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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의 남편 ㅣ 이판사판
하라다 마하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2월
평점 :
총리의 남편
하라다 마하 |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일본소설 / p.392
사상 최초 여성 총리 탄생
사상 최초 최연소 여성 총리 탄생
사상 최초 여성 총리 오늘 국회에서 지명
"나 참, 여기나 저기나 죄다 여성, 여성. 애초에 인류의 성은 남성과 여성이 전부잖아. 원래대로라면 여성이 총리가 될 확률이 50퍼센트인데, 뭘 새삼스럽게."
매일 '고코쿠지 숲의 새 관찰일지'를 쓰던 조류학자 히요리 씨가 특별한 관찰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그것도 장차 일급 역사 자료가 될지도 모를 일기를, 자신의 아내 소마 린코가 제111대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으로 탄생한 날부터.
그런데 이 일기가 은근 재미가 있다. 특히 총리로 취임한 소마 린코가 발족한 내각을 조류가 보여주는 사회로, 야당 아저씨를 깔까마귀의 구애에 비유하는 등 현재 상황들을 새와 연관 지어 풀어놓은 이야기가 흥미롭다. 그리고 일기 형식과 소설 형식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내일 있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조금 더 현실적으로 와닿았던 이야기였다.
42세 젊은 나이로 총리에 임명된 린코는 총선거에서 내걸었던 세 가지 핵심 공약 '증세와 사회보장 개혁', '경제 활성화 대책', '저출생 대책과 고용 촉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그녀를 총리로 추대했던 정치계의 실세이자 산전수전 다 겪은 여당 고위 간부 하라구로가 딴마음을 먹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고, 히요리 씨가 함정에 빠지면서 이야기에 긴장감을 더한다.
가장 다루기 힘들고 잘못하면 정치생명까지 위험해져 정치인들이 다들 기피하는 증세 문제와 복지 문제를 린코가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제일 궁금했다. 그리고 히요리 씨가 함정에 빠진 것에 대해 사실대로 이야기했을 땐, 그녀가 보인 걸크러쉬 반응엔 '꺄~ 언니!'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당차고 멋진 사이다가 좋았다.
린코 총리가 임신을 하게 되면서 선택의 기로에 서있게 되었을 땐, 그 과정들이 같은 여성으로서 아이의 부모로서 너무나 와닿아 울컥하기까지 했다. 전 세계 현직 총리 중 최초로 '임기 중 출산+출산 후 휴가'를 얻은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 총리처럼 이젠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판타지 이야기가 아닌 현실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인구 감소, 수입 감소, 세수 감소가 계속되는 한편 초고령 사회를 지탱하는 연금이나 의료비 등의 사회보장비 지출이 늘어가는 사회. 여성과 청년이 일하기 힘든 세상이 되어 자녀를 낳고 키우기가 더욱 어렵게 된 사회 속에서 변화를 이끌어낼 사람이 정말 필요하다. 계속 임시방편만 하면서 방치한다면 언젠가는 침몰하는 일만 남게 되지 않을까?
선거때가 올 때마다 들려오는 이야기 중 하나는 뽑을 사람이 없다는 말과 함께, 그럼에도 나쁜 놈 중에서 그나마 덜 나쁜 놈으로 선택을 해 소중한 한 표를 더 해야 한다는 말인듯하다. 그런데 도대체 언제까지 그래야 하는 것일까?
정말 '이번에야말로, 정말 이번에야말로. 이 나라는 다시 태어난다. p.347'라는 말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며..., 당장 내일 있을 소중한 한 표 잘 행사해 보자. 현실에서도 소마 린코 총리가 필요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