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딕 이야기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4
엘리자베스 개스켈 지음, 박찬원 옮김 / 은행나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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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이야기

엘리자베스 개스켈 | 박찬원 옮김 | 은행나무

세계문학 / p.363

당신은 살아가면서 당신이 가장 사랑하고, 당신을 유일하게 사랑하는 생명체가, 차라리 죽음이 행복한 것일 정도로 모두에게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존재가 되는 것을 보게 되리라. 바로 이 피의 이름으로!

p.114

말에는 힘이 있다. 그래서 가끔 좋지 않은 말을 할 때면 말이 씨가 될 수 있으니 말조심하라고 주의를 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힘이 있는 말에 저주가 더해진다면 어떠할까? 그것도 하는 입장이 아닌 받는 입장이 된다면? 생각만으로도 불안감이 생기고 ‘혹시나’하는 공포에 잠식되는 기분이 든다.

그런데 여기에 그 무서운 저주를 받은 자가 있었으니, 바로 브리짓의 개를 자신의 앞을 가로막았다는 이유로 총질을 해 죽인 기즈번 씨이다.




그가 유일하게 가장 사랑하는 생명체가 차라리 죽음이 행복한 것일 정도로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존재가 되는 것을 보게 되리라는 저주를 받은 그. 브리짓의 축복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모습을 본 나였기에 그의 저주의 실현 여부에 집중을 하며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가 저주받기 전으로 되돌릴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으로 끝나던 이야기!

아, 정말 이 저자님 또 나한테 개인 면담 신청하게 만든다며 아쉬워하며 다음 장으로 넘겼는데! 떡하니 있던 ‘2장’ ㅋㅋㅋ 순간적으로 ‘앗싸’를 외치며 빠르게 3장까지 읽어내려간 네 번째 이야기 ‘빈자 클리라 수녀회’였다.

이 이야기를 포함해 「고딕 이야기」를 통해 만난 총 일곱 편의 이야기 중

둥이들이 어릴 때 혹여나 잃어버릴까 두려워 두 손 꼬옥 잡게 했던, 누구나 한 번쯤 가졌을 가까운 사람이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원초적인 두려움을 일깨우던 첫 번째 이야기 '실종', 나름의 반전과 함께 미스터리 벽장의 존재 유무에 대해 확인해 보고 싶게 했고 희망자가 있다면 정확한 주소를 제공해 주겠다는 저자의 말에 혹 손을 든 사람이 있을지 궁금하게 한 세 번째 이야기 '대지주 이야기', 한없이 타락하는 아들에게 희생하며 결국 마지막 부모의 모습에 나를 울컥하게 했던 여섯 번째 이야기 '굽은 나뭇가지', 여러 구전 이야기와 동화를 변주한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의 마지막 이야기 '궁금하다, 사실인지'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고딕 소설이란 명칭은 중세의 건축물이 주는 폐허스러운 분위기에서 소설적 상상력을 이끌어 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으로 중세적 분위기를 배경으로 공포와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유럽 낭만주의 소설 양식의 하나이다.

꿈을 잘 꾸는 나로서는 무서운 것을 보면 꿈에 나타날까 무서워 잘 보지 못 보지만 고딕은 그 특유의 기이한 현상에서 오는 묘한 분위기가 주는 공포감이 매력적인 장르라 곧잘 읽는 편이다. 그래서 무서우니 한밤중에 읽지 말라던 멘트까지 더해지고 제목조차도 「고딕 이야기」였던 책에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책에선 그 오싹함을 느끼지 못해 아쉬웠다.

그럼에도 이야기가 진행되며 조금씩 밝혀지고 이어지던 연결고리에 빠져들게 했던 이야기였고, 완전하게 이야기가 완성되고 나서 모든 것이 맞추어져 '와~'하게 만들기도 했던 이야기였다. 확실히 저자만의 매력이 있는 필력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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