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농장
조지 오웰 | 박경서 옮김 | 열린책들
세계문학 / p.157
항상 재독했다는 다른 분들 피드를 보며 ‘난 언제 재독해보나, 재독하면 처음 읽었을 때랑 다른 느낌일까?’ 궁금해했었다. 그래서 열린책들 35주년 기념판에서 동물농장을 봤을 때 ‘나에게도 재독의 기회가!’라며 좋아했다. 그런데 분명 재독인데, 왜 난 처음 읽는 느낌이 드는 걸까?
조지 오웰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정치적 견해를 형성시켜 준 경험을 적은 우크라이나판 서문으로 시작하는 책을 보며 순간적으로 ‘응?’을 외쳤고, 결국 그전에 읽었던 책을 찾아 펼쳐놓고 비교까지 했다. 번역자가 틀리니 문체가 조금 틀릴 뿐 같은 내용이 맞다.
가볍게 재독하려던 마음은 같은 책이지만 문체에서 주는 느낌에 따라 또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싶으면서 제대로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재독이지만 처음 읽는 자세로 정독을 한 동물농장, 여전히 복서의 결말에 마음이 아프고, 무지한 민중들이 선동되어가는 과정들이 지금의 세상을 돌아보게 만든다.
7계명
두 발로 걷는 자는 누구나 적이다.
네 발로 걷거나 날개가 있는 자는 누구나 친구다.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
어떤 동물도 술을 마시면 안 된다.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존스 씨와 일꾼들에게 봉기를 일으켜 '매너 농장'을 '동물 농장'으로 만드는데 성공한 동물들, 처음엔 성공적인 봉기 같아 보였다. 하지만 다른 동물들보다 똑똑했던 돼지들이 다른 동물들을 가르치고 조직하는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지도자의 자리를 차지했고 자신들을 위한 사병까지 만들었으며 풍차 건설을 주장한 이상주의자 스노볼마저 내쫓는다.
이 과정에서 동물들이 지켜야 할 불변의 규율이 되었어야 했던 '7계명'이 조금씩 바뀌어 간다. 돼지들이 침대에서 잠을 자기 시작하자 '침대에서 자서는 안된다.'가 '시트를 깔고 침대에서 자서는 안된다.'로, 술을 마시자 '술을 마시면 안 된다.'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시면 안 된다.'로, 자백에 따른 처형이 일어나자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가 '이유 없이 죽여서는 안 된다.'로....
그렇게 7계명은 온데간데없고 단 하나의 계명만 남아 있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p.142
처음의 7계명을 기억하며 의문을 표하는 동물들이 있을 때마다 중간에서 그들의 기억이 잘못되었다며 설마 존스 씨가 돌아오길 원하는 거냐고 말하던 스퀼러, 그런 그의 옆에서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라고 외쳐 되는 양들, 어떤 일이 있을 때마다 '더 열심히 일하자', '나폴레옹 동지는 언제나 옳다'라는 좌우명으로 자신을 몰아붙이던 복서.
무엇인가 잘못되어 간다는 걸 은연중에 알았지만 정확하게 무엇이 변화해가는지 모르던 그들, 좋지 않은 일이 생길 때마다 스노볼에게 혐의를 뒤집어 씌워도 그가 존스와의 한패라는 사실이 문서를 통해 드러났다고 말해도 글을 모르던 동물들이었기에 결국 자신의 지도자들이 하는 말만 믿었고 자신의 기억이 잘못되었을 거라며 나중엔 의문조차 가지지 않는다.
지도자가 말한 대로 정말 더 나아진 세상이 맞긴 한 걸까? 예전과 달라진 게 없는 삶을 살게 된 그들을 보고 있자니 지금 세상 또한 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예전과 같은 세상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지 오웰은 어느 꼬마가 굽은 길을 돌 때마다 말에게 채찍을 하는 것을 보고 만약 저 동물이 자기들의 힘을 인식한다면 우리 인간들은 동물을 마음대로 부려먹을 수 없을 것이고 인간들이 동물들을 부려먹는 것은 부자들이 노동자 계급을 착취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마르크스의 이론을 동물들의 관점에서 분석해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전체주의’ 선전이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는 문명인들의 의견을 얼마나 손쉽게 통제할 수 있는지 깨달았던 저자가 이에 대해 경각심을 높이고자 집필했다는 동물농장.
지금 우리는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바보들! 바보들 같으니라고! 바보들! 마차 옆에 뭐라고 쓰였는지 보이지 않아?
폐마 도살업 및 아교 제조업
복서! 뛰어내려! 어서 뛰어내려! 저들이 너를 데려가 죽이려고 한단 말이야! p.13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