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가 놓인 방 소설, 향
이승우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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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가 놓인 방

이승우 | 작가정신

한국소설 / p.176

사랑도 물과 같아서 언제 스며들었는지 모르게 스며든다. 그들에게 사랑은 알 수 없는 것, 안다고 말할 수 없는 어떤 것이다. 사랑의 시작과 완성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다. 있지만 구원파적으로 있지 않고, 없지만 무신론자처럼 없지 않다. p.37

물에 비유된 사랑에 대한 탐구. 사랑이 어떻게 시작이 되었고, 어디로 향해 가고 있으며 끝이 어떻게 나는지, 그리고 증명이 가능한가에 대한 물음에 대한 이야기가 '당신'이라는 2인칭으로 지칭되는 주인공과 그가 관광지에서 만난 그녀의 이야기로 풀어져 나간다. 그렇다. 처음엔 이 두 연인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책 첫 장에서도 '당신은 지금 한 편의 연애소설을 쓰려고 한다. 아니, 그렇다기보다, 당신이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이 한 편의 연애소설이 되기를 바란다.'로 시작되지 않았던가?! 그 순간 내 눈에는 '연애소설' 이란 네 글자가 크게 확대되어 들어왔고,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다음 장으로 빠르게 넘겼다.

그런데 이 이야기 살짝 혼란스럽다. 이름이 아닌 '당신'과 '그녀'로 진행되던 이야기 중간에 '아내'가 등장해 그녀가 아내인 건가?!했다. 그런데 주인공이 만난 그녀는 사고로 남편과 아이를 잃은 설정이다. 여기에서 1차적으로 혼돈이 시작되면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던 거 같다.

그런데 또 이 이야기 묘한 재미가 있다. 한 사람이 어느 목적지를 두고 골목길을 가다 살짝 오른쪽 골목길에서 보인 물건을 보고 그녀와의 첫 만남을 떠올림과 동시에 발길을 그쪽으로 돌린다. 그런데 또 어느 순간 보면 원래의 길로 돌아와있고, 또 어느 순간엔 다른 길로 살짝 갔다가 다시 돌아와 있다.

그렇게 그녀와 헤어지고 난 후 면도기와 액자를 가져가라는 그녀의 문자에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고 첫 키스를, 다시 만나 동거를, 헤어진 후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아내는 첫사랑을....



이별 후에 어떤 물건들이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매개물로 작용한다는 것과 사랑에 빠지는 순간 세상이 두 사람만 사는 공간이 되는 현저하게 세상이 축소된다는 점 그리고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은 우리의 자유가 차압당한 것으로 더 이상 자유롭지 않다는 이야기가 '사랑'이라는 말에 힘을 실어주던 이야기.

정말 저자의 사랑에 대한 오랜 탐색이 잘 녹여져 있는 이야기였던 한편 불륜이란 소재가 아쉬웠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만약 주인공 '당신'과 관광지에서 만난 그녀, 두 사람만이 등장했던 이야기였다면 어떠했을까? 다양한 사랑이 존재하긴 하지만 주인공의 아내로 인해 조금은 다르게 다가왔다. 그리고 이 책 앞장에서 마주한 '연애소설'이란 글자에 물음표가 붙는다.

그래서 121 페이지부터 있던 작품 해설을 더 열심히 읽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작품 해설이 더 어렵게 다가왔....🙄 아직 나의 깊이에 담기엔 조금은 어려웠던 이야기 「욕조가 놓인 방」이었다. 내 안의 내가 달라지면 추후 재독할 땐 다른 것이 또 보이려나?!

사랑에 빠지는 순간 세상은 두 사람만 사는 공간이 된다. 그들이 어디 있든 마찬가지다. 연인들은 최초의 하늘과 땅을 가진 에덴의 연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세상에 단 두 사람만 거주하는 양 느끼고 말하고 행동한다. 연인 이외의 모든 사람들은 그저 배경에 지나지 않는 것이 된다. 연인은 연인 말고는 다른 누구도 의식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사랑은 세상을 축소시키는 기술이다. p.43


+ 작정단 9기 참여자로 작가정신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를

직접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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