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느 날, 너의 심장이 멈출 거라 말했다
클로에 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12월
평점 :
어느 날, 너의 심장이 멈출 거라 말했다
클로에 윤 | 팩토리나인
로맨스 소설 / p.440
"이게 뭘로 보여?"
"히드라야? 잘 그렸네."
"뭐? 히드라아? 그쪽 시력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야? …… 예술에 대한 조예가 전혀 없군."
"계약서나 꺼내봐."
……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
"오케이, 콜!"
"좋아, 그럼 연습 한번 해보자. 이제 이 그림을 다시 봐. 사랑하는 여자의 그림을 본 남자 친구의 반응. 레디 액션!"
"와아, 멋지다. 어, 야, 잘 그렸네. 누가 봐도 꽃병에 꽂힌 꽃이다. 야, 어떤 미친놈이 히드라 따위를 갖다 대? 어?" p.23
'죽음을 앞둔 그녀와 아무런 꿈도 없던 그가 100일의 계약을 맺으며 시작되는 특별한 사랑 이야기'라는 책 띠지에 적힌 문구를 보고 슬프면 어쩌나 걱정했던 거와 달리 웃음을 안겨주며 시작된 이야기. 그리고 책을 펼치자마자 만날 수 있었던 '설렘'이 일상의 아름다운 습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로맨스를 쓴다는 저자의 말.
'그래, 이런 마음으로 쓴 글이니 죽음을 앞둔 그녀라는 설정이지만 결과는 해피엔딩일 수도 있어.'라는 희망을 한구석에 가지고서 읽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한구석은 '설마...'라는 불안감도 함께 했다. 그래서 둘의 끝이 너무 궁금해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영상화해도 좋을 거 같다는 리뷰를 남긴 이유를 알 수 있었던 책이었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걸 알게 된 은제이는 죽기 전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다 해보고자 남자친구를 구한다는 신문 광고를 낸다. 그리고 그 광고를 보고 인생의 목표나 꿈도 없이 살아가던 백수 전세계가 남자친구로 지원을 한다. 그렇게 둘의 인연은 계약으로 맺어진다.
갑과 을의 관계, 갑 '은제이'의 연인으로 계약을 하게 된 을 '전세계', 지역과 장소를 불문하고 갑이 원하는 곳에서 근로해야 하고 계약기간은 계약일로부터 100일, 계약과 동시에 계약금 3억 원 지불에 10일 기준으로 300만 원씩 추가 지급, 연인이지만 갑이 허락하지 않는 스킵십은 안되며 을이 갑에게 마음을 뺏겨도 안된다.
함께 장을 보고 도시락 100개를 만들어 어르신들에게 전해주기도 하고 생일도 미리 반년이나 당겨 21송이 장미꽃을 받고 싶다고 당당히 요구도 하며 일출도 일몰도 함께 보러 간다. 그러다 버킷리스트에 음식에 관한 건 없다며 티브이를 켜서 가장 먼저 나오는 음식을 먹으러 가자던 은제이, 결국 그렇게 바로 제주도 방어회를 먹으러도 갔으며 그곳에서 또 하나의 버킷리스트인 남자 친구와 '나 잡아봐라'도 겨울 바다에서 해본다.
그녀가 자신에게 시키는 일은 그냥 매우 ‘작은 일’이다. 평범한 하루를 살아내는 일. 세상에서 가장 쉽고 단순한 일. 연을 날리거나 쿠키를 굽거나 사과를 따는 것만큼이나 사소하고 무해한 일. p.50
이 모든 건 그녀가 잡고 있는 삶의 끝자락.
어쩌면 마지막일 수 있는 ‘오늘’이었다.
엉뚱하면서도 자신에게 남은 시간에 최선을 다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열정적으로 살아가던 은제이를 보며 처음엔 이해를 하지 못하던 전세계였다. 그런 그가 그녀가 하는 모든 일이 '사랑'이라는 말을 이해하게 되고 빠져들게 된다. 그 과정 속에서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질투를 하기도 하는 둘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져서 좋았다.
그리다 점차 그녀의 긴박한 상황에 '설마...'라는 불안감이 점점 커져갔다. 그러다 문득 이거 영상화되면 엄청 울겠는데?! 싶었다. 죽음을 앞둔 은제이의 마음도 남겨질 전세계의 마음도 다 이해가 되었던 이야기. 정말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 하루는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하루라는 말이 계속 떠오르게 했던 이야기.
아직 그녀의 마지막 선택이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자신의 하루하루 헛되이 보내지 않고 매 순간의 소중함을 전세계에게 알게 해준 은제이처럼 오늘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오늘 하루에 내 인생이 다 있는 건지도 모른다. 정말 매일 기적을 경험하고 있는지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상상'을 하게 되었고 특히 설렘은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황홀한 묘약이 되었다는 저자는 앞으로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많이 남기겠다고 말한다. 그런 저자의 마음이 뭔지 알 것만 같아 응원을 보내고 싶다. 그리고 저자의 마지막 말이 유독 기억에 남았던 계약 연애소설이자, 하루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 책이었다.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은 내일. 그것이 궁금해서 오늘을 살게 됩니다. 오늘을 열심히 살고, 사랑하고, 죽는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내일은 어쩌면 기적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p.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