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이방인

알베르 카뮈 | 김예령 옮김 | 열린책들

세계문학 / p.172

책을 읽는 도중 '이게 글이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왜인지는 모른다. 그냥 ‘내가 제대로 된 책을 읽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에 따른 만족감이 차올랐다. 분명 내용은 어두운데 그냥 좋았다. 그래서 '그냥 좋았어요. 읽어보세요.'라고 딱 두 문장으로 서평을 끝내고 싶었다. 내가 이 책이 이렇다 저렇다 왈가불가하고 싶지 않았고, 그저 읽으며 온전히 느껴보셨으면 했다. (하지만 서평은 써야 하고... ㅋㅋ)

주인공 뫼르소 그 본인조차도 자신의 삶에서 이방인인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이야기 모든 것이 다 ‘이방인’을 가리키며 ‘이방인’이라고 외치고 있는 느낌이 제대로 들게 했던 책어렵기도 했지만 그저 좋았던 책이었다. 근데 페스트 읽었을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이상하다. ㅎㅎㅎ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을까. 모르겠다.

p.7

뫼르소는 어머니가 어제 죽었는지, 오늘 죽었는지 모를뿐더러 어머니의 연세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른다. 또한 마지막으로 어머니의 얼굴을 볼 기회가 주어져도 보지 않겠다고 말한다.(왜?) 양로원에 보낸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해서도 울지 않았고 슬퍼하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모든 것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열두 시간 동안 잘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쁨을 느낀다.(뭐지?)

같은 건물에 사는 레몽이 정부를 때리는 걸 목격했음에도 자신의 정부가 먼저 배신을 한 거라고 증인으로 나서달라고 했을 때도 그러겠다고 하고,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마리가 사랑한다며 결혼하고 싶다고 해도 네가 원하는 게 그거라면 난 아무래도 상관없다며 결혼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정작 사랑하냐고 묻는 그녀의 대답엔 그런 건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아마도 그녀를 사랑하지는 않는 거 같다고 한다.(넌 뭐냐 정말)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는 듯 모든 것에 무심한 뫼르소를 보고 있으니 이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끝이 날 지 궁금하기도 했고, 뭔가 이러한 행동으로 인해 큰일이 일어날 거 같은 불안감도 들었다. 하지만 1부의 마지막은 정말 예상 밖의 일이었다. 살인이라고???



나는 내가 방금 낮의 균형을,

스스로 행복감을 느꼈던 해변의 그 예외적인 고요를

파괴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네 발의 총성이 내게는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네 번의 짧은 노크와도 같았다.

p.86

정작 자신의 재판임에도 자신은 제외된 채 진행되던 재판. 그리고 자신이 아랍인을 살해한 건보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슬퍼하지 않은 사실이 더 주요 화제로 떠오르던 재판. 장례식 다음 날 마리와 만나 해변에서 수영을 하고, 코믹 영화를 보았고 둘만의 시간을 보낸 것조차 공개적으로 다루어졌던 재판에서 그는 자기변호를 하지 않는다.

나는 그에게 나도 모든 사람과 같다고, 모든 사람과 절대적으로 똑같다고 분명히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결국 이 모든 것은 그다지 쓸모없는 짓이고, 그래서 그만 게을러진 나는 그렇게 하기를 포기했다. p.93

자신의 인생을 이렇게 쉽게 포기한다고? 그가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호하며 감형을 위해 최대한 말을 맞출 것을 제안하던 변호사에게 그건 사실이 아니라며 자신만의 정의를 따르던 그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랍인을 살해한 이유를 그저 ‘햇빛이 눈부셔서’라고 말하면 어느 누가 그를 위해 나서겠는가?

자신을 위한 술책을 부리지 않았기 때문에 계획적인 살인이 되었고, 무자비한 인간으로 부풀어지면서 사형 선고를 받은 그가 정작 죽기 직전에서야 깨달음을 얻으며 행복을 느낀 것도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우리 모두가 매일같이 삶을 쉽게 만들기 위해서 적당히 하는 거짓말을 그는 하지 않았다. 있는 것 이상을, 그리고 사람의 마음에 관하여 자신이 느끼는 것 이상을 말하는 것까지 포함해 자신이 느끼는 바를 과장하기를 거부하며 자신 그대로를 말하며 그는 자신을 결속된 사회로부터 분리시킨다.

우리가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 편안함을 느끼는 것과는 반대의 삶을 사는 그를 보며 어쩌면 나는 그처럼 이방인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또한 해본다. 그리고 막상 나를 알지 못하는 여행지에서 이방인이 되어서야 더 자유로움을 느끼는 이 현상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에서 자기 어머니의 장례식에 울지 않는 모든 사람은 사형 선고를 받을 위험이 있다.’는 저자의 역설적인 말이 뫼르소가 한 방을 쏘고 잠시 후 네 방을 쏜 그 사이의 간극이 만나 어쩌면 이 세상은 메워지지 않는 틈새가 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한 어렵지만 그래도 좋았던 「이방인」이었다.

ps. 쓸수록 더 정리가 안되는 이 느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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