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방식
그래디 헨드릭스 지음, 강아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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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방식

그래디 헨드릭스 | 강아름 옮김 | 문학동네

호러·스릴러 소설 / p.668

여기는 우리의 보금자리야.

우리 아이들의 보금자리, 우리의 집이야.

이곳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면 뭐든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자기들한테는 없어?

p.302

「호러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방식」은 책 제목과 표지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다. 처음 책을 받아보고 깜찍한 사이즈에 그리고 각도에 따라 달라 보이는 표지에 한 번, 생각보다 두꺼운 책 두께에 또 한번 “와~”를 외치게 했던 책이기도 하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보았을 북클럽 활동, 그런데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호러북클럽이라니! 그들이 어떻게 뱀파이어를 처단해 나갈지 궁금한 마음에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전개 방향과 평소 알고 있던 뱀파이어가 피를 먹고 뱀파이어화를 시키는 방법이 파격적이다. 결국 결말이 너무 궁금해 책을 펼친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 600페이지가 넘는 책을 한 번도 쉬지 않고 읽게 만들다니! 참으로 묘한 책이 아닐 수 없다.




올드 빌리지로 이사했다. 어딘가 널찍한 곳, 조용한 곳,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안전한 곳에서 살고 싶었다. 단순한 이웃 이상의 것, 집을 보면 그 거주자가 추구하는 특정한 가치들을 알 수 있는 어떤 공동체를 원했다. 바깥세상의 혼돈과 끝없는 변화로부터 보호받는 어딘가. 아이들이 하루 종일 밖에서 부모의 감독 없이 뛰어놀다 저녁 먹으라는 소리를 듣고서야 집으로 돌아오는 어딘가.

p.44

현재 정말 이러한 곳이 있을까? 나 때는 그나마 안전했던 동네가 지금은 찾기 힘들어진 것처럼 퍼트리샤가 이사 온 그 누구도 현관문을 잠그고 살지 않을 정도로 안전한 동네였던 올드 빌리지가 제임스의 등장으로 더 이상 안전하지 않게 된다.

새러리 부인을 병간호하기 위해 왔다는 조카 제임스, 그는 준수한 외모와 재력 그리고 지성으로 사람들의 경계를 너무나 쉽게 허문다. 그리고 그들의 남편과는 사업적으로 이어지며 부를 가져다주는 존재로 자리 잡는다. 그런데 그런 그를 볼 때마다 호이트 피컨스라고 부르며 자신한테 사진이 있다고 너를 안다고 외치는 치매를 앓고 있는 퍼트리샤의 시어머니 미스 메리 씨!

그런 그녀가 결국 쥐 떼들의 습격으로 죽고 그녀를 돌보던 그린 부인은 다쳤으며 식스마일에서는 아이들이 죽거나 실종되어간다. 하지만 식스마일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뉴스나 신문 어디에도 실리지 않아 올드 빌리지에 사는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모든 사건의 중심에 제임스가 있음을 알게 된 퍼트리샤는 자신의 북클럽 회원에게 이야기하며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들이 무엇인가를 해보기도 전에 남편들에 의해 가로막히며 오히려 발이 묶인다.

그리고 남자들은 오히려 전업주부가 그런 거라도 안 하면 온종일 뭘 할 거냐고 아이가 자기감정을 어떻게 다스리는지는 당신이 가르쳐야 했던 거 아니었냐고 제임스와의 관계가 틀어지면 당신이 책임질 거냐 물으며 자신의 욕구만 채우기 바쁘다. 부모는 없었다. 오직 정말 어머니만 있었을 뿐이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처단해야 할 존재인 뱀파이어 제임스가 가끔 옳은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그리고 퍼트리샤의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이야기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여러 인생을 살아.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은 한 가지 인생밖에 못 살지. 남들이 시키는 걸 하고 남들이 읽으라는 걸 읽는 게 행복하다면 너를 말리지는 않을게. 그저 딱하게 느껴질 뿐이야.

p.118

온 세상 돈을 다 벌어들일 필요는 없다고 얘기해 봐도 그러네요. 자녀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하지 못하는데 일이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p.405






그저 결혼하기 전 간호사였던 시절을 떠올리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게 되기를 갈망했던 퍼트리샤였고, 때로 약간의 위험이 간절했던 마음이 북클럽으로 발걸음 하게 했을 뿐이다. 아이 둘에 시어머니까지 모두 입히고 먹이고 집을 치우며 강아지 약까지 챙겨야 하는 현실에서 책을 읽기란 쉽지 않았지만 잠시나마 끝없이 이어지는 집안 일과 가족들로부터 벗어나는 쉼이 되는 시간이었다.

남이 정하고 그럴듯해 보이는 책이 아닌 자신들이 원하는 미스터리 잔혹 소설을 읽으며 서로 교감하고 우정을 쌓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는 시간을 가지던 다섯 주부가 자신의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특히 퍼트리샤의 고군분투기가 눈물겹다.

왜 난 이 책이 유쾌함만이 가득할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문고 사이트에서 호러소설로 분류되어 있는 이 소설에서 자신의 아이들을 지켜내는 과정을 통해 인종과 사회적 지위에 따라 달라지는 처우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정말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묵직함을 받게 되면서 현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

ps. 마지막 독서 토론을 위한 가이드의 질문이 있어 좋았다.

호러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방식, 인상 깊은 글귀

언젠가 그녀도 앤 새비지나 미스 메리의 나이가 될 터였다. 코리와 블루도 카터의 형제들처럼 굴며 그녀를 이리저리 떠넘기게 될까, 원치 않는 과일 케이크처럼? p.95

나는 좋은 사람이야, 좋은 아내고, 그리고 좋은 엄마야. 그리고 맞아, 나는 집을 청소해. 그게 내 일이니까. 그게 이 세상 속 내 위치니까. 내가 여기 있는 이유니까. 나는 지금에 만족해. 행복해지고 싶어서 내가…… 낸시 드루라도 되는 양 망상할 필요 없어. 내가 하는 일과 나라는 사람 자체로도 행복할 수 있거든. p.352~353

+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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