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여우눈 에디션)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박완서 |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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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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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행복하고 싶다.

오래 너무 수다스럽지 않은, 너무 과묵하지 않은 이야기꾼이고 싶다.

p.221

마음이 따뜻해지는 에세이 책을 만났다. 퇴근 후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은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에서 저자가 살아온 이야기가 주는 따뜻한 울림이 좋았다. 그리고 생각지도 않은 그림을 만났을 때 퍼져나가던 행복감이란! 정말 깜짝 선물 받은 기분마저 든다.




사실 책 표지만 보았을 땐 뭔가 다가가기 힘들었는데, 안의 구성은 정말! 목차부터 페이지 수의 위치, 글자 폰트, 줄 간격, 그림까지 정성 가득함이 느껴지며 제대로 취향 저격을 당했다. 거기에 내용은 말해 뭐 하겠는가?! 책을 읽으며 저자의 행동에 웃기도 하고, 저자의 마음 따라 울컥하기도 하고, 위로받기도 했던 이야기들. 10주기를 맞아 저자 박완서가 쓴 산문 600여 편 중 베스트 35편의 이야기를 만나서 좋았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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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평범한 일상 이야기 속에서 저자의 생각에 순간순간 놀란다. 어쩜 이렇게 나와 생각이 비슷하시지?! 그래서 더 공감이 갔고 그 상황들이 한 컷의 만화가 되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재미 또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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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 큰맘 먹고 간 백화점에서 엄청난 인파에 답답함을 느낀 저자는 엘리베이터 근처 의자에서 잠시 쉬어가며 사람들의 구매력에 놀라 한다. 그리고선 처음으로 신용카드라는 걸 고맙게 생각하기에 이른다. 그러다 공중전화 앞에서 끝나지 않은 통화를 보며 용건 없이 긴 통화가 다 그놈의 전화카드 때문이라며 원망스러워하는데 ㅋㅋㅋㅋ 결국 손자가 원하는 선물을 사기로 하면서 산타 할머니도 못해 먹을 노릇이라는 말에 또 한 번 웃었다. 뭔가 귀염뽀작하신 저자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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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기사가 길을 잘못 들어가게 된 여학교 시절을 보낸 집을 보며 잔잔한 서러움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는 저자를 보며 왜 나도 울컥해지는지, 아마도 참 많은 꿈을 꾸었던 그 시절이지만 어떤 꿈을 꾸었는지는 생각해낼 수 없다며 다만 그 꿈과는 동떨어진 모습이 되어 늙어 가고 있음을 알뿐이라는 저자의 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에게도 있었던 꿈 많았던 그 시절이 생각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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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따라 서울로 상경해 전쟁과 분단 그리고 남편과 아들의 사망 등 큰 고통 속을 살아내면서 전해주던 저자의 단단한 생각들이 일상의 아름다움과 따뜻함으로 표현되던 이야기들. 그중 손자에 대한 사랑과 아이들에 대한 생각을 나도 그러하리라 다짐하며 가슴속에 고스란히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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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란다. ‘부모의 보살핌이나 사랑이 결코 무게로 그들에게 느껴지지 않기를, 집이, 부모의 슬하가,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마음 놓이는 곳이기를 바랄 뿐이다.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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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한 지 10년이 지나도 꾸준히 회자되고 여러 다른 형태로 저자의 책이 나오는 이유를 알 수 있게 해준 책으로 나에게 아직 저자의 ‘시를 읽는다’ 책이 남아 있음에 그리고 앞으로 또 만날 책들이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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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온전히 즐길 수 있었던 여유로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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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살 줄만 알고 내일 죽을 줄 모르는 인간의 한계성이야말로

이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추醜가 없으면 미美도 없듯이, 슬픔이 있으니까 기쁨이 있듯이,

죽음이 없다면 우리가 어찌 살았다 할 것인가.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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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설날마다 아이들 키를 재시는 게 큰 낙이었다는 시어머니의 에피소드를 보니 나도 설에 아이들과 조카들의 키나 재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마다 키를 재보고 잘 먹고 무병해서 키가 많이 자란 놈을 칭찬해 주는 할머니가 성적부터 묻고 안달을 하는 할머니보다 훨씬 귀여울 것 같다. p.181’ 이 또한 재미있는 추억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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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인상 깊은 글귀

따뜻한 그림과 함께하는 박완서의 10주기 기념 에세이 결정판

▶ 우리의 정박아가 천사 같지 못한 게 어찌 그 부모 탓만이랴. 우리 모두의, 정말 관심 있어야 할 곳에 대한 무관심, 인간다움보다는 물질적인 것에 대한, 내면보다는 외양에 대한 열광이 남은 능히 천사 같은 인간으로 가꿀 수 있는 장애자를 ‘병신’으로 방기한 게 아닐까.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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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상에 태어나서 여태껏 만난 수많은 아름다운 것들은 나에게 무엇이 되어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공상하게 했지만 살날보다 산 날이 훨씬 더 많은 이 서글픈 나이엔 어릴 적을 공상한다.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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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손자에게 쏟는 나의 사랑과 정성이 갚아야 될 은공으로 기억되기보다는 아름다운 정서로 남아 있길 바랄 뿐이다. 나 또한 사랑했을 뿐 손톱만큼도 책임을 느끼지 않았으므로.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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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예쁘다. 특히 내 아이들은. 아이들에게 과도한 욕심을 안 내고 바라볼수록 예쁘다. 제일 예쁜 건 아이들 다운 애다. 그다음은 공부 잘하는 애지만 약은 애는 싫다. 차라리 우직하길 바란다. 활발한 건 좋지만 되바라진 애 또한 싫다. 특히 교육은 따로 못 시켰지만 애들이 자라면서 자연히 음악‧미술‧문학 같은 걸 이해하고 거기 깊은 애정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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