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모퉁이 카페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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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모퉁이 카페

프랑수아즈 사강 | 권지현 옮김 | 소담출판사

프랑스 소설 / p.248

👦"뭐야, 조는 거야?"

🧑"아니, 「토스카」 듣는 중이야."

👦"「토스카」라……. 어느 부분이야?"

🧑"질투심에 불탄 스카르피아가 마리오를 죽일 결심을 하는 장면이지."

👦"죽여야지. 아님 어쩔거야."

운전하며 「토스카」를 듣게 된 제롬은 그 음악에 빠져 충만해져가는 행복함에 차를 멈추고 뒷좌석에 앉아있던 아내를 안으며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게 된다. 하지만 다급한 마음에 급하게 잡아당긴 백미러를 통해 보게 된 장면은 「토스카」가 웬 미친년이 꽥꽥 질러대는 알 수 없는 끔찍한 소리로 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제롬 몰래 그의 친구가 아내 모니카에게 전했던 말도 놀라웠는데, 제롬이 백미러를 통해 본 장면에선 나도 모르게 '대박'을 외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아내가 보이던 행동으로 인해 제롬이 본 것이 사실이었는지 아니면 찰나의 잘못된 것이었는지 의문이 들게 했다.




이처럼 첫 이야기 '비단 같은 눈'부터 강렬하게 파고들었던 「길모퉁이 카페」에는

친구와 함께 여행을 갔다 계획했던 것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와 남편의 외도를 의미하는 풍경을 마주하게 되고 남편의 진실을 알게 되었던 '내 남자의 여자', 이럴 거면 낚시를 왜 하러 간 건지 의아하게 했던 미치광이 모습을 보여주던 세 명의 '낚시 시합', 도박으로 돈을 날려 가족들이 원하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지 못한 지메네스트르 씨가 자비라는 이름 아래 돈을 얻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던 '개 같은 밤' 등

248페이지의 길지 않은 분량 속에 임팩트가 강한 열아홉 편의 단편소설이 담겨있다.




처음엔 '이 분량에 열아홉 편의 이야기라고?! 도대체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는 거야?'라는 궁금증도 있었으나 평소 인물의 이름을 외우고 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는 나로서는 최근에 만난 저자의 3권의 책 중 제일 마지막으로 미루어 읽은 책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인물을 알아가고 이야기에 빠져드는 시간들이 힘들지 않다. 아니, 오히려 잘 읽혀 신기해하며 읽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이 짧은 이야기 속에 많은 걸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반전도 있다는 것!

'와~ 이런 글도 쓸 수 있구나.' 싶을 정도로 이때까지 읽었던 저자 특유의 느낌이 담겨있으면서도 색다른 느낌이 더해져 있었고 왠지 추리소설을 썼어도 엄청 잘 썼을 거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정말 '대반전이었다. 상황, 사람들, 생각, 프로그램, 파티의 결말까지도. p.195'

'결별'을 테마로 쓴 열아홉 편의 이야기 중 처음엔 루이스로 인해 욕하면서 봤다가 예상치 못한 방향의 전개로 당황하며 숨죽여 읽어 내려가다 마주친 진실에 심쿵사 했던 '로마식 이별'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특히 책 뒤표지에 적혀있던 '로마는 로마에 있고, 사랑도 로마에 있다. p196' 이 말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해준 이야기였다.




'내가,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죽는다'는 생각에 피부가 벗겨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던 마르크가 병원을 나서며 갑자기 현관에 나타난 '삶'을 마주하고 자신의 운명의 결단을 내렸듯 죽음, 삶, 사랑 등 다양한 상황 속에서 다양한 인물들과 함께 마주하며 지금을 생각해 보게 하던 이야기 「길모퉁이 카페」였다.

ps. 프랑수아즈 사강의 추리소설이 정말 읽어 보고 싶어진다. 정말 잘 쓰셨을 거 같은데,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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