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1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지음, 안영옥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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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히고 있다는 불멸의 고전 「돈키호테」, 주인공의 이름이 '돈키호테'가 아닌 이달고로, 그 자신이 본인에게 스스로 붙인 이름이 '돈키호테 데 라만차'이다. 1, 2권으로 나누어져 있는 이 책은 상당한 두께를 자랑해 선뜻 손이 나가지 않게 생겼지만 한번 읽기 시작하면 술술 읽혀 진도를 쉽게 뺄 수 있는 재미를 지니고 있어 이틀 만에 완독할 수 있었다.

기사 소설에 푹 빠진 그는 이제 분별력을 완전히 잃어버려, 세상 어느 미치광이도 하지 못했던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p.53

나이가 쉰에 가깝고 얼굴과 몸이 말랐으며 체형은 꼿꼿하고 사냥을 좋아하던 이달고가 기사 소설에 푹 빠져 재산을 관리하는 일도 잊은 채 수많은 밭을 팔아가며 기사 소설을 구입한다. 거의 잠도 자지 않고 기사 소설만 읽던 그는 결국 분별력을 잃게 되고 자기가 읽은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모두 진실이라 생각하기에 이르게 되면서 그의 모험 이야기가 시작된다.

피부병에 걸려 온통 털과 뼈뿐인 말에는 로시난테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으며 자신에게도 그에 걸맞은 새 이름 돈키호테 데 라만차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녹슬고 곰팡이 핀 증조할머니 대의 칼과 창과 투구를 꺼내 손질을 해 가지고 떠난다. 이렇게 시작된 그의 모험 이야기는 정말 희극이 따로 없었으니 너무 재미있어도 너무 재미있다. 중간중간 있는 일러스트도 어찌나 표현을 잘해두었는지 보면서 내리 웃음만 나와 결코 8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이야기가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돈키호테의 머릿속에는 어느 때고 어느 순간이고 모든 것을 기사 소설에 나오는 전투, 마법, 사건으로 생각해 항상 그가 말하는 것이나 생각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은 모두 그런 쪽으로 나아간다.

양 떼 두 무리가 일으키는 모래는 두 군대가 일으키는 모래로, 양들의 울음소리는 말들이 울부짖는 소리와 나팔소리, 북소리로 그리고 잿빛 당나귀를 타고 놋대야를 머리에 쓴 채로 오고 있는 사람은 얼룩이 있는 검은 말을 타고 황금투구를 쓴 기사로, 풍차를 거인으로 오인해 달려들거나 성베네딕트 교단의 사제들을 어느 공주를 유괴해가는 마법사로 보일 정도로 돈키호테는 보는 것마다 모두 자기가 읽은 허황된 기사도 이야기와 불행한 망상에 아주 쉽게 갖다 붙였고 기사소설에서 읽었던 상황으로 해석해 달려들고 보았다. 그것이 매번 또 다른 방망이가 되어 돌아왔으니 한마디로 매를 벌고 다녔다고 할 수 있겠다.

모험을 시작한 이후로 수많은 불행을 당하는 돈키호테와 산초, 기사가 된 이후로 이긴 적 한 번 없고 항상 몽둥이로 두들겨 맞고 또 맞고 주먹으로 터지고 또 터지기만 하니 나중에는 어떤 사고를 칠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나리, 돈키호테님, 돌아오세요. 나리께서 싸우시려는 상대는, 하느님께 맹세합니다만 바로 양 떼입니다요! 제발 돌아오시라니까요. 나를 낳아 주신 아버지는 운도 없으시지! 이게 무슨 미친 짓입니까요? 거인도 기사도 고양이도 갑옷도 쪼개진 방패도 온전한 방패도 푸른빛 종 문장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단 말입니다요. 아이고, 내 팔자야!

p.255

세상에 다시없는 광기로 상상해 즉석에서 그들에게 부여한다.

양들을 군대로 보고 달려든 돈키호테는 목동들에게 죽을 만큼 맞아도 끝까지 악당이 자기를 시기해서 적군을 양떼로 둔갑한 거라며 자신이 상상한 시나리오대로 밀고 나간다. 산초가 양 들이라고 제발 돌아오라고 외치면서 '아이고, 내 팔자야!' 하는데 정말 산초에게 감정이입 제대로 되었던 장면! 이젠 저 광기조차 대단해 보인다.

몸이 반으로 갈라져도 향유만 있으면 나을 수 있다던 돈키호테의 말만 듣고 그가 만든 향유를 마시고 죽다 살아난 산초에게 오히려 편력 기사가 아닌 자에게는 듣지 않는가 보다고 말하는 돈키호테의 엉뚱함까지 정말 여러 번 나를 울린다. ㅋㅋㅋ

3부까지 그의 광기로 만들어진 모험이 주를 이루었다면 3부 끝자락부터 4부가 끝나는 부분까지 새로운 인물이 등장, 그들의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전환되니 지루할 틈이 없다. 어떠한 것에도 훌륭한 분별력을 보이던 돈키호테 그가 기사도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면 분별력을 잃으며 새로운 인물들도 당연하게(?) 당황스럽게 만듦으로 그 반응을 보는 재미가 또 쏠쏠하다. ㅋㅋㅋ



엉터리 기사 소설에 쓰여있는 이상하기 그지없고 엄청난 미친 짓을 사실이라고 여기는 돈키호테에게 일침을 날리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그 책들은 국왕의 허가와 심사 위원들의 안기를 얻어 인쇄된 것으로 모든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고 칭찬하는 책이므로 거짓말일 리가 없다고 말하는데 이상하게 설득당하는 이 느낌 ㅋㅋㅋ

어깨가 산산조각 난 돈키호테를 소달구지에 태워 고향으로 끌고 가다시피해 돌아가게 되는 그들의 일정은 산초와 함께 더 큰 이익과 명성을 얻게 해줄 세 번째로 집을 나가면서 마무리된다. 과연 2권에서는 어떤 광기를 보여줄지 그의 모험담이 기대된다. 여러분, 이 책 꼭 읽으세요~ 두 번, 세 번 읽으세요~^^

이들에 대해서 사람들은 말하지요

모험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라고요.

p.744

불멸의 고전 「돈키호테 1」 인상 깊은 글귀

나야말로 원탁의 기사, 프랑스의 열두 기사들과 명성의 아홉 기사를 다시 부활시킬 자이며, 플라티르와 타블란테와 올리반테와 티란테와 페보와 벨리아니스 기사들과 기타 무수한 유명 기사들을 망각 속에 묻을 자라네.

p.273

나리, 어쩌자고 또 나리께서 이토록 위험한 모험을 하려고 하시는지 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요.

p.274

요즘 인기 얻고 있는 극들은 창작물이건 역사물이건, 전부 혹은 대다수가 엉터리로 발도 머리도 없는 괴물이라는 거죠. 그런데도 속인들은 즐겁게 보고 들으며 훌륭하다고 인정한단 말입니다. 전혀 그렇지도 않은데도 말입니다.

p.727

어디 가세요, 돈키호테 나리? 우리의 기독교에 대항하러 가도록 나리를 부추기다니, 대체 나리의 가슴속에는 무슨 놈의 악마가 있는 겁니까? 제 머리가 돌겠습니다요. 저건 고행자들의 행렬이고 받침대에 모시고 가는 저 부인은 순결하신 성모님의 축복받은 성상이라는 걸 아셔야죠. 나리, 무슨 일을 저지르시려는지 좀 보세요. 이번에야말로 뭘 알고 하시는 게 아닌 것 같네요.

p.767~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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