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 윌북 클래식 첫사랑 컬렉션
제인 오스틴 지음, 송은주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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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제인 오스틴 | 송은주 옮김 | 윌북

고전·영미소설 / p.380

오늘날,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결혼을 하지 않은 이들이 있으면 사귀는 사람은 있는지, 결혼은 언제 할 것인지, 독신주의라고 하면 왜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지 등 끊임없이 묻고 묻는다. 그리고 때론 그들을 가리켜 결혼을 ‘안’하는 게 아닌 ‘못’하는 거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오늘날도 이러한데 과거엔 오죽했을까? 더욱이 경제적 사회 활동에서 배제된 여성에게 있어 결혼이라는 제도는 더했으리라. 

그래서 그 시대에 ‘설득’당하며 살아가야 했던 많은 이들 사이에서 자신이 설득당한 과거에 대해 반성하며 ‘결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던 여인 앤을 만났을 때는 반가웠고, 설득당하지 않길 응원했다.


뭐라고! 삶의 위안을 전부 다 버리라고! 여행, 런던, 하인들, 말, 만찬! 온통 다 줄이고 절제하라는 말뿐이군. 신사의 체면도 차리지 말고 살라니! 안 되지, 이렇게 불명예스럽게 남아 있느니, 차라리 켈린치 홀을 떠나고 말겠어.

p.22



쯧쯧, 절로 혀를 차게 만들던 앤의 아버지 월터 엘리엇 경과 그녀의 언니 엘리자베스. 절제하고 아끼며 살아갈 바에는 저택을 세놓아서라도 재산을 지키겠다는 부녀! 외모나 지위에서 비롯된 허영심을 빼면 시체나 다름없던 그들 답다고 해야 하나?!

결국 몸이 아프다며 자신의 곁에 머물러 달라는 여동생 메리의 곁에 앤만 남고, 아버지와 언니는 켈린치 홀을 떠나고, 저택의 세입자로 웬트워스 대령의 누나 내외 크로프트 제독 부부가 들어온다.

그렇게 8년 전 헤어졌던 연인 앤과 웬트워스 대령이 다시 만나게 된다. 그것도 해군으로 돈도 없고 신분도 고귀하지 않아 앤의 아버지의 반대와 돌아가신 어머니의 친구이자 대모인 러셀 부인의 설득에 넘어가 이별을 택했던 앤을 비웃듯 크게 성공해서 돌아온 그이다.

이 둘의 인연은 어떻게 될까?!

‘당연히 둘이 이어지겠지?!’라는 생각을 가진 채 진도를 나갔다. 하지만 첫사랑은 이어지지 않는다던데라는 불안감도 함께 했다. 

그래서 웬트워스 대령이 다른 여인들과 친하게 지내며 신붓감을 찾을 땐 불안했고 그 과정을 침착하게 보며 웬트워스 대령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앤을 볼 때면 어떻게 저럴 수 있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거기에 다음 상속자 엘리엇 경이 앤에게 접근까지 해오니 이들의 마지막이 점점 더 궁금해져 갔다.

나름의 반전도 있었고, 마지막 웬트워스 대령의 편지에선 울컥한 감동도 있었으며 그 시대적 상황에 ‘설득’당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으로 신중하게 헤쳐나가며 믿음을 주던 앤의 마지막 선택 또한 좋았던 이야기였다.

19세기 초 영국 상류층 여성들의 사랑과 결혼이라는 테마로 그려진, 제인 오스틴의 완벽한 소설이라 불리는 「설득」. 

그 시절의 결혼과 인생을 들여다보며 과연 나는 오늘날 ‘설득’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아니면 ‘설득’ 당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 

ps. 넷플릭스에서 ‘설득’이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리뷰가 아주 처참하다. 그런데 또 처참하니 왜 그런지 보고 싶어지는 이 청개구리 심보. 🤣




제인 오스틴 '설득', 인상 깊은 글귀

■ 우리의 행동들이 늘 그렇듯이, 남들이 겪지 않는 일을 나만 겪는다고 믿을 때 가장 고통스러운 법이지. p.21

■ 우리는 결코 당신들이 우리를 잊는 것만큼 빨리 잊지 않아요. 어쩌면 그건 우리의 장점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운명인지도 모르지요. 우리도 어쩔 수가 없답니다. 우리는 집에서 조용히 갇혀서 살지요. 우리의 감정들이 우리를 괴롭혀요. 남자들은 억지로라도 일을 해야 하지요. 항상 해야 할 일이 있고, 소일거리가 있고, 이런저런 할 일이 있어서 곧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지요. 끊임없는 일과 외부 환경의 변화에 감정은 곧 희미해지고 말아요. p.348

■ 나에게 너무 늦었다고, 그런 소중한 감정들은 영영 사라져버렸다고 말하지만 말아주십시오. 당신이 8년 반 전 내 마음을 거의 무너뜨렸을 때보다 훨씬 더 당신의 것이 된 마음으로, 다시 저를 당신께 바칩니다. 남자는 여자보다 더 빨리 잊는다고, 남자의 사랑은 일찍 숨을 거둔다고 말하지 말아주십시오. 당신 말고는 누구도 사랑한 적 없습니다.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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