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세구 : 흙의 장벽 1~2 - 전2권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마리즈 콩데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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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구 흙의 장벽

마리즈 콩데 | 정혜용 옮김 | 은행나무

세계문학·프랑스 소설 / p.900

자의에서든 타의에서든 찾아오는 변화 속에서 우린 어떤 자세로 대처하며 살아가야 할까?!

새로운 세상이 찾아오는 격동기에 휘말리게 된 트라오레 가문의 수장 두지카의 네 아들이 예상치 못한 길로 들어서면서 겪어야 했던 고난과 시련이 처절하게 묘사되며 현실적으로 그려지던 이야기.

그들이 겪어가던 그 과정 속에서 만날 수 있었던 노예제도, 여성차별과 인종 차별 그리고 토착 종교와 이슬람교와의 싸움 등 수많은 갈등과 서구 국가로부터 파괴되고 착취당하던 과정들이 내가 겪지 않았음에도 내가 겪은 듯한 아픔이 전해져 오며 현재 우리의 삶을 생각하게 만든 이야기였다.

서아프리카의 나라 말리의 영토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밤바라족이 세운 세구 왕국.

여러 부족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여 획득한 전쟁 포로들을 시장에 팔거나 밭을 경작하는 인력으로 돌렸던 곳. 그리고 그 전쟁이 세구의 지배력과 영광의 원동력이 되던 곳. 그곳에서 귀족 가문 이자 세력가였던 트라오레 가문 수장 두지카의 네 아들의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이야기.

가문의 장자였으나 가문의 수호자들에게 등을 돌리고 이슬람 신도가 된 티에코로 그리고 그런 그를 동행하라는 임무를 받고서 길을 나서야 했던 첩의 아들 시가. 하루의 외출이 불행으로 되돌아오며 노예사냥꾼에게 잡혀 귀족에서 노예로 전락했던 나바, 되돌아온 티에코로와의 불화로 가출하며 용병의 삶을 살게 된 첩의 아들 말로발리. 그리고 그들의 곁을 혹은 스쳐 지나간 많은 여인들.



그들에게 불행이 닥칠 때면 어떤 신에게 희생제의가 소홀했던 건지 생각하며 신들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기도하고 제물을 바치는 모습과 자기가 믿는 종교 이외의 종교는 배척하는 모습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 영지에서도 종종 보아왔고 관심을 두지 않았던 포로가 그들이 될 수 있음을, 군주뿐만 아니라 모두가 노예제도에서 이익을 보는 그 과정들이 잔인하고 모순적인 삶의 아이러니함을 보는 듯했다.

그래서 더 삶이란 지상에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못하는 덧없는 지나감이고 그 의미조차 인지 못하는 시련의 연속이라던 책 속의 글귀가 마음속에 들어왔고 삶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처음엔 두 권의 만만치 않은 분량에 걱정이 되어 '제발 재미있기'를 기도하게 만들었던 「세구 흙의 장벽」이었다. 하지만 초반부터 재미있다가 나오게 한 책이었고 그건 괜한 걱정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물론 초반 많은 인물들의 등장과 조금은 긴 호흡으로 힘이 들긴 했지만 새로운 세계와 새로운 저자를 알아가는 재미가 충분히 있는 책이다.

그러니 두 권이라 미리 나처럼 겁먹지 마시길 바란다. 우선 시작만 한다면 어느 순간 마지막 장을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세구 흙의 장벽', 인상 깊은 글귀

■ 채찍질을 당하는 남자들. 선원들에게 강간당하는 여자들. 뱃전 너머로 던져버리는 병자들과 죽어가는 사람들. 고통의 신음 소리. 항거와 고뇌의 외침. 1권 p.196

■ 신의 이름이 인간들을 갈라놓으니 참 이상하지! 사랑과 권능이신 신이! 그의 사랑에서 인간이 창조되었지, 그 어떤 것이든 권능에서 그리된 건 아닌데……. 1권 p.272

■개종이라고! 아버지들이 믿던 신들과 그 신들이 관통하는 문명 전체와 아버지들이 일궈냈던 문화 전체를 부인하는 것, 그건 말로발리가 보기에는 용서받을 길이 없는 범죄였다. 절대로, 고문을 당한다 해도, 그런 죄악은 저지르지 않으리라. 2권 p.16

■ 말로발리 무리는 신들에 필적하는 즐거움을 위해 강간하고 훔치고 불을 지르며 이전 순간의 행복과 평온을 절망으로 바꿔놓았다. 2권 p.21

■ 보편적인 신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인간은 저마다 자신의 마음에 드는 신을 숭배할 권리가 있으며, 인간에게서 삶의 주춧돌인 그의 신앙을 빼앗는 행위는 그를 죽음에 처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왜 알라가 파로나 펨바보다 더 가치가 나가겠는가? 누가 그렇게 결정했는가? 2권 p.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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