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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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 이원복 옮김 | 소담출판사

프랑스 소설 / p.552

오페라의 유령은 실제로 존재했다. 오페라의 유령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믿었던 것처럼 예술가들의 영감이나 극장 감독들의 미신에서 비롯된 이야기가 아니다. …… 그렇다. 오페라의 유령은 살과 뼈를 지닌 살아 있는 존재였다. 비록 그가 진짜 유령, 완전히 귀신의 형체를 띠고 있었지만…….

p.11

과연 「오페라의 유령」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미 뮤지컬로 유명한 이야기.

하지만 뮤지컬이나 영화 등 어느 것 하나 챙겨보지 못한 나로서는, 그저 오페라 극장 지하에 숨어 사는 팬텀이 흉측한 외모를 가면 뒤에 가린 채 크리스틴을 배에 태워 자신이 사는 곳으로 데려가면서 천상의 목소리로 노래하던 장면을 포함해 유명한 몇 장면만 기억할 뿐이다.

그래서였을까? ‘오페라의 유령은 실제로 존재했다.’라는 책의 첫 문장을 만났을 때의 충격은 생각보다 컸고 그 충격은 시작부터 나를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오페라의 유령」에서 「웃는 남자」를 떠올리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매혹적이면서도 비극적인 불멸의 사랑 이야기 속 유령 에릭의 아픔이 느껴졌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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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하는 두 감독을 기리는 고별 파티가 있던 날, 전과 다른 실력으로 노래하며 새로운 마르그리크의 등장을 알린 크리스틴 다에의 무대. 그리고 그 무대 아래에서 목을 맨 상태로 발견된 무대 장치자 조제프 뷔케. 거기에 생전 그가 목격했다는 유령과 같은 모습을 한 참가자와 그녀의 어릴 적 친구 라울 자작의 등장까지.

도대체 이 오페라 극장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쑥 들어간 두 눈과 창백한 해골 같은 얼굴, 기괴하고 야릇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먹지도 마시지도 않으며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다른 참석자들처럼 자연스럽게 앉아 있던 그가 정말로 오페라의 유령이었을까?!

감독의 계약 규정서에 붉은 잉크로 적혀있던 규정을 어기거나 유령이 지정한 박스석을 다른 사람에게 내어주면 설명되지 않는 기이한 사건까지 일어나니, 그는 정말 유령인가? 아니면 사람인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더 기묘했고 궁금했으며, 두려움에 떨면서도 당장 떠나자는 라울의 말에 망설이던 크리스틴의 태도에 답답하기도 했던 이야기였고 마지막에서야 그녀가 왜 그토록 망설였는지를, 그녀만이 온전히 그를 알아보며 그의 아픔을 위로해 주었음을 알 수 있었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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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음악 아카데미의 기록 보관소에서 유령 사건이 한때 가장 신비롭고 환상적인 사건과 기막히게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저자 가스통 르루.

그렇게 몽샤르맹 감독의 회고록과 크리스틴 다에의 납치, 라울 자작의 실종 및 그의 형 필리프 백작의 죽음을 둘러싼 신비하면서도 비극적인 상황이 만나 탄생하게 된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과 다르게 팬텀이 주인공이 아닌 라울 그의 시점으로 진행되던 이야기.

유령 에릭이 원하는 것은 그저 보통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부모조차 그에게 제일 먼저 선물해 준 것이 가면이었으니... 흉측한 외모로 인해 외면받아야 했던 그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천사처럼 감미로운 목소리를 지닌 천재 음악가이면서 비상한 발명가이자 건축가였던 그가 자신의 재능을 감추고서 오페라 극장 지하에서 살게 된 그 과정이 마음을 울린다.

보통 사람과 다른 모습이라 하여 사람들로부터 외면받고 웃음거리로 전락되어야 했던 그. 우린 언제쯤이면 외면보다 내면이 빛을 발하는 날이 올까?!😥

역사상 최고 기록을 가진 뮤지컬을 보았거나 볼 예정이시라면 원작 소설로도 꼭 만나보시길 권한다. 확실히 더 뜻깊은 의미로 다가오게 될 비극적이면서 매혹적인 이야기가 될 것이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원작 소설, 인상 깊은 글귀

■ 자, 보라고. 네가 보고 싶었던 얼굴이잖아! 어서 봐! 너의 영혼이 진저리를 낼 때까지 이 저주받은 추악한 얼굴을 실컷 보라고! 이 에릭의 얼굴을 똑똑히 쳐다봐! 이제 너는 목소리의 얼굴을 알게 되었어. 내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모양이지?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고 싶었겠지? 하긴 원래 그렇게 호기심이 많지! p.280

■ 아니에요. 그는 유령이 아니에요. 말하자면 하늘과 땅에 속하는 사람이에요. 그뿐이에요. p.294

■ 만약 그가 그곳에 없다면 이 벽이나 마루 밑 혹은 천장에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자물쇠에도 눈이 있고, 저 들보에도 귀가 있습니다. p.380

■ 오, 크리스틴! 당신은 울고 있구려. 당신은 나를 두려워하고 있어. 하지만 나는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야. 나를 사랑 해 봐. 그러면 알게 될 거야. 나도 사랑만 받는다면 얼마든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어.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나는 양처럼 온순해질 거고, 당신이 바라는 대로 할 거야. p.452

■ 이제는 피곤해. 피곤해 죽겠어! 내 집안에 숲을 가지고 있는 것도, 고문실을 갖추어 놓고 있는 것도 이제는 싫증 났어! 사기꾼처럼 ‘이중 바닥 상자’같은 지하에 사는 것도 이제는 싫증 났어! 지겨워, 지겨워 죽겠어! 이제는 다른 사람들처럼 보통 창문과 문이 달린 조용한 집에서 정숙한 여자와 함께 살고 싶어! …… 다른 사람들처럼 한 여자,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일요일마다 산책을 즐기고, 또 일주일 내내 그녀의 얼굴에 웃음꽃을 활짝 피게 해 주고 싶어. p.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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