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않았다 - 재활용 시스템의 모순과 불평등, 그리고 친환경이라는 거짓말
미카엘라 르 뫼르 지음, 구영옥 옮김 / 풀빛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의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않았다

미카엘라 르 뫼르 | 구영옥 옮김 | 풀빛

환경문제 / p.144

베트남 하노이 외곽의 민 카이 마을. 전 세계에서 실려온 플라스틱 쓰레기가 모이는 곳이다. 주민 대다수는 쓰레기들을 해체하고 분류하고 재가공하는 일에 종사한다. 생계를 잇기 위해서다. 작업의 명분은 재활용이다. 하지만 이 마을을 뒤덮고 있는 것은 극심한 환경오염이다. 주민들의 건강이 온전할 리 없다. 쓰레기를 재활용한다는 마을에서 사람이 쓰레기로 전락하고 있다. p.4

한때 동 대표일 때, 우리 아파트의 분리수거 쓰레기를 수거해가던 업체에서 비용을 인상해달라는 안건이 올라와 회의를 진행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이유가 중국이 더 이상 세계의 쓰레기통이 되기 싫다며 쓰레기 수입을 중단을 선언하면서 생긴 여파라는 걸 알게 되면서 아마 그때 처음으로 쓰레기에 대한 걱정을 온몸으로 체함 해본 게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저 일회용과 비닐봉지 대신 텀블러와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100% Recycled polyester 가 표시된 상품을 사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제대로 분리수거를 하고 있으니 나는 어느 정도 지구 환경을 개선하고 기후 변화 속도를 늦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어쩌면 그 작은 위안으로 하루하루를 내가 할 일은 다 했다며 보내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각양각색의 플라스틱에 의해 점령당한 마을을 상상할 수 있는가? 주택의 문 앞뿐만 아니라 수로를 따라, 강 주변, 밭, 지붕 위, 나무 아래, 건물 앞마당 등 모든 곳에 쓰레기가 차지하고 있는 마을.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그 마을은 현재 현실에 존재하는 곳이었고, 그 쓰레기들이 그 마을에서 생겨난 것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수입되어 온 것이 사실이 더 마음 아프게 한다.

저자가 현장을 누비며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은 실증적인 현실 탐사 보고서 「당신의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않았다」.

'정말 매주 버리는데도 매주 분리수거 현장에 새롭게 쌓이는 수많은 쓰레기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어떤 과정을 거쳐 재활용되고 있는지 제대로 생각을 해본 적이 있던가?!'라는 질문조차도 부끄럽게 만들며 그 이면에 숨은 사실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던 이야기들. 정말 내 눈앞에 사라진 쓰레기는 어쩌면 '재활용'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출발점에 서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친환경'과 재활용 로고에 가려진 자본주의와 베트남 농민의 가난과 불평등을 보지 못하는 가면 아래 속에서 말이다.



정말 쓰레기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점점 더 큰 적을 만나는 기분으로, 이번 책을 읽으며 마주하게 된 재활용 시스템의 모순은 친환경과 재활용이라는 환상 속에서 살아가다 최종 보스를 만난 격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힘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저 손놓고 있을 수만도 없다. 하지만 개인이 무엇인가 바꾸기엔 큰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조금씩 변해갈 수 있도록 다 함께 재활용이 좋은 해결책이 맞는지 의문을 가지고 생각하고 고민하며 해답을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더 나아가 기업들도 제발 동참할 수 있길 바라본다.

ps. 온라인 서점 책 소개에 나와있던 사진들이 책에도 포함되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베트남 민 카이 마을의 쓰레기의 끝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도 알 수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거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