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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렘의 남자들 2
알파타르트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1년 8월
평점 :
하렘의 남자들 단행본 2권
알파타르트 | 해피북스투유
로맨스소설 / p.448
자객의 습격을 받으며 끝이 났던 하렘의 남자들 1권에 이어 드디어 단행본 2권이 나왔다. 아직 정해진 남자 주인공이 없었기에 어떤 후궁과의 관계에 변화가 생길지 설레는 로맨스를 생각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의 예상과 달리 상황이 점점 복잡해진다.
분명 초반엔 평범하지 않은 대신관 자이신 때문에 큭큭 거리며 웃기 바빴는데 점점 갈수록 뭔가 무서웠다. 때마침 밖에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고 있었고 다들 자고 있는 새벽에 불하나 켜놓고 읽고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오싹하기까지.
그냥 평범한 궁중 로맨스가 아니었다. 전편에서 부황의 암살로 인해 어느 정도 추리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뱀파이어, 흑마법 등 판타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이야기에 긴장감을 더했다. 걸크러쉬 여황제 라틸과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후궁들 사이에서 오가는 로맨스 속에 웃음과 추리에 더해진 판타지가 어느 것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잘 분배되어 진행되면서 절로 재미있다는 말이 나오게 만든 「하렘의 남자들」이었다.
"감히 날 습격하다니."
근육질의 남자는 이번에는 아예 적을 바닥에 냅다 꽂아버리면서 외쳤다.
"이것은 신의 분노이다!"
'아니, 그건 신의 분노가 아냐! 어딜 봐도 그쪽 분노잖아!'
자객의 습격을 받을 때 함께 있던 근육질의 남자, 설마 대신관은 아니겠지?!라며 지켜보던 라틸이었는데 세상에 정말로 대신관이었다. 그런데 이 대신관 천사와 같은 얼굴을 하고서 몸은 근육질이다. 그리고 성격이 참으로 평범하지 않다.
라틸이 폐하로 즉위한 후부터 습격 받는 빈도가 늘었다며 하렘으로 그것도 후궁으로 들어오겠다는 대신관에게 라틸이 묻는다.
"그래, 하렘에 들여보내주마. 그런데 어떻게 들어오려고?"
"저는 속세를 떠난 몸.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래? 대신전에 머물진 않는다 들었는데. 지금은 어디에 있는데?"
"카지노 딜러로 있습니다."
'전혀 속세를 떠나지 않았는데? 누구보다 속세에 찌든 거 같은데?
아 정말 대신관도 대신관이지만 속으로 받아치는 라틸의 한마디 한마디가 정말 웃음 포인트이다. ㅋㅋㅋㅋ 결국 대신관을 후궁으로 들이기로 하고 연회 때 자신이 그에게 반한 걸로 하며 공식적으로 후궁으로 들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연회 때 라틸은 혼자서 열심히 춤추고 있는 대신관을 보게 된다. 그것도 은은한 하프 선율에 맞추어 하프를 박살 내버릴 듯 격정적으로 춤을 추고 있는 대신관을, 그리고 그를 보며 사람들이 말하길 "굉장해. 박자를 죄다 무시하고 있군!", "음악과 완벽하게 따로 노네요."라고... ㅋㅋ 더 당황스러운 건 자기주장이 강한 댄스를 추고 있는 그에게 반한 척해야 했던 라틸 ㅋㅋㅋ
이게 끝이면 말을 안 한다. 후궁이 된 대신관에게 다른 사람의 마음속 소리가 들려오는 거에 대해 상의하기 위해 밤에 찾아가겠다고 일렀더니 침대에 홀랑 다 벗고 누워있다. 그리고 "오십시오, 폐하. 저는 타락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p.38라고 말한다.
아 정말 미치겠다. 이 대신관 뭐지?! 정말 그가 나올 때마다 어찌나 웃었던지, 하렘의 남자들 1권에서는 하이신스의 동생 클라인이 라틸에게 또라이로 찍히며 삽질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더니 2권에선 대신관이 그 역할을 이어 받은 듯하다. 앞으로도 그가 어떤 행보로 웃음을 줄지 기대가 된다.
반역으로 인해 사형되었던 이복 남매 틀라의 지시였다는 자객의 자백으로 의문을 품고 있던 가운데 틀라 황자의 지낭 역할을 하고 있는 '여우님'의 존재도 알게 된다. 그런데 그 '여우님'이 라틸을 보고 로드라고 부르며 아직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
500년 주기마다 나타난다는 로드, 그리고 로드가 깨어날 때 흑마법사도 같이 부흥을 하기 때문에 신전에서는 특별한 날에 태어난 이들을 신전에 불러들이기까지 했었다. 라틸이 집권하고 있는 지금이 그 시기였고, 라틸과 틀라, 라나문이 생년월일이 같아 로드로 의심을 받는 가운데 라틸은 자신의 자리까지 빼앗긴다.
로드일지 모른다는 가정하에 라틸의 어머니가 마법 도구를 이용해 라틸로 변했고 친오빠 레안이 도와줘 라틸이 궁을 비운 사이 장악을 한다. 그리고 궁으로 돌아온 라틸은 흑마법에 걸린 가짜로 몰린다. 다른 사람이 로드였다면 바로 죽였겠지만 자신의 딸이기 때문에 신전으로 가 우선 기다리라는 어머니의 말을 거부하고 도망치는 라틸, 그녀가 정말 뱀파이어 로드의 환생일까?
모두가 라틸의 어머니를 라틸로 알고 있을 때 유일하게 가짜인 걸 눈치챈 용병왕 칼라인, 그와 함께 라틸은 하이신스에게로 간다. 그리고 악명 높은 암살 집단의 수장이면서 선황제 무덤 사건과 수상쩍은 편지, 틀라 황자에 대해서도 아는 타시르에게 비밀 사인을 남긴다. 마지막에 자신의 생일날 약속을 기억 못 하는 라틸을 보고 가짜라고 알아채는 게스타까지 각자의 후궁이 다음 편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그런데 칼라인의 꿈에 등장했던 트로비가 라틸의 전생이었을까? 칼라인의 정체도 궁금하다. 그리고 라틸이 다른 사람이 약해진 틈에 들려오는 속마음이 어떤 도움을 줄지도.
일이 풀리지 않는다고 실망하고 기죽는 성품이 아닌 라틸이기에 고구마 하나 없이 시원시원하게 진행되는 이야기라 더 좋았던 「하렘의 남자들」. 단행본 3권이 어서 나왔으면 좋겠다.
ps. 그런데 하이신스를 찾아 궁에 들어가기 위해 라틸이 조각상으로 변신했던 마지막 장면은 정말 ㅋㅋㅋㅋㅋ 마지막까지 웃음꽃을 피우신 저자님 엄지척입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