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림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870년대의 여성 교도소와 영매의 세계를 배경으로 그려진 빅토리아 시대 여성들의 단면을 치밀하게 볼 수 있었던 「끌림」, 정말 제목처럼 미묘한 어떤 것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퀴어 소설이라고 알고서 읽은 책이었지만 거부감보다는 처음 읽는 퀴어 소설이었기에 그 감정을 어떻게 그려냈을지 궁금증과 함께한 호기심이 더 컸다고 할 수 있겠다.

읽는 동안 안개에 가려진 듯, 알듯 말듯 한 이야기가 읽는 이로 하여금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리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의 반전과 닫혀있지 않은 결말이 주는 충격은 가히 압도적이다. 정말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충격이란! 처음의 설마가 대박이라는 말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단 몇 장으로 이루어져 더 큰 임팩트를 선사한다.

교도소를 방문하는 상류층 숙녀 마거릿과 교도소에서 수감생활 중인 셀리나였기에 둘 사이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예상은 했었지만 한편으로는 ‘소설이니깐!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살짝의 기대감도 사실 있었다. 그런데 정말 와~ 이거 뭔가요?!




아버지의 죽음, 여인의 배신 그리고 어머니의 간섭 속에서 점점 죽어만 가던 주인공 마거릿. 그녀는 주위 권유로 감옥을 방문하게 되고 그곳에서 단 한 번도 문제를 일으킨 적 없다는 수감자, 영능력자 셀리나 도스를 만나게 된다.

우연히 셀리나에게는 그 누구도 편지를 하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거릿은 아름답지만 그녀를 친구로 원하는 죄수 또한 없다고 한 사실을 떠올리며 그녀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엿본다. 그녀 또한 자신의 처지와 같다고 느끼는 그녀는 한없이 그녀에게 빠져들며 흥미를 느낀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통해 자신이 잊고 있던 본 모습을 깨달으며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갈망을 풀어나가려고 한다.



마거릿과 셀리나의 일기장이 교차하며 진행되는 그들의 이야기 「끌림」, 마거릿의 일기를 통해서는 감옥에 갇혀 지내는 것보다 더 감옥 같았던 그녀의 일상과 밀뱅크를 방문해 보고 들은 내용 그리고 셀리나와 관계가 자세히 그려진다. 셀리나의 일기를 통해선 그녀가 감옥에 갇히기 이전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셀리나의 이야기에서 보이던 강신술과 영매 이야기는 알게 모르게 오싹함을 선사한다. 아침독서를 하다 '아, 망했다. 머리 어떻게 감지.'를 외치게 할 정도로 그 영혼의 이야기가 너무 리얼하게 다가왔다. ‘정말 속임수가 아니라 사실일까?’하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들며 은연중에 슬금슬금 다가오는 그 현실감과 오싹함이란!



특별한 이름을, 비밀스러운 이름을, 당신의 가장 나쁜 점들이 담긴 이름이 아닌, 가장 아름다운 면이 담긴 이름을 알려 주세요……

p.179

서로의 이름을 공유함에 따라 비밀스러운 관계가 맺어지고 마거릿의 마음속에 셀리나가 들어온듯하다. 영혼을 통해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하는 셀리나, 그런 그녀에게 끌림을 느끼는 마거릿.

그 둘의 끝이 궁금해 책을 손에서 높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 궁금증을 정말 끝까지 유지한 채 읽을 수 있도록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저자의 필력에 다시 한번 감탄을 표한다. 그래서일까?! 그 반전에 뒤통수 제대로 맞은 기분이 오래 남는 것도 ㅎ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