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씨의 가족 앨범 - 개정판 사계절 만화가 열전 17
홍연식 지음 / 사계절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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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씨의 가족 앨범」을 끝으로 마당 씨 시리즈 만화 세 권을 다 읽었다. 만화이지만 홍연식 작가님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어 묵직한 울림이 있었던 책으로 육아와 일 그리고 부모의 병간호와 건강한 먹거리 사이에서 고민하는 마당 씨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주 먼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겪었을지도 모를, 앞으로 경험할지도 모를 일상이었기에 더 공감이 갔으며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난 내가 온전히 작업만 생각할 수 있는 공간과 낮 시간이 필요해요.

p.115

마당 씨네 가족이 한 명 더 늘어날 예정이다. 임신한 상태에서 틈틈이 작업을 하며 이완이의 육아도 함께 하는 아내는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마당 씨에게 자신처럼 틈틈이 작업을 해보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조각난 자투리 시간으로는 온전히 작업에 몰입을 할 수 없었던 마당 씨는 둘째가 태어나기 전에 자신의 일을 끝내고 싶어 한다.

힘들어하는 마당 씨를 보며 이완이를 이제 어린이집에 보내는 건 어떻겠냐는 아내의 말에는 늘 이완이의 옆에서 눈 맞추고 놀아주는 곳이 없을뿐더러 자신이 이완이에게 먹이는 수준의 식사를 제공할 만한 어린이집도 없어서 안 된다고 말하는 마당 씨.

자신에게 와 놀아달라는 이완이와 놀아 줘야 하고, 삼시 세끼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통장의 잔고는 점점 줄어들고, 아버지의 나머지 다리의 수술마저 잡히면서 작업을 빨리 끝내야 연재가 잡히고 생활비가 들어온다는 조급함이 조금씩 마당 씨를 잠식해 들어간다.

딸기 1.01% 넣고도 진짜 딸기가 들어갔다고 광고하면서 맛과 향은 화학물로 도배하니 과장 광고요, 눈가림으로 건강한 맛이라고 떠벌리니 거짓이요, 수십 년 이어 온 이런 공장들이 창업부터 지금까지의 행적을 마치 공공의 기업이 걸어온 것처럼 이미지를 세탁하니 위선이지!

p.99


항상 아빠가 신선한 식재료로 만들어 준 건강한 음식만 먹다가 우연히 요구르트와 팝콘을 접하게 된 이완이, 그 맛은 천국의 맛이었다. 하지만 마당 씨에겐 자신의 육아 철학하곤 전혀 맞지 않는 일이었기에 다른 아이들이 먹는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이완이도 먹고 싶은 건 당연한 거니 조금은 풀어달라는 아내의 의견은 반영되지 못한다.

나 또한 둥이들이 어릴 때 최대한 몸에 안 좋은 먹거리를 늦게 주고 싶었기에 이 부분에선 정말 공감이 많이 갔다. 그렇다고 다른 친구들이 먹는데 안 줄 수도 없고 참 어렵다.

누가 그랬던가… 육아는 혼자 해도 힘들고, 둘이 해도 힘들다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p.113


아이를 돌보는 일에는 많은 체력과 인내심을 요한다. 온전히 육아만 해도 힘든 일인데 마당 씨는 여기에 일과 집안일 그리고 식사까지 담당을 하니 보고만 있어도 힘듦이 느껴지는 일상들이다.

둘째가 태어나며 육아의 일이 더 늘어나, 결국은 이완이를 유치원에 보낸다. 아이에게 동생이 생기는 건 아빠가 새엄마를 데려온 충격과 맞먹는다고 한다. 엄마는 동생이 계속 차지하고 있고 아빠는 자신을 유치원에 보내고, 동생이 자신의 장난감을 만져 하지 말라고 장난감을 빼앗으면 동생을 울렸다고 자신이 혼나니 이완이도 이완이대로 마당 씨는 마당 씨 대로 힘든 시간이다.

매일 아침 유치원을 가기 싫다는 이완이를 혼내는 마당 씨, 방바닥에 그림을 그렸다고 소리치는 마당 씨, 젖을 먹는 동생을 보며 자신 거라며 엄마에게 매달리는 이완이를 데려다 엉덩이를 떼리는 마당 씨, 조금씩 이완이에게 목소리가 점점 커져간다. 항상 술을 먹고 엄마를 때리던 아버지를 보며 그렇게 되지 않겠다던 마당 씨는 어느 순간 자신의 모습에서 술의 힘을 빌려 가정을 짓밟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면서 힘들어한다.

…침착했어야 했다. 한 손으로 요리를 하고, 다른 한 손은 감정적인 화풀이에 쓰고 있다…

p.348


어머니 돌아가시자마자 담배 끊고 삶에 집착을 보였다가도 원래 그랬던 것처럼 죽자고 삶을 팽개치던 당신을 나는 모르겠다.

p.188

가난을 벗어보려 골재채취업 노동자로 전국 하천을 떠돌던 아버지는 술에 의지하며 삶을 살아왔다. 술을 끊지 못하니 몸이 버티지 못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진통제 부작용으로 온몸이 가려워 피부과에, 전립선 질환으로 비뇨기과에, 간경화로 내과에, 치아가 다 빠져 틀니 하러 치과에 끝이 없다. 술에 의지한 채 어머니를 자신과 동생을 짓이기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돌보게 된 마당 씨와 동생.

고관절 수술 검사를 하며 힘들어하던 아버지가 출출해하자 순대를 사 온 마당 씨, 그런 그에게 소금을 챙겨 오지 않았다고 이제 애들이 순대 사 오면서 소금도 안 갖다 준다고 소리치는 아버지. 하아 정말 마당 씨의 아버지가 나올 때마다 울화통이 터지면서 난 이런 부모가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다. 적어도 아이에게 짐이 되지 말자.


사진을 볼 때마다 아무 일 없듯 행복하게 웃고 있는 가족들을 만난다는 마당 씨는 앨범이 말하지 않는 가족 이야기를 하고자, 자신의 모자란 생각과 행동들을 기억하기 위해서 이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마당 씨 시리즈에는 온전히 그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의 가족 앨범에도 아무 일 없듯 행복한 모습만이 담겨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며 부모로서, 자식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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