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더봇 다이어리 : 시스템 통제불능 FoP 포비든 플래닛 시리즈 6
마샤 웰스 지음, 고호관 옮김 / 알마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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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안 담당이다.

고객이 공격받지 않도록 보호하고

그들이 서로 공격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제지한다.

하지만 이번 건은 내 기능을 넘어선 일이었다.

p.83

나는 살인 로봇으로 만들어졌으나 자율 모듈을 해킹함에 따라 자유의지를 가지게 되고 5만 6천 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살인을 별로 하지 않게 된다. 로봇이지만 정맥과 동맥도 있고 다치면 피는 흘리지 않지만 아픔을 느끼며, 온도 제어 시스템이 고장 나면 추위도 느끼는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는 로봇이다.

지배 모듈에서 벗어난 로봇인 게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엄청난 질문을 받은 뒤 부품별로 쪼개졌을 거라고 믿는 “나”이기에 항상 지배 모듈 아래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며 계약한 사람들이 자신이 자유롭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게 조심 또 조심한다.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엔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음악을 듣는다.

이번에 '나'와 계약하게 된 고객은 보존 지원단으로, 행성의 자원에 대한 옵션을 매입하고 독점 소유권에 입찰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탐사를 온 단체이다. 그들을 보호하며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는 것 말고는 아무런 할 일이 없었던 '나'는 그들이 무엇을 하든 관심이 없다. 그저 일이 빨리 끝나고 <거룩한 위성>의 397회 에피소드를 이어서 보고 싶을 뿐이다.ㅋㅋㅋ

바다라지 박사와 볼레스쿠 박사가 해안에서 표본을 재취하다가 무엇인가로부터 공격을 받게 되면서 보고서에 없던 위험 동물군이 나타난 이유를 찾아보게 되고 누군가 하위 보고서에서 그 부분을 지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자신들이 가진 지도에는 없는 지역이 있다는 사실에 더 이상 자신들이 가진 지도를 믿지 못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같은 탐사 패키지를 온 델타폴과 연락을 주고받다 어느 순간 연락 두절이 되고 마는데... 과연 누가 무엇을 왜 숨기려고 하는 것일까?

그 긴장감 속에서 취향 저격 재미있는 장면들이 속속 나오니,

SF 판타지 소설 「머더봇 다이어리」, 무거워 보이는 표지와 달리 재미있어도 너무 재미있다.

인간은 그를 불편해하고, 나는 인간을 불편해한다. 서로를 어색해하며 불편해하는 모습을 묘사하는 장면의 상황들이 묘하게 재미를 선사한다.

“보안유닛, 너는 이름이 있어?”

“없습니다”

“그건 자기를 “살인봇”이라고 불러.”

“그건 사적인 일입니다”

"구라틴, 너는 그게 쉬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알고 싶어 했잖아. 기록을 찾아본 것도 그것 때문이고. 말해봐."

"그건 우리가 착륙한 뒤로 700시간 분량에 해당하는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았어. 거의 다 드라마야. 대부분은 <거룩한 위성>이라는 거고." 구라틴은 부정하듯 고개를 흔들었다.

"아마도 회사에 보내려고 데이터를 암호화하는데 썼을거야. 그게 드라마를 볼 수 있을 리 없어. 그 정도 양을 말이야. 우리가 알아챘을 거야."

라티가 말했다.

"개척지의 법무관이 장기 이식을 받은 자기 아이의 두 번째 기증자인 테라포밍 감독관을 죽인 편 알아?"

"죽이지 않았습니다. 그건 엿 같은 거짓말이라고요."

라티가 멘사에게 말했다.

"보고 있네."

p.116~117

보고 있네 보고 있어 ㅋㅋㅋㅋ

구라틴이 나를 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지배모듈은 없지만, 우리는 너를 쳐다봄으로써 혼내 줄 수 있다는 거네."

"아마도 그럴 겁니다. 제 팔에 총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제가 떠올리기 전까지는요."

멘사가 빈정대는 투로 말했다.

"자, 구라틴. 저게 널 협박했어. 하지만 폭력을 쓰지는 않았어. 이제 만족해?"

"일단은."

그러니까 나를 시험하고 있었다는 소리였다. 와, 용감한데. 그리고 아주아주 멍청했어.

p.154

드라마도 보고 코웃음도 치고 드라마의 내용을 말하는 로봇, 인간과 상호작용하면서 수줍어하는 로봇,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는 그동안 보고 읽었던 온갖 스릴러나 모험담을 유용하게 적용시키며 사람들을 놀래키기도 하는 로봇, 막상 그들이 위험하면 적극적으로 구해주는 무심한듯하면서 시키는 건 또 다해주고 때론 삐지기도 하는 이 로봇 정말 매력적이다. 뭔데 이렇게 귀엽냐고 ㅋㅋㅋ

"사람들이 제게 총을 쏘지 않으면 저는 뭘 해야 하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거야."

멘사가 웃었다.

"집에 가면 얘기해보자고."

「머더봇 다이어리」 시스템 통제불능 p.211

보호자가 소유주보다는

듣기 좋은 말이었다.

「머더봇 다이어리」 시스템 통제불능 p.214

인간과 상호작용을 해본 적 없던 '나'가 부끄러워하기도 하고 인간을 좋아하게 되면서 인간과 함께하며 깨달아가는 미묘한 감정이 잘 느껴져 '나'가 성장해 나가는 모습들에 절로 엄마 미소가 지어진다. 드라마를 보며 터득한 말을 툭툭 던질 때면 빵 터져서 웃기도 했고 사건의 배후를 파헤치기 위해 나서는 장면에서는 조마조마 긴박감 넘치는 스릴도 느낄 수 있었다.

재미와 추리 감동까지 뭐하나 빠지는 게 없다. 왠지 모르게 무거운 이야기일 거 같았던 표지에서 느껴지던 무거움이 날아가며 마구마구 주위에 외치고 싶게 만든다. "머더봇 다이어리 꼭 보세요. 너무 재미있어요." 입이 근질근질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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