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윌북 클래식 첫사랑 컬렉션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강명순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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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강명순 옮김 | 윌북

고전·독일소설 / p.236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를 흔히 자석 같은 사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서로가 아닌 한 사람만이 다른 한 사람에게 끌리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배가 자석산 가까이 다가가면 배에 있는 쇠붙이란 쇠붙이는 모조리 끌어당겨 결국 배의 못이 몽땅 빨려 들어가 배에 탄 사람들이 무너지는 판자 더미 사이에서 깔려 비참하게 죽듯, 자신이 부서지지 않을까?

하지만 사람 마음이란 것이 어디 자신의 마음대로 되던가?! 특히 짝사랑이 말이다.

첫눈에 반한 로테에게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끌림을 느낀 베르테르가 꼭 자석산에 끌려들어 가던 배와 같아 보였던 이야기였다.

변호사로서 상속 사건을 처리하러 내려간 시골에서 법관의 딸 로테에게 첫눈에 빠지게 된 베르테르. 하지만 그녀에게는 이미 약혼자 알베르트가 있었으니 이 얼마나 얄궂은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그래서 베르테르는 그녀를 자주 만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어느새 그럴듯한 핑계를 찾아내 그녀의 곁에 가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고, 어디를 가든 로테의 모습이 나타나 그에게서 떨어지지 않았으며, 눈을 감으면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와 장악해버리던 그녀였다. 

틀리면 빰을 한 대씩 맞는 게임을 하던 중 로테가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을 더 세게 때린 것 같다며 내심 기분 좋아하던 그.(순간 내 두 눈을 의심)

그녀를 못 만날 땐 그녀와 가까이에 갔던 사람이라도 자신의 곁에 두기 위해 하인 하나를 보내고 그 하인이 돌아오길 눈 빠지게 기다렸으며 그 하인이 보였을 땐 로테의 시선이 닿은 하인의 모든 것을 소중하게 느끼며 행복해하던 그.

하지만 점점 자석산에 끌려가던 배는 자신이 부서지는 지도 모르고 계속 끌려간다.


셰익스피어와 함께 세계 3대 시성으로 불리는 괴테의 첫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출간 당시 젊은 세대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베르테르를 모방하는 자살 신드롬까지 생겼다고 한다. 


하지만 난 절친한 친구에게 자신의 심경을 담아 쓴 편지 형식으로 진행되던 이야기에서 그의 감정선은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지만 그의 감정엔 온전히 공감하긴 어려웠다. 첫눈에 반해본 적도 그렇다고 짝사랑을 해본 적도 없어서인가?!


사랑하는 이가 눈앞에 왔다 갔다 하는데 손을 내밀어 붙잡을 수 없는 심정과 다시는 깨어나지 않기를 염원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다시 태양을 봤을 때의 비참함을 느꼈을 그가 안타까웠지만 그녀와 그녀의 남편 그리고 자신 중 한 사람이 물러나야 한다면 자신이 그 한 사람이 되겠다며 자신을 ‘희생’하겠다고 하던 그의 말엔 화가 났다. 왜 ‘희생’이라 말하는가?!


그와의 우정을 소중하게 여기며 그의 마음을 알면서도 냉정하게 내치지 못한 그녀에게도 잘못이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자신이 부서질 정도로 사랑한 그녀의 앞날의 행복을 빌어줬어야 했다. 그의 마지막 선택으로 그녀에게 큰 죄책감과 지옥과 같을 앞날을 선물해 줄 것이 아니라.


하지만 그게 어디 내 마음대로 되는 마음이던가?! 그래, 그래서 어려운 거겠지. 인간의 감정이 무엇인지 답을 찾으려 애쓰던 그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기가 힘들다는 것을 깨달은 것처럼. 


독서 모임의 책으로 정해지면 어떨까 생각하게 만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었고, 그의 마음에 온전히 공감하며 그를 위해줄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싶게 만든 책이었다.

뮤지컬 원작 고전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인상 깊은 글귀

■ 빌헬름, 솔직히 말할게. 나는 마음속으로 내가 사랑하는 여자, 내가 원하는 여자가 나 아닌 다른 남자와 왈츠를 추게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맹세했어. 설사 그것 때문에 내가 파멸에 이른다 해도. p.42

■ 누군가의 마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의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싹트는 작은 기쁨마저 빼앗아가려는 자는 좀 당해봐야 합니다. 질투심에 사로잡힌 폭군이 부리는 변덕스러운 심술 때문에 놓쳐 버린 한순간의 행복은 이 세상 그 어떤 선물이나 호의로도 절대 보상받을 수 없으니까요. p.60

■ 빌헬름, 만약 이 세상에 사랑이 없다면 우리 마음이 어떨까! 아마 불빛이 꺼진 환등기 같지 않을까? p.70

■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 동시에 불행의 원천이 되는 이유는 뭘까? p.93

■ 너의 빈자리로 인한 상실감이 과연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 아, 인간이 이토록 덧없는 존재라니! 자신이 확고한 존재감을 갖고 있다고 믿는 곳에서조차, 자신의 현존에 대해 깊은 인상을 남긴 유일한 곳에서조차, 사랑하는 이들의 기억과 영혼 속에서조차 인간이란 존재는 소멸되고 사라져야 하는 운명이라니! 그것도 순식간에! p.156

■ 당신은 지금 스스로를 기만하고 일부러 파멸의 길로 치닫고 있어요. 왜 그걸 못 느끼는 건가요? 왜 하필이면 나를, 베르테르? 왜 하필이면 이미 다른 사람의 여자가 된 나를? 대체 왜? 두려워요. 나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이 당신의 마음을 더욱 부추기는 게 아닐까 싶어서 정말 두려워요.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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