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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씨의 좋은 시절 - 개정판 ㅣ 사계절 만화가 열전 16
홍연식 지음 / 사계절 / 2020년 12월
평점 :

마당 씨 시리즈 중 두 번째로 읽은 「마당 씨의 좋은 시절」, 제목을 보자마자 나의 좋은 시절은 언제였나 떠올리게 만든 만화책이었다. 그러면서 마당 씨의 좋은 시절은 또 언제였을까 궁금해졌다.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고양이로 형상화한 ‘마당 씨’라는 캐릭터를 통해 전달되는 이야기로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를 다루고 있어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았던 「마당 씨의 좋은 시절」,, 문득 만화책을 다 보고 나서 드는 의문 하나! 왜 제목이 ‘좋은 시절’이었을까였다.

마당 씨는 프리랜서 만화가이면서 한 아이의 아빠로, 그리고 아픈 부모를 둔 아들로 여러 역할을 하며 하고자 하는 일과 해야만 하는 일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가려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한다.

합성조미료와 육류는 멀리하고, 텃밭에서 식재료를 키우며 아들에게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일 뿐만 아니라 집에서 피자와 빵, 칼국수, 두부 등 다양한 시도로 끊임없이 노력하는 좋은 아빠의 모습이다.

하지만 때론 말을 듣지 않는 아들에게 화를 내며 자신이 그토록 되지 말자던 아버지의 모습을 닮은 자신을 떠올리고 충격을 받기도 하니 육아 참으로 어렵다.
아내가 걱정되면서도 한편으로 난 내 안의 불안감과 싸우고 있다. 내가 원하는 작업을 하기 위해 현실의 속박을 잠시 미뤘다만 아이와 함께 놀아 주거나 시간들이 이렇게 세세하게 쪼개져 있는데 대체 나는 정작 작업하는 내가 없잖아?!! 메뉴를 정해 장을 보고 요리할 때, 집 바깥의 일들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문득 각성이 된다. 언제 내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는 거지?
둘째를 임신한 아내가 입덧으로 힘들어하며 자연스럽게 집안 일과 육아, 그리고 텃밭의 일이 마당 씨의 일이 된다. 그전에도 아내와 함께 나누어 일을 하긴 했으나 조금씩 많아지는 일로 작업시간까지 확보해야 했던 프리랜서 마당 씨는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원하게 되고, 급기야 아내와 마찰도 생긴다. 작업 마감일은 다가오는데 할 일은 많고 아들 이완이의 육아로 인해 작업하는데 계속 방해가 되어 집중력이 떨어지니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작가는 자신의 육아 실패담을 보고 이 사람보다 내가 더 괜찮은 아빠구나, 조금 더 괜찮은 남편이구나라고 위안을 삼으라고 하시지만 실패했다고 좌절하지 않고 반성하고 노력하며 나아가는 모습을 보인 작가의 모습에 오히려 배울 점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집안 일과 육아에 동참하는 모습에서는 부러웠고 직접 요리를 하며 건강한 식단으로 아이를 키우려고 했던 모습에서는 많은 반성을 하기도 했다. 집에서 있는 시간이 늘수록 배달의 힘을 빌려왔던 나였기에...^^;

자연 속에서 뛰어놀며 성장해가는 이완이의 모습에서는 역시 아이는 이렇게 키우고 싶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작가님의 아이디어가 곳곳에서 발휘된다. 이런 재미는 역시 만화지!
아내를 만나기 전부터 무수히 많은 이사를 했다. 지하 창고 달동네 꼭대기 다시 지하 집 조금 넓은 또 지하 집 재건축을 코앞에 둔 아파트서도… 산속에서도… 조립식 주택에서도… 이사하고 이사하고 또 이사하고… 언제까지 우린 이사를 다녀야 할까 …

예산에 맞추어 집을 찾다 보니 어느 시골마을에 살게 된 마당 씨네는 폭우로 인해 축대가 무너져 집이 무너질 뻔했던 위험에도 처하고 주위에 들어온 공장에서의 악취로도 고생한다. 시골에서 문을 열지 못하고 생활한다는 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리고 축대가 무너졌을 때 함께 걱정해 준 이웃은 윗집과 옆집뿐이었다. 도시와 자매결연하였다는 이 마을은 정작 외지인이 살겠다고 들어왔을 때 포옹해 주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결국은 이곳을 벗어나 아파트이긴 해도 베란다 밖에 작은 텃밭이 딸린 1층 세대로 이사를 간다. 더 이상 혼자 생활하기 힘든 아버지의 거취도 정해야 하고 보증 기금 상환이 앞으로 1년여 남은 상황이긴 해도 뒤돌아 생각해 보면 이 또한 지나보면 좋은 시절로 떠오르겠지?! 그래서 제목이 「마당 씨의 좋은 시절」일지도...^^
