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에드 맥베인.로런스 블록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이리나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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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서점'은 1979년 4월 13일 금요일에 처음 문을 연 후 거의 27년간 서 56번가 129번지에서 고객을 만나온 실제 존재하는 곳이다. 그곳은 나선 계단으로 연결된 이층 짜리 매장과 이층 안쪽에 자리한 오토 펜즐러의 서재로 유명한 곳으로 2004년 10월 트리베카의 워런 가 58번지에 있는 더 크고, 더 현대적인 건물로 이전했다고 한다.

수많은 독립 서점, 거대 기업의 체인점, 온라인 서점, 전자책에 맞서 힘든 싸움을 하고 있지만 충성스러운 고객들의 우정과 추리소설 작가 사회의 관대함 덕분에 견딜 수 있었다며 그 고객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지난 17년간 매년 크리스마스 즈음하여 미국에 거주하는 추리소설 작가들에게 이야기를 써 달라고 주문을 해 소책자로 제작해서 고객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나누어 준다. 지금은 열일곱 편을 모두 담은 이 책(「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보다 책자 하나하나 수집 가치가 커지면서 더 비싸게 팔리고 있다고 하니 나도 그 선물 받아보고 싶다.

추리작가들이 이야기를 만들 때 따라야 할 기준이 세 가지가 있다. 이야기가 크리스마스 시즌을 배경으로 할 것, 미스터리를 포함할 것, 적어도 몇몇 장면은 '미스터리 서점'에서 일어날 것. 그래서인지 책을 다 읽고 나면 내가 수없이 이 미스터리 서점을 방문한 기분과 그곳의 사장이면서 편집장인 오토 펜즐러 씨랑 친해진 느낌마저 든다. 그리고 다 다른 작가가 쓴 이야기임에도 등장하는 오토 펜즐러 인물 성격이 한 사람이 쓴 듯한 느낌이 들어 신기했다.

 

 

“선물을 사려고 합니다.

아주 특별한 걸로!”

p.203

 

 

숨 막히는 추격전이나 피가 낭자한 이야기보다는 익살스러운 이야기부터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가득했던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시리즈 4권 중 마지막 권으로 읽었는데, 정말 탁월한 순서였던 듯하다. 마무리가 너무 좋구나!!

크리스마스이브 날 선물을 사지 못한 사람들은 ‘미스터리 서점’에 가면 어떤 이에게나 적당한 책이 한 권쯤 있기에 적어도 빈손으로 나오지 않는다. 원하는 책을 이야기하면 그 사람에게 맞는 책을 추천해 주니 나도 추천받아 읽어보고 싶어질 정도였다.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에 담겨있는 열일곱 편 단편 소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두 편을 소개해본다.

‘동방 박사의 간계’는 서로 만나기만 한다면 서로를 꼭 마음에 들어 할 것 같은 두 남녀를 위해 계속 자리를 마련하려고 했으나 둘 다 거절을 하자 오토 펜즐러가 그 둘의 만남을 성공 시키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토 펜즐러가 직접 사건을 계획한 점과 미스터리에서 잘 만날 수 없는 로맨틱함이 묻어나는 듯한 이야기였기에 참신하게 다가왔다. 정말 미스터리에서 로맨스를 만날 줄이야! ㅎㅎㅎ

나도 내가 주고 싶은 선물을 당신들에게 줄 수 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나는 당신들을 서로에게 선물하고 싶었어요.

‘동방 박사의 간계’ p.199

「크리스마스가 남긴 교훈」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중 한 이야기

토요일마다 미스터리 서점에서 일을 하는 베로니카는 책 읽기를 좋아하고, 계산대 뒤에서 수년을 보내는 동안 인간을 두 종류로 나누게 된다. 좋은 책을 읽는 사람과 나쁜 책을 읽는 사람으로... 토요일마다 서점에 나타나 책을 사 가는 해리는 나쁜 책을 읽는 사람에 속한다. 그녀는 해리가 한 번도 좋은 책을 사 본 적이 없어서 문학의 진정한 황홀경에 빠져 보지 못했을 거라 생각할 뿐만 아니라 페이퍼백으로만 출간되는 책을 보는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 브루노 클렘 신간을 찾는 그에게 왜 그 책을 읽느냐고 묻게 되고, 그 이유를 듣게 된 그녀와 나. 해리의 이야기를 다 듣고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해리는 전쟁터에서 자신의 전우를 죽인 적을 고문을 하다 그를 죽여야만 했고, 죽이고 숙소로 돌아왔을 때 병장이 책을 읽으면 생각이 안 날 거라며 책을 던져주었다고 한다. 그때 읽은 책이 브루노 클렘의 책이었으며 그때부터 그 책은 그에게 힘든 하루를 끝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아내가 기다리고 있다가 내미는 스카치 한 잔의 존재가 되었단다.

“누구에게나 잊고 싶은 게 한 가지씩 있잖아요,

그렇지 않습니까?”

p.257

‘’인간의 기준‘을 읽다 발견한 '우리는 고통의 그림자 속에서 산다'라는 문장이 해리의 이야기와 함께 만나 베로니카의 마음에 몰아친다.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단편 중 ’크리스마스가 남긴 교훈‘이다.

묵직한 울림이 있었던 이 이야기는 옮긴이 후기에서 번역가 이리나님 또한 이 이야기가 특히 울컥했었다고 언급한다. 그 순간 행복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같은 책을 읽고 같은 곳에서 공감되었다는 소소한 행복이랄까?! ㅎㅎㅎ 역시 좋구나!

첫 이야기 '아낌없이 주리라'부터 나를 웃게 만들더니 끝에 번역가마저 오토 펜즐러와의 인연을 이야기하며 나를 들었다 놨다 했던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이 겨울이 다 가기 전에 한번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ps. 이리나님 전 그 이야기 정말 인지 알았어요. 너무 리얼했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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