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 조영학 옮김 | 열린책들

세계문학 / p.117

절제심을 버리고 치욕 속으로 뛰어드는 나 또한,

밝은 빛 속에서 지식을 넓히거나 타인의 슬픔과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노력하는 나만큼이나 나 자신이다.

p.88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어떤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이휘재의 인생극장’이라는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며 양쪽의 삶을 살아보고 결정하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런데 여기 그걸 실현해 본 지킬 박사가 있다?!

의학자이자 법학자인 지킬 박사는 얼마 전 자신이 사망하거나 실종하면 하이드라는 이름의 남자에게 전 재산을 물려준다고 유언장을 고쳐 변호사 어터슨을 고민에 빠지게 만든다. 급기야 지킬 박사가 하이드 씨에게 약점이 잡힌 게 아닌지 의문을 품게 된 어터슨은 우연히 하이드를 만나게 되고 결국 그를 추적하기에 이른다.

하이드 씨는 길에서 넘어진 어린 여자아이를 발로 밟고 지나가는 등 인간의 기본적인 도덕관념이 없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급기야 길에서 지팡이를 휘둘러 사람을 때려죽이기까지 한다. 그 소식을 듣고 어터슨이 지킬 박사를 찾아갔으나 이미 자취를 감춘 그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전해 받은 하이드의 사과 편지 필체에선 지킬 박사의 필체가 보인다.

그렇게 하이드 씨가 사라지고 지킬 박사가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실험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내방객을 거부하며 그곳에서만 지내기 시작했고 죽마고우였던 래니언 박사조차 갑자기 사망한다.

도대체 지킬 박사가 숨기고 있는 진실이 무엇이고,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영화나 뮤지컬 등 수많은 작품으로 탄생했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였기에 하이드 씨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읽음에도 초반 어떤 진상도 알려주지 않고 지킬 박사의 친구 어터슨이 하이드를 추리해 나가는 방식이 나를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뒤에 지킬 박사의 고백서로 밝혀졌던 진상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스티븐슨 저자가 꿈에서 약을 먹고 괴물로 변신하는 꿈을 꾼 것에서 소재를 얻었다고 전해진다.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의 인격이 공존하는 모습의 묘사가 읽는 동안 감탄만이 나왔다. 알고 봐도 이런데 혹 아예 이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였다.(둥이들 보고 읽어보라고 해야지!!)




일반적인 인간 모두가 선과 악이 혼재된 존재로, 그 선과 악에서 중심을 잡으며 살아가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명망한 동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자신이 정한 도덕적 규칙과 충돌하는 유희의 탐닉으로 인해 고통스러워했던 지킬 박사는 결국 자신을 실험실 탁자에 앉혔다.

각각의 인격이 분리될 수 있다면 인생의 갈등이 완전히 해소될 거라 생각했던 그는 결국 목숨을 걸 만큼 위험했던 강렬한 유혹 앞에 넘어가 새로운 생명과 함께 이중생활을 시작했던 것이다. 도덕적 의무감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주고 순수 악의 존재였던 하이드로서 악을 행하며 얻은 그 강한 쾌감에 끝내는 노예가 되었던 그.

자신이지만 자신이 아닌 존재, 하이드 씨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도 주어진다면 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약을 마시기만 하면, 유명 교수의 몸을 벗어던지고 두터운 망토를 걸치듯 에드워드 하이드로 변신할 수 있지 않은가. p.94

‘숨는다’는 뜻을 지닌 하이드, 지킬이 하이드에게 숨었듯 나 또한 그 존재에 숨어드는 선택을 하게 될까? ‘그래! 결심했어!’를 쉽게 못 외칠 정도로 강한 유혹이 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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