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의 인문학 - 삶의 예술로서의 인문학
도정일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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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의 인문학

도정일 지음 | 다산북스

인문학이 의미가 있는 것은

그것이 우리네 삶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삶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을

우리는 ‘삶의 인문학’이라 부를 수 있다.

프랑스 한 지방 관리사 아비뇽 근처에서 발견된 구석기 시대 동굴벽화, 2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 벽화는 그 보존 상태가 거의 완벽하고 솜씨가 탁월한 데다가 음각까지 합치면 그림도 300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은 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까?! 화가라는 직업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미술관 같은 문화시설이 있지도 않았던 그 시절, 그들은 드나들기도 힘든 동굴에 굳이 들어가 그림을 왜 그렸을까? 무엇을 위해서?

이 질문은 인간이 왜 노래를 하게 되었는지, 왜 시를 쓰게 되었는지 예술의 기원을 따져보게 한다는 점에서 근원적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 했는가?’라는 질문과도 연결이 된다.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질문은 아예 던지지 않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근원적인 질문은 그 자체에 해답을 찾기 힘들지라도 다른 많은 질문을 파생시킨다. 따라서 저자는 우리가 종종 잊고 있는 질문을 떠 올려보길 권한다. 매일 행복이 무엇인지 떠올리며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 단지 한 달에 한 번 아니면 1년에 한 번이라도 근원적인 질문을 해보면서 철학적 반성의 순간을 놓치지 말라고 권한다.




근원적인 질문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궁금증과 호기심을 촉발한다. 그리고 우리의 삶을 깊이 있게 성찰하게 만든다. 그만큼 ‘생각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책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인간 아닌 동물로 살아간다는 것은?’, ‘남자로 산다는 것은?’ 이와 같은 질문은 다른 존재의 입장에서 세계를 보는 훈련을 하게 하고, 인간, 사회, 자연을 이해하기 위한 인문학적 훈련의 징수이기도 하다.

‘인간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으로 생각의 힘을 강화하며 삶의 근원적인 힘을 키워주면서 자신의 삶을 더욱더 풍성하게 해주는 인문학을 통해 문화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다시금 책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했다.

끊임없이 나와 가족, 나와 세상을 연결 지어 이야기를 만들고 전하는 인간, 그들이 만든 이야기 속에 담긴 은유의 둘러 가기의 복잡성 능력과 치매의 연관성, ‘기대의 파괴’가 주는 재미와 사회과학에서도 쓰이고 있는 ‘반대 효과의 원리’, 과학과 신화의 상호 환원되지 않는 별개 차원에 따른 이야기 등 흥미로운 주제로 풀어나가는 이야기와 더불어 배우는 인문학이라 즐거웠다.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창조해나가는 인간, 감동을 만들고 감동할 줄 아는 능력을 지닌 인간은 그 특권을 포기하고 매일매일 살기 위해 죽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문학은 대학에만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도, 동네 구멍가게에도, 회사 사무실에도 모든 곳에 있어야 하는 만인의 것이다.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 했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하면서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도 연결되어 있던 인문학은 어쩌면 우리의 삶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어렵게 생각되었던 인문학과 조금이나마 친해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만인의 인문학, 인상 깊은 글귀

인간만이 갖고 있는, 그래서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하게 하고, 인간을 특별히 인간이게 하는 능력과 덕목은 무엇일까?

p.23~24

재미는 한순간 우리를 즐겁게 하고, 기분을 상쾌하게 하고, 피로를 잊게 한다. <중략> 그러니까 재미난 표현, 둘러치기의 표현은 엔도르핀 분비 촉진제인 셈이다. 그것은 모든 일이 잘 풀렸을 때처럼, 갑자기 좋은 소식을 듣거나 보고 싶은 사람을 우연히 만났을 때처럼, 우리를 한순간 기쁘게 하고 즐겁게 한다.

p.39

문학은 은유의 예술이다. 문학에는 은유 사용의 기술이 넘쳐난다. 은유는 빙 둘러말하고 슬쩍 감추고 지연시킨다.

p.73

신화는 인간을 담는 문화의 온실이고, 이데올로기의 우주이다. 인간은 그 우주 바깥에 있지 않고, 그 바깥으로 나가지 못한다.

p.101

신이 인간에게 눈을 준 것은 보게 하기 위해서인가,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인가.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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