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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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커스미스

세라 워터스 장편소설 | 열린책들

수전, 수전 스미스, 수키 토드리, 속이기 쉬운 아이,

내 인생을 가져가고 자유를 가져다줄 아이.

……

넌 나를 삼켜 버리려고 브라이어에 온 거야.

p.368

세라 워터스의 빅토리아시대 3부작 중 처음 읽었던 「끌림」의 반전은 이 책에 비하면 반전 측에도 못 들어갈 정도로 「핑거스미스」의 반전은 강력했다. 그 강력했던 반전이 무려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2/3 지점인 1부에서 나왔다는 사실과 아직 많이 남아있는 장수(총 p.832)를 보며 도대체 나머지를 어떻게 끌고 나가려고 이러시나 걱정이 될 정도였으니!

책을 읽다 보면 그 이야기에 온전히 빠져 몰입이 되어 주위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는 상태에 빠져들 때가 있다. 이 소설 「핑거스미스」가 그러했다. 애들이 옆에서 떠들든 말든 신랑이 옆에서 핸드폰으로 소리 내어 영상을 보든 말든 정말 빠져 읽었다. 그래서인지 뭔가 잘 읽었다는 기분이 유독 오래 남는 책이다.




「핑거스미스」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의 원작 소설로, 소설의 제목인 핑거스미스는 도둑을 뜻하는 빅토리아 시대의 은어이자 주인공인 수의 직업이기도 하다. 수는 런던 뒷골목 도둑들의 손에서 자란 아이였지만 석스비부인의 보호 아래 다른 아이와는 조금은 틀리게 자랄 수 있었다.

어느 날, 1년 만에 나타난 젠틀먼이 수에게 책에 미친 노인 크리스토퍼 릴리를 삼촌을 둔 질녀 모드 릴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모드가 결혼을 해야만 얻을 수 있는 재산이 있으니 수가 모드의 하녀가 되어 자신과 잘 되게 도움을 준다면 돈을 주겠다고 권유를 하고, 평소 석스비부인으로부터 한몫 잡아야 한다고 들어왔던 수였기에 그 음모에 동참하기로 한다. 과연 수와 젠틀먼은 성공할 수 있을까?

지금은 상황이 어렵지.

하지만 우리에게는 수가 있지.

수가 모든 걸 해결해 줄 거야.......

p.26

▶ 책을 다 읽고 보니 이 말이 의미하는 게 어떤 건지 알겠다.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느껴야 했던 배신감과 충격이란...




우리는 자매처럼 함께 잤다.

정말로 자매 같았다.

나는 언제나 언니나 동생이 있었으면 했다.

그리고 젠틀먼이 돌아왔다.

p.134

모드의 삼촌은 세상과 단절한 채 그녀를 키우면서, 항상 장갑을 끼게 했고 일정한 시간 동안 자신에게 책을 읽게 했다. 그것도 아주 음탕한 말들이 가득한 책을 구두점을 완벽하게 지키면서 기호도 빼먹지 말고 읽으라고 요구한다. 너무 훈련을 잘 받아 맑은 음정으로 책을 읽으니 음탕한 말들조차 달콤하게 들릴 정도였고 때론 사람을 초대해 그 앞에서도 읽게 만들었다. 장갑에 뭐가 하나 묻으면 불안 증세를 보이고 모든 것을 삼촌 것이라고 말하는 모드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자란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그런 그녀에게 하녀 수는 남다른 존재로 다가왔다. 공포에 떠는 자신을 달래며 안아준 사람도 수가 처음이었고 우연히 찾은 카드로 놀이도 했으며 수로부터 춤도 배운다.

모드의 운명을 연극 속 등장인물의 운명처럼 느꼈던 수는 모드의 세계가 너무나 기묘하고 조용해서 정상적인 세상이 엄청나게 거친 곳으로 느껴졌고, 모드의 고립된 세계에선 평범한 세계가 너무나 동떨어진 곳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고립된 장소에 너무나 오랫동안 같이 있음으로써 둘은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난 부자가 되고 싶지 않아.

부자가 되고 싶다고 바란 적 한 번도 없어.

내가 원하는 건 그저.......

p.808

동일한 사건을 1부에서 수의 시점으로, 2부에선 모드의 시점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그리고 3부에서 다시 수의 시점으로 돌아온다. 1부에서 아주 크게 반전을 날려주셨던 저자, 그리고 2부 막바지에 새로운 사실이 또 밝혀지며 3부로 이어지는데, 정말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정말 세라 워터스 저자의 반전 실력은!(엄지 척)

런던 뒷골목, 정신병원, 외설물을 읽히던 삼촌 등 음모와 사랑 그리고 배신이 함께 했던 흡사 거대한 쇼와 같았던 이야기엔 예기치 못한 급변과 반전으로 가득했다. 저자가 독자를 속이려고 작정하고 속임수를 여기저기 숨겨 놓은 덫에 독자는 하염없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듯하다.

정말 빠져 읽었던 소설이었으나 어느 것 하나 풀기 힘들다. 혹여나 이 책을 읽기 전인 사람이 이 글을 보고 약간의 스포라도 알게 되면 책 읽는 재미가 반감될 거 같아 어디까지 풀어야 할지 감이 안 온다. 모든 게 다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거 같아서.. 그저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직접 읽으시며 그 재미를 느껴보셨으면 하는 마음이 크기에....^^(검색하면 다 나오기도 하겠지만 ㅎㅎㅎ)

혹여나 퀴어 소설이라 망설여진다면 그 부분이 아주 적다고, 그래도 망설여진다면 그 부분을 살짝 건너뛰어도 충분히 책을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정말 그만큼 한번 읽기 시작하면 그 이야기에 푹 빠져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정말 화려했던 역사 스릴러 소설로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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