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2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지음, 안영옥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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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1권은 각각의 모험들이 다 희극의 성격이 강해 엉뚱하면서 유쾌한 재미가 있었다면 2권에서는 삶의 씁쓸한 단면을 본 듯한 기분이 들어 계속 이야기를 곱씹게 되었다. 그리고 1권에서의 모험을 담은 돈키호테와 산초의 이야기가 출판되었다고 나오는 내용으로 인해 2권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함께 1권을 읽은듯한 착각이 들면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산초의 역할이 두드려졌던 2권, 현실과 허상에서 오고 가는 이야기가 가끔은 모든 것이 진실인 듯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1권에서부터 산초에게 섬을 하사하여 통치를 할 수 있게 해주겠다던 돈키호테의 말이 2권에서 이루어지는 걸 보면서 ‘대박’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고, 생각지도 못한 돈키호테의 결말에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다.

 

돈키호테는 호기심이 많고 늘 무언가 새로운 것을 알고 싶어 하는 욕망에 시달리는 인물로 자기에게 일어나는 일은 모두 모험에 또 모험이라고 늘 믿고 생각하며 행동으로 옮기는 자이다. 그의 모험을 보며 현실적으로 이야기하는 산초에게는 무조건 마법사들이 무슨 사물이든 그들이 갖고 있는 본래의 모습을 바꾸어 다른 것으로 둔갑시켰다고 오히려 성을 내기도 한다. 항상 그와 함께 하는 종자 산초에겐 돈키호테가 행하는 모든 것들이 무모한 생각이나 공격이라고 생각하고 몸을 사리지만 항상 함께 당하니, 어쩔 수 없는 환상의 콤비가 아닐 수 없다.

돈키호테가 어떠한 모험을 하고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쩜 이렇게 이야기를 잘 지어낼까?!’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래서일까? 둘시네아가 마법에 걸렸다고 산초가 꾸민 이야기에 감쪽같이 속아 넘어가는 장면에서 산초가 돈키호테를 정신을 잃고 완전히 미쳐있다고 깨닫는 내용이 주는 웃음 요소가 더 크게 다가왔다. 서로를 정신 나간 사람으로 생각하며 끊임없이 돈키호테와 산초가 티격태격한다. 그리고 또 다른 편력 기사와 종자가 등장하는데 그 정체가 가히 반전이다. 이렇게 중간중간 웃음을 선사해 주시니 벽돌 책이어도 술술 넘어간다.

 

이룰 수 없는 꿈을 찾아 헤매다가 결국 현실의 벽 앞에 무너져 내린 돈키호테, 작가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읽다 보니 돈키호테의 이야기에 그의 인생의 흔적이 담긴 이야기가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가 만난 사람들과 장소들이 돈키호테 속에 그대로 녹아 있다는 내용에 1권에서 그 장면들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으니 조만간 재독을?!

돈키호테가 제정신으로 줄 수 있는 이득이 그가 미친 짓을 함으로써 주는 즐거움에 미칠 수 없다는 것, 돈키호테가 은둔해버리면 그의 광기에 대한 소식으로 즐거워하던 모든 사람들이 그 재미를 잃어버리게 되는 점을 안타까워하는 장면에서는 공감 백만 개를 표한다. 광기 없는 돈키호테라니 상상할 수조차 없다. 그래서 결과가 그렇게?ㅠㅠ

 

작가에게 있어 돈키호테는 가장 순수한 연인에 가장 용감한 기사이자 품위 있고 명예로운 기사였고, 산초는 쓸데없는 잡동사니 기사 소설들에 흩어져 있는 종자들이 지닌 모든 매력들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종자였다고 한다. 이런 인물들의 모험과 언행들을 만나볼 수 있는 돈키호테는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고전문학이다.

 

일이라는 게 그렇게 수월하게 해결되는 게 아니거든요. 돈키호테는 미쳤고 우리는 제정신인데, 그는 멀쩡하게 웃으면서 가고 나리는 뼈가 갈려 슬퍼하고 있네요. 그러니 이제 한번 생각해 봅시다. 어쩔 수 없이 미친 사람과 자기가 좋아서 미친 사람 중에 누가 더 미친 사람인지 말입니다.

p.209

자식이라는 것은 나리, 부모 내장의 토막들이라서 착한 아이든 나쁜 아이든 우리에게 생명을 주는 영혼을 사랑하듯 사랑해야 하지요. …… 자식들에게 이 학문을 하라는 둥 저 학문을 하라는 둥 가용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p.219

세상의 있는 모든 의사와 훌륭한 법원 서기들이 몽땅 몰려와도 저분의 광기를 제대로 정리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분은 일관되지 못한 미치광이로, 제정신이 드는 때가 많거든요.

p.243

이 세상에 운명이라는 것은 없으며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결코 우연히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특별한 섭리에 의한 것이라는 걸세. 그래서 각자가 자기 운명의 창조자라는 말도 있지.

p.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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