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공적인 연애사 - 당신을 사랑하기까지 30만 년의 역사
오후 지음 / 날(도서출판)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장 공적인 연애사

오후 | 날

인문 에세이 / p.304

'어쩌다 인류는 연애란 걸 하게 되었을까?' 책 띠지에 적힌 문구가 먼저 나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당신을 사랑하기까지 30만 년의 역사라니! 아니 원래 연애라는 게 남의 이야기가 더 재미나지 않는가? 그런데 남의 연애사라니!!! 이건 안 볼 수 없지 하며 책을 펼쳤는데 세상에! 차례부터가 심상치 않다.

'막 했겠지 하는 오해' 원시 사회부터 '주님은 CCTV' 중세 사회, '거시기에 자물쇠를 채워라!' 근대 사회 등 차례 하나하나가 기발하다. 정말 차례부터 큭큭큭 웃으며 시작하긴 처음인듯하다.

원래 인간은 완벽한 존재로, 운명의 짝과 붙어 있어 팔이 네 개, 다리가 네 개였고 두 개의 심장과 강인한 체력을 지녀 지상 그 누구도 상대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교만해진 인간은 신들에게 제사도 지내지 않았다. 결국 분노한 제우스가 내리친 번개에 인간은 반으로 갈라져 서로 등을 대고 있던 뒷사람의 얼굴을 알지 못한 채 헤어진다.

그렇게 자신의 반쪽을 찾아 평생을 헤매는 존재가 된 인간은 짝을 찾아도 그가 원래의 짝인지 알 수 없었고 결국 연애를 갈망하고 갈망하고 갈망하고 또 갈망한다.

플라톤의 <향연>에서 아리스토파네스가 설명한 에로스의 기원과 번식을 하려고 성이 분화된 것이 아닌 제한하려고 탄생했음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이유까지 더해져 원래 연애는 어려운 것이라 말하는 프롤로그 이야기부터 제대로 흥미를 자극한다. 정말 그 이유를 듣다 보면 '짚신도 짝이 있다는데 내 짝은 대체 어디에 있는가' 한숨 쉴 필요가 없게 느껴진다.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시대를 높게 평가해 과거에는 막 했을 거라 생각하는 원시 사회부터 현대의 폴리아모리까지 오후 작가의 재치 있는 필력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거기에 중간중간 있던 사진과 그림들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그 옛날 최초의 신 아툼이 자위를 통해 세상을 풍요롭게 만든 것처럼 고대 이집트 왕들은 가물 때마다 강의 여신을 달래기 위해 만백성이 보는 앞에서 자위를 했다. 그런데 문제는 보통 가뭄이 100일 넘게 이어졌다는 것! 즉, 파라오는 100일 연속으로 강 위에서 공개 자위를 해야 했다. '이집트인들은 자위에 진심이었다.(p.44)' ㅋㅋㅋ

임신한 상태에서 여럿 남자들과 관계를 맺으면 그 남성들의 장점을 모두 물려받는다고 믿었던 바리족, 마음이 변하면 밤에 문을 닫거나 남자의 짐을 넣은 가방을 문 앞에 걸어두며 꺼지라고 말하고 부인과 남편의 개념이 없고 아버지라는 호칭이 없어 경쟁, 질투, 탐욕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현존하는 모계사회, 일부일처제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권태기를 극복하고 즐겁게 살라는 가르침을 하기 위해 보수성이 강한 힌두교에서 만든 108가지 체위와 729개 섹스 스킬이 담긴 세상에서 가장 야한 책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리고 다섯 살 정도부터 엄지발가락을 제외한 나머지 발가락을 발바닥 쪽으로 꺾는 전족을 중국인들이 한 이유와 부부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남성에게 규칙적으로 창녀를 만나서 성욕을 해소할 것을 권유했다는 것과 여성이 재산으로 치부되던 시절 등 마음 아픈 이야기도 있다.



19세기부터 사랑이 전제된 결혼이 시작되면서 파트너에 대한 충절을 지키는 것을 중요시했고, 하트 모양의 유래부터 콘돔의 과거 그리고 피임약의 등장으로 어떻게 여성들이 사회적 지위를 높이게 되었는지 등 30만 년의 역사를 둘러보며 새삼 신기하기도 놀라웠던 연애사.

과거의 연애사를 보며 미래의 연애사도 생각해 보게 된다. 40년간 연구에 따르면 남성의 정자가 절반으로 감소해 이대로 간다면 점점 자연임신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에 걱정도 되지만 페미니즘, 섹스 리스, 메타 버스 등 사회가 급변하고 경제 체제가 변하고 가족이 해체되면서 미래의 연애는 또 어떻게 달라질지 사실 아무도 모른다. AI와 사랑을 할지도?! ㅎㅎㅎ 무엇보다 그럼에도 연애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

왜 우리는 연애에 골몰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생각을 해볼 수 있었던 색다른 재미가 있었던 책이었다. 그리고 유독 저자님의 마지막 독자에게 날리던 저주가 기억에 남는다.

당신 인생이 무료한 천국이라면, 차라리 지옥이 되길. p.299

어떤가 당신의 인생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