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른 : 저주받은 자들의 도시 스토리콜렉터 74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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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에 갇힌 남자」를 읽으며 데이비드 발다치 장편추리소설 시리즈를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폴른 : 저주받은 자들의 도시」라는 마지막 책을 읽으며 마무리가 되었다. 이제 막 추리소설에 입문해 많은 책을 접하진 못했지만 읽었던 추리소설 중 가장 강한 흡입력과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나를 끌어들이며 큰 재미를 주었던 책으로, 장편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한번 읽기 시작하면 시간 순삭이었으니 앞으로 나올 신작도서 또한 너무 기대된다.

워싱턴 FBI에서 범죄를 해결하는 특수 임무를 맡고 있는 데커와 재미슨은 잠시 휴가를 얻어 배런빌에 사는 언니네 집에 와있다. 잠시 집 마당에 나와 맥주를 마시고 있던 데커는 사실 상관인 특수 요원 보거트가 휴가 비슷한 거라도 좀 내라고 닦달하지 않았다면 재미슨을 따라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사건이 데커를 따라다니는 걸까? 데커의 눈에 뒷마당 뒤쪽에 있는 집의 전등이 모스 부호같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다른 데서 뭔가 소리가 들려오고 갑작스러운 번쩍임도 있었으니, 위험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 데커는 이끌리듯 그곳으로 가게 되고 그 집에 죽어있는 두 남자를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재미슨의 언니가 이곳에서 최근에 두건의 살인 사건이 더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아니 도대체 이 작은 도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배런빌은 무슨. 망할. 차라리 살인빌이라고 해라.

p.477

앰버가 말한 두 건의 살이 사건 중 한 사건은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으로 죽은 두 남자 중 한 명은 30대 초반 흑인으로 하급 길거리 마약상이고 두부에 난 총상으로 사망, 다른 한 명은 30대 백인으로 배런빌 내셔널 뱅크에서 일하던 남자로 이마에 횃불이 그려진 채 차량 엔진을 들어 올리는 기계에 사슬로 매달려 죽어있다.

또 다른 사건은 법적으로 은행 소유인 빈 집의 한 식탁에서 두 사람이 산탄총에 맞아 죽어있다. 한 명은 사망 당시 실업자였던 조이스 태너로 이혼했으며 전 남편은 오래전 이곳을 떠났고, 다른 한 명은 토비 배벗으로 백인이고 마흔 살이며 업무상 재해로 장애를 가진 사람이다. 세건의 살인 사건 그리고 죽은 사람은 여섯, 서로 명확한 관계가 없는 사람들로 현재로서는 뚜렷한 유사성도 보이지 않는다. 대도시도 아닌 배런빌에서 연쇄살인 사건이라니, 왜 배런빌인걸까?

존 배런 1세가 세웠던 예전의 배런빌은 광산과 제분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하며 활기가 가득했던 동네였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광산과 제분소가 자빠져 죄다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가게들은 문을 닫았으며 집들은 담보로 넘어간다. 나중엔 마약성 진통제 중독률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으며 사람들이 거의 살지 않게 되었고 폭력과 마약만이 들끊는 쇠락한 소도시 배런빌이 되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배런 때문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데커가 처음 발견했던 두 남자가 DEA(마약단속국) 소속인 게 밝혀지면서 겁잡을 수 없이 사건의 스케일이 커진다. 거의 비어 있는 동네에서도 몇 안 되는 동네 주민을 차례대로 만나고 나면 꼭 일어나던 사건들, 사건의 진실에 조금씩 다가갈수록 점점 재미슨과 데커에게 가해지는 위협도 커져 둘은 죽을뻔하는 큰 사고들도 겪게 된다.

설상가상 배벗의 트레일러가 폭파하며 날아온 파편에 머리를 다친 데커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기억하는 "과잉기억 증후군"과 숫자나 어떤 상황을 색과 연관 지어 느끼는 "공감각 증후군"의 능력에 이상이 생겼음을 알게 된다. 자신이 능력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느낀 데커는 미식축구 경력과 머리에 당한 충격에 관해 짐짓 무심한 척 이야기했었지만 실은 이로 인해 일부 노의 손상이 심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걸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만능 같았던 데커가 또 다른 자신이 될 수 있다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데 나까지 다 조마조마했다.

동네 사람들의 악담을 들으면서도 끝까지 배런 저택에 머물던 존 배런, 마약으로 죽은 사람들의 사망보험금으로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 아무 유사점이 없어 보이는 살인 사건 등 배런빌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이 미궁 속으로 빠지는 듯하다. 사건을 조사하는 모든 것들의 환경조차 열악했으니, 무지막지한 기억력을 동원해 아귀가 안 맞는 점들을 지적하길 좋아했던 데커의 능력이 여기서는 통하지도 않는다. 그런 그의 두뇌싸움이 「폴른 : 저주받은 자들의 도시」에서 원 없이 펼쳐지며 극을 향해 달리는데 엄지 척이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괴물이라 불린 남자, 죽음을 선택한 남자, 폴른 : 저주받은 자들의 도시, 진실에 갇힌 남자의 순으로 발간된 시리즈도서이긴 하지만 데커에 대한 설명이 매 책마다 간략하게 나오고,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있으므로 순서에 상관없이 읽어도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장편추리소설의 베스트셀러 데이비드 발다치 시리즈 도서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우와, 그냥 저렇게 방을 나가버리다니. 저거 보고 누구 생각나는 사람 없어요?” 데커가 재미슨을 보았다. “누구요?”

p192

매번 이야기하다가 아무 말 없이 나가버리던 이 모습마저 이젠 그리워질 거 같다. 데커가 퇴장하는 장면이 등장할 때마다 많이 웃었는데..

“에이머스 아저씨, 돌아오실 거죠, 맞죠?”

데커는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돌아보았다. “돌아올 거야, 조이. 약속할게.”

p.290

데커, 나에게도 약속해 줘요~ 돌아오실 거죠?! 근데 언제 돌아오실 거예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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