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 개의 날 1
김보통 지음 / 씨네21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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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 개의 날 1권

김보통 | 씨네21북스

만화 / p.264

이것은 내가 탈영병을 쫓는 이야기이며

누군가의 아들을, 형제를, 연인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p.19

요즘 넷플릭스에서 핫한 드라마 DP는 웹툰이 원작으로 다들 디피(DP)라 부르고 농담조로 '더티 플레이'라 부르는 헌병대 군무이탈체포전담조 그들이 들려주는 탈영병의 이야기이다.

탈영병들의 검거율은 95%가 넘으나 그 이외 사람들은 철저하게 신분을 숨기고 몇 년씩 숨어 지낸다고 한다. 소속 부대의 담장을 넘은 현지 이탈과 휴가를 나와 사라지는 휴가미귀자로 나뉜다는 탈영병은 체포되면 재판을 받는다. 상당수가 기소유예로 풀려나기도 하지만 실형 선고를 받고 전과자가 되기도 한다.

영창에 수감되어 있는 기간은 복무 기간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그곳에서 보낸 시간만큼 남은 군 생활도 늘어난다. 그들의 남은 삶에서 민간인으로, 자유인으로 살 수 있는 시간도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탈영을 하게 된 것일까?

* D.P의 뜻 : 디피(DP)는 영어로 Deserter(탈영병) Pursuit(뒤쫓음)


돌아간다. 부대로, 영창으로, 군인으로, 아들로.

저마다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간다.

가혹행위를 한 자들은 처벌받겠지만, 그뿐이다.

오늘도 누군가는 잠들지 못할 테고, 그중 누군가는 탈영을 하겠지.

돌아간다. 변한 것은 없을지 모른다.

p.145~146

가혹행위?! 에이~ 요즘 군대가 어떤 군대인데 설마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휴대폰도 사용 가능하고 기간도 줄지 않았냐며 오히려 지금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며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저자 또한 요즘 군대가 어떤 군대인데 구타가 남아있겠냐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자대 배치 날 구타를 '감상'하게 되었고 누군가가 때리고 누군가는 맞는 그 모습이, 나무가 바람에 흩날리고 코스모스가 피고 지는 풍경처럼 자연스러웠다며 구타를 목격이 아닌 감상이었던 이유를 이야기한다.

사회였다면 경찰에 신고라도 했을 텐데 무려 그곳은 군대였고 심지어 헌병대였다. 겁이 많고 마음이 여렸던 자신 또한 누군가 심하게 때렸으면 탈영을 했을지 모른다며 자신이 탈영병을 쫓는 군탈체포조였기 때문에 탈영을 하지 않을 수 있었던 셈이었다고 말한다.

DP 개의 날 1권에서도 가혹행위로 탈영을 한 최장식 일병의 사연이 나온다. 코를 곤다고 방독면을 씌워 뜬 눈으로 지새워야 했던 그는 부족한 잠으로 인해 결국 근무시간에 졸게 되고, 그로 인해 또 혼이 난다. 왜 조냐고 묻는 고참에게 잠을 잘 못 자서라고 사실대로 말해도 일이등병 중에 잠을 잘 자는 사람이 어디 있냐며 오히려 전체 취침 금지를 내려 안 자고 며칠 견디나 실험 한번 해보겠냐고 되물어온다.

꼴통 새끼 또 코 골았냐고 빤히 지켜만 보던 사람들과 알면서도 외면하는 소대장. 장난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들. 본인들조차 일이병때 고참에게 당해놓고 그대로 답습하는 사람들. 도대체 왜? 누구는 열심히 쫓아 탈영범을 체포해오면 뭐 하나. 내무실로 돌아와보면 후임병에게 이단 옆차기를 날리는 선임이 그대로 존재하는데.....

야, 너네 분대 가혹행위 없지? 나 진급해야 돼...

p.73

그냥 조용히, 그렇게 살고 싶었는데. 왜 나를 가만두지 않았던 걸까.

p.105

파리가 어떤 맛인지 모르지? 나는 알아. 어떻게 아냐고? 고참이 먹였거든.

어떤 날은 기분이 안 좋아서 먹이고, 어떤 날은 비가 와서 먹이고, 어떤 날은 기분이 좋아서 먹이고, 어떤 날은 날이 더워서 먹이고.

p.257




DP가 탈영병을 체포한 뒤 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왜' 탈영했는지 묻는 부분이 없다. 그저 어디에 있었는지 어떻게 잡았는지 묻는다. 그리고 장기 군탈자들을 연말까지 잡아오지 않으면 둘 다 죽이고 탈영할 거라고, 타사단 디피 애들한테 뺏기면 너네가 탈영하라며 협박조로 지시하던 상사는 검거율만 챙기며 결과만 쫓기 바쁘다.

비슷한 또래들을 모아 놓고 일사불란한 조직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 관리하기 편하게 서열이 확실해야 하는 곳, 그저 일이 알려지면 자신의 진급에 큰일이 될까 봐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한 곳상급자의 지시가 절대적인 조직에서 비논리가 무시되는 이곳이 정말 변할 수 있을까?

물론 육군대장보다 높다는 말년 병장이 여자와 하루 더 있고 싶어 탈영을 하는 경우도 있고 가혹행위가 아닌 탈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파리 귀신이라 불리며 괴롭힘을 당했던 탈영병이 탈영에는 공소시효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을 잡으러 오는 그들이 쫓을 수 없는 곳으로 도망을 치기로 결심했던 사연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곳에서는 편안하길...ㅠㅠ

탈영병을 쫓는 주인공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묵직한 울림을 주며 김보통 저자의 필력에 감탄하며 보았던 「DP 개의 날 1권」, 최근에 읽었던 '자기 앞의 생'보다 난 왜 이 이야기가 더 맘이 아픈지 모르겠다. 정말 엉엉엉 울고 싶은 기분. 아마도 아들을 둔 엄마의 맘이 그들에게 감정 이입되어서 일지 모르겠다.

정말 한사람 한사람 모두 소중한 사람이다. 그들이 인격적으로 대우받으며 지낼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마도 연고 없는 곳에서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외로울 것이다. 그리고 그리울 것이다.

지나온 모든 과거가 그리워지는

밤들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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