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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트 러너
존 르 카레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8월
평점 :
에이전트 러너
존 르 카레 |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영미소설 / p.366
첩보 소설의 제왕으로 불리는 존 르 카레의 생전 마지막 장편소설이라는 책 소개 문구에 끌려 읽게 된 「에이전트 러너」이다. 그의 마지막 작품이라는데 나는 제일 처음 읽게 된 작품이었다. 그런데 저자가 정말로 첩보활동을 한 사람이다?!
저자는 이튼 칼리지에서 학생들에게 프랑스어 및 독일어를 가르치다가 영국 외무부로 일터를 옮겼고 요원 감시, 심문 등 첩보활동을 거쳐 영국 대사관 제2서기관, 함부르크 정치 영사로 활약하다가 영국 해외 정보국 M16에서 첩보활동을 했다고 한다.
저자의 이력 중 특히 놀라웠던 건 요원 신분으로 첫 장편소설 '죽은 자에게서 걸려온 전화'도 발표했다는 이력이었다. 와! 실제 요원이었던 사람이 쓴 스파이 소설이라니!! 그래서 더 신기해하며 기대를 안고 읽기 시작했다.
조국을 위해 뭔가 비밀스러운 일을
해 볼 생각 있나?
오십을 앞둔 영국 비밀 정보국 소속 요원 내트가 때아닌 심문을 당하게 된다.
대학 시절 담당 교수가 미적지근한 화이트 와인을 건네며 "조국을 위해 뭔가 비밀스러운 일을 해 볼 생각 있나?"라며 건네는 말에 순간 심장이 뛰었던 그가 이제 은퇴를 생각할 나이가 되었는데 난데없이 임무가 주어지더니 이젠 자신에게 배드민턴을 도전해오던 파트너 에드 섀넌이 정보기관 정직원이자 변절한 러시아 스파이라고 한다. 아니 이게 무슨 일?!
그저 수년째 챔피언 자리를 지키고 있던 자신에게 앨리스가 데려와 인사시킬 정도로 수줍어하던 에드가 도전을 해왔을 뿐이고 그 뒤 자연스럽게 주기적으로 만나며 배드민턴 게임을 치렀을 뿐이다. 그리고 매번 브렉시트에 대한 반감과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증오심에 가득 찬 정치 성향을 보이며 열변을 펼치는 에드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배드민턴 파트너였다.
그런 그가 러시아 스파이라는 사실도 놀라운데 동료들이 자신의 설명에도 계속 취조를 해오고 자신의 요원 생활도 끝나게 생겼다. 그런데 자신의 밑에서 일했던 플로렌스와 에드가 결혼도 한단다. 내트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까? 특히 에드의 결말이 정말 궁금했다. 배신자이니 형벌을 받으려나?! 내트가 결국은 그를 잡아 넘기게 될까?
처음엔 정확하게 어떤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 인물들이 등장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듯한데 나만 겉돌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반 정도 읽을 때쯤에 이야기 속에 온전히 빠져들 수 있었다. 그리고 앞 부분은 다시 재독을 해야 했다.^^;
이 와중에 저자 특유의 유머러스한 코드가 있다며 주인공 내트와 에드에게 뭔가 괴짜스러움을 느끼는 난 뭔가! ㅋㅋㅋㅋ 그리고 내트의 상황을 알게 된 아내 프루가 "기관에서 엿 먹이면 얼마든지 좇 까라고 해. 연금 따위 날아가도 상관없어. 우린 능력이 있고,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어."라며 죽음이 우릴 갈라놓을 때까지 자신의 지지와 지원은 무한대로 기대해도 된다며 사이다 발언을 날리는데 정말 멋졌다.
완전한 내 편!! 내가 더 든든했던 프루는 끝까지 멋지게 해낸다. 그리고 말랑말랑하게 끝난 이야기라 또 좋았다. 그런데 왠지 다음 이야기가 있을 거 같은 마무리이기도 해 아쉽기도 하다. 이게 마지막 장편 소실이니....
「에이전트 러너」의 배경이 되었던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인 브렉시트였던 만큼 그때의 정치적, 사회적 분위기를 미리 알고 본다면 더 흥미로울 스파이 장편소설이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