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한껏 무용하게 - 뜨개질하는 남자의 오롯이 나답게 살기
이성진 지음 / 샘터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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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한껏 무용하게

이성진 | 샘터

에세이 / p.180

자기 삶은 자기만이 살아갈 수 있다. 그러니 삶의 모습에 정답은 없다. 정해진 답이 없기에 역설적으로 우리네 삶은 무엇이든 정답이 될 수 있다. p.117

편독을 하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자기 계발서는 항상 그 말이 그 말 같아서, 에세이는 타인의 일기를 보는듯해서 잘 읽지 않게 되는 거 같다. 그러면서도 '어쩌면 이 책은 틀릴지도 몰라'라는 생각에 읽을 기회가 주어지면 또 읽어보려 노력하는 편이다. 그렇게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에세이라 적힌 글자에 멈칫했다가 '뜨개질하는 남자의 오롯이 나답게 살기'라는 부제목에 끌려 읽게 된 에세이 책이다.

처음은 주위에 뜨개질 하는 남자가 없다 보니 호기심에 읽기 시작했지만 끝은 '어쩌면..'이라는 그 생각에 맞아떨어져 좋았던 에세이였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기 전에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우선해야 한다.

내 인생은 오로지 나만이 살아낼 수 있음에도

삶의 무게를 다른 이에게 넌지시 얹어버리면 곤란하다.

p.133

「오늘도 한껏 무용하게」에는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길지 않게 잔잔히 풀어져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뜨개질이라는 소재를 삶과 연결시켜 놓은 부분들이 참 좋았다. 그렇다 보니 이 짧은 이야기 속에서 마음에 들어오는 문구들에 붙은 인덱스도 참 많다.^^

간혹 이렇게 에세이 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에세이를 만나게 되니, 에세이를 완전히 손에서 놓을 수 없나 보다.

군 복무 시절 사격 훈련이 끝나면 총을 내려놓고 뜨개질바늘을 잡았고, 시장에서 구매한 재료로 손수 목걸이를 만들어 차고 다니거나, 쉬는 날이면 적당한 오븐으로 호두파이를 만든다는 저자는 '남자답지 못하다'라는 말을 들을 때면 무엇답다고 할 만한 집단 고유의 성질이나 특성이 과연 실재하는지 상대에게 묻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설령 있다고 한들 그걸 꼭 개인에게 억지로 입혀야 성이 차는지도....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 군인은 군인다워야 한다처럼 '~답다'라는 낱말에 갇혀 우리는 존재의 수많은 가능성과 역동성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개성이란 낱말을 무게 잡으며 거창한 것이라 여기고 싶지 않다. 돌이켜 보면 우리가 초등학교 사회 수업에서 처음 배운 개성은 의미가 간단했다. 너와 나는 다르고, 우리는 그것을 서로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 p.144



저자는 매 단이 시작한 위치를 표시해서 알려주는 앙증맞은 고리 단수링을 보며 삶에도 이런 단수링 하나쯤 있다면 어떨까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엉켜버린 실을 풀 땐 자신과 얽혔던 사람들을 떠올리기도 뜨개질 작품을 선물로, 답례품을 전하면서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깨달아 간다.

정말 저자의 말처럼 인생에도 스톱 그리고 고를 외쳐주며 믿고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단수링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상상도 해보고, 나와 얽혔던 사람들을 저자와 함께 떠올려 보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똑같은 실, 똑같은 바늘, 똑같은 콧수로 시작한다고 다 똑같은 뜨개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처럼 오늘 나 또한 나만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음을 그리고 다른 이들도 각자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나는 나로서 충분히 가치 있고,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를 저자의 글을 통해 위로와 응원을 받는 느낌이 들었던 이야기들.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한 발 한 발 앞으로 내디디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며 온전한 나를 찾아가는 것 또한 인생의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를 알기에 아껴줄 수 있으며, 그런 나만큼 소중한 타인을 기꺼이 사랑할 수 있는 것. (p.122) 꼭 기억하며 나만의 뜨개 작품을 만들어 보자.

이 추운 겨울 당신을 녹여줄 저자 이성진의 포근한 이야기들을 만나며 나다움의 여정을 함께해볼 수 있어 좋았다.

누군가를 위해 준비된 사람이 되고자 함은 실로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 길을 걷겠다는 당신을, 잘해주고 싶은 사람을 기다리며 오늘을 양보할 줄 아는 당신을 나는 기꺼이 응원한다. 언젠가 한 번쯤은 서로가 준비된 사람으로 만났으면 한다. 이왕이면 그곳이 내가 뜨개질에 한창인 부산의 어느 여름, 지하철 1호선이었으면 좋겠다. p.19 (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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