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읽는 루이즈
세오 마이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0월
평점 :
절판


별을 읽는 루이즈

세오 마이코 | 권남희 옮김 | 소미미디어

일본소설 / p.272

아무리 맞는다고 해도 앞날을 미리 아는 건 행복하지 않네. 점도 사실을 전하는 게 다가 아니거든. 그 사람이 더 잘 될 수 있도록 멈춰 선 걸음을 나아갈 수 있도록 등을 살짝 밀어주는 거지. 점의 역할은 그런 것일 거야. p.203

나도 종종 친언니와 점을 보러 간다. 주로 언니가 용하다는 점집을 알아보고 가지 않겠냐고 물으면 ‘그래? 그럼 한번 가볼까?’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따라가는 편이다. 여러 가지 결정을 앞두고 있다거나 어떤 결정을 못 내려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 다녀오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느낌이 들면서 꽤 도움이 된다.

하지만 좋은 말은 좋은 말대로, 나쁜 말은 나쁜 말대로 참고만 할 뿐 결국은 내가 결정한 길로 나아간다. 그럴 거면 왜 점을 보러 가냐고 할 수 있겠지만, 아마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조금은 신중하게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때로는 루이즈의 말처럼 멈춰 선 걸음을 나아갈 수 있도록 등을 살짝 밀어줘서이지 않을까? 아니면 이미 마음속에 정해놓은 답을 점을 통해 확답을 듣고 안심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루이즈가 직감으로 점을 봐주는 약간은 허술해 보이던 이곳에 손님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쇼핑센터 구석, 상사와 사이가 나빠져 회사를 그만두고 아르바이트 정보지에 있던 혼자서 가능한 일이라 성가신 인간관계가 없다는 말에 끌려 ‘줄리에 점술연구소’의 문을 두드리며 점술가로서 일을 시작하게 된 요시다 사치코. 이름은 신비성이 느껴지지 않아 루이즈 요시다를 사용 중인 그녀는 처음엔 열심히 책을 보며 점을 봐주다가 나중엔 손님의 외모와 말투 등으로 현재 상황을 파악하며 자신의 직감으로 점을 봐준다.

“점이란 맞을 수도 있고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신조를 가진 줄리에 아오야나기 밑에서 “결국 적당히 얘기해 주고, 점 보러 온 사람 격려해 주는 게 우리가 할 일이야”라며 사기꾼 같은 명언을 잘 수행하는 그녀는 용하다는 소문이 돌면서 인기를 끌게 되고 독립까지 하게 된다.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이 일을 시작한 그녀에게 엄마, 아빠 중 누굴 선택하는 게 좋을지 정해달라는 아이, 엄마와 재혼한 아빠와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여학생, 다른 사람의 끝이 보인다는 남자 등 각자만의 고민을 가지고 찾아오는데, 하나같이 쉽게 답을 줄 수 없는 고민거리이다. 그녀는 어떤 답을 해주게 될까?




처음엔 회사를 그만두고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던 점이 가벼워 보이고 직감으로 점을 본다는 사실이 사기꾼 같아 보였다. 그리고 점을 보러 온 여자친구를 따라온 남자친구가 본인과 궁합이 잘 맞고, 강운을 타고났다는 것을 알고서 어떻게 해서든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만들어 자신의 남자친구로 만들었다는 설정은 조금 불편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따뜻하게 다가왔던 건 망설여지고 힘든 누군가의 마음에 더해지는 위로와 응원을 ‘점’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전달하면서, 결국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건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고 만들어가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이야기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본인을 찾아온 손님들을 통해 함께 성장해가던 루이즈를 지켜보는 재미도 있고, 남자친구가 해주는 기발한 요리에 어떤 재료가 들어가 있는지도 보여주던 엉뚱한 면도 있었던, 가볍게 읽기에 좋았던 책이었다.

별을 읽는 루이즈, 인상 깊은 글귀

일본소설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것은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정확한 것은 스스로 부딪쳐야만 아는 것이다. p.67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죠. 사소한 기회들을 쌓아가는 게 중요하니까. p.135

살짝 비밀로 해두었던 부분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건 즐거운 일 같다. 스미다 마유미가 아버지에 관해 털어놓고 마음이 후련해진 것처럼. p.144

줄곧 계속된다고 생각하면 진이 빠지지만, 끝을 알면 힘을 낼 수 있고, 마지막이란 걸 알아서 할 수 있는 일도 있을 거야. p.186~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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