야기는 마음을 울리기까지 한다.





저자가 느리게 걸으며 담은 일상의 순간들의 흑백 사진을 보는 재미가 있었고 시와 같은 짧은 글이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무엇보다 저자가 담은 아름답고 소중한 기억의 조각들이 다시 나에게 기록을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래서 더 다음 저자의 말이 뜻깊게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어제와 지금, 순간순간이 쌓이고 쌓여 오늘 하루가 또 지나갑니다. 당신의 내일은 어떤 날이 될까요? - 프롤로그 중에서 -


정말 나의 내일은 어떤 날이 될까?! 내일이 기다려지긴 또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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