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레몬그라스
마키아토 지음, 한수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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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레몬그라스

마키아토 장편소설 | 아르테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여주인공 선자이가 남학생들의 여신이었다면,

우리 여학생들의 마음속 왕자는 반장이었다.

어릴 때부터 내 기억 속 반장은 전부 반짝거리는 존재였다.

p.20

왕샤오샤가 좋아하던 남자아이의 묘사에 자연스럽게 내 추억 속 한 명의 남자아이가 생각났다. 반장 청이처럼 잘생기고 예의도 발랐으며 공부도 잘했던 그 아이는 인기투표를 할 때마다 1위를 차지하던 아이였다. 그만큼 그 남자아이를 좋아하던 여자아이도 많았다. 밸런타인데이 땐 초콜릿이 넘쳐났고 크리스마스 날이 되면 카드를 주기 바빴으며 그 아이를 좋아한다고 선언하던 여자아이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난 영문도 모른 채 무서운 여자아이들에게 불려 화장실로 갔어야 했다. 그 아이가 나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이유로... 그 이후로도 알게 모르게 그 아이와의 인연이 이어졌었고, 대학에 들어가기 전 동창회에서 다시 만나기도 했었던 그 아이. 지금 생각해 보면 웃음만 나오는 이 이야기가 어쩌면 여중, 여고를 나온 나에게 유일한 청춘 로맨스였을지도?

이처럼 그때 그 시절을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하는 청춘 로맨스 소설 「여름날의 레몬그라스」. 그런데 ‘레몬그라스’의 꽃말은 ‘말할 수 없는 사랑’???



레옹의 수행비서로 일하던 왕샤오샤, 그녀가 레옹의 청혼을 받은 현재 시점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랑해서가 아닌 매일 눈 뜨자마자 반복되는 고민을 더 이상 하기 싫어서라는 이유로, 함께 일한 만큼 서로를 잘 안다는 이유로 받은 청혼, 그 대답을 남겨둔 채 절친의 결혼식 들러리를 서기 위해 프랑스에서 고향 타이완으로 돌아온 그녀.

도착한 선착장에서 동창 리쉐얼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청첩장을 받게 되는데, 결혼 대상자가 청이이다. 왕샤오샤처럼 청이를 좋아했던 리쉐얼이 청이와 이어진 이 상황, ‘우리 사랑의 여정도 행복했는데, 왜 그렇게 끝난 걸까?(p.17)’라는 물음과 함께 그때 그 시절의 청춘 로맨스 이야기가 시작된다.

고향 땅을 밟자마자 추억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사람들, 사건들, 청춘에 남겨진 그 많은 미완성들. 이미 다 잊었다고, 잊혔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렇게 믿고 싶었을 뿐이다. 그림자가 따라다니듯, 추억은 내가 끌고 다니는 무거운 짐의 일부분이 되었다.

p.14

초등학교 4학년 때 복도 창가에서 유자와 함께 칠판지우개를 털며 분필 가루를 날리고 있을 때 그 가루를 뚫고 나타난 아이. 피부가 하얗고 코가 높고 오뚝했으며 턱의 곡선도 완벽했던 그야말로 무슨 짓을 해도 다 용서될 듯한 귀공자 분위기였던 청이를 왕샤오샤가 좋아하게 된 순간이다. (꺄아아 역시 청춘 로맨스!)

그때부터 왕샤오샤는 청이의 관심을 끌기 위해 청이가 하는 말마다 반대를 하고, 일부러 귀찮게 하고, 청이가 하는 일에 훼방을 놓는다. 초등학생 때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괴롭히던 남자아이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ㅎㅎ

왕샤오샤의 마음이 하늘에 닿았는지 중학생 때까지 같은 반이 된 둘, 하지만 청이를 좋아하는 라이벌만 늘어갈 뿐 둘 사이의 거리는 줄어들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좋아하는 마음을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감추고서 그녀 곁에 머물던 소꿉친구 유자.(그렇지! 항상 청춘 로맨스엔 서브 남주가 존재한다!)

자신만의 사랑 방식으로 왕샤오샤에게 다가가는 청이와 오해 속 헤어짐의 반복이 가끔 답답했지만 중간중간 보여주는 설렘 포인트는 아주 제대로다!(어머 어머!) 그런데 왜 항상 달콤함은 짧고 오해로 비롯된 헤어짐은 길게 느껴지는가?! 그래도 처음 걱정과 달리 해피엔딩으로 끝이 나는 이야기, 그때 그 시절의 청춘 로맨스를 다시 느껴볼 수 있었던 풋풋함이 있던 이야기였다.

그 풋풋한 그 시절로 돌아가보고 싶으신 분들은 GO!

ps. 레몬그라스 꽃말이 가진 의미와 리쉐얼의 결혼 대상자가 청이라는 초반의 이야기는 책을 막 읽기 시작한 나에게 불안감을 주는 요소가 되었다. 결국은 그 불안감이 나를 마지막을 먼저 보게 만들었고, 다시 즐거운 마음으로 정독했다는 후문이?! 역시 로맨스는 해피엔딩이 제일이라며 ㅋㅋ

여름날의 레몬그라스, 인상 깊은 글귀

나는 청이에게 이렇게 묻고 싶을 줄 알았다.

'너 아직도 나 좋아해?'

그런데 지금 청이에게 가장 묻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다.

'왜 날 좋아해?'

p.196

"이제 와서 미안하다고 해봤자 소용없어." 청이는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손을 내저으며 입가에 아리송한 웃음을 드리우고 단호하게 말했다. "네. 가. 책. 임. 져!"

p.204

어렴풋이 누군가 나를 안아 올려서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부드럽고 다정하게 내 얼굴의 눈물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그래, 나 아직 너 사랑해."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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